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동두천시 B, 3층에서 ‘C’의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며 상시 7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보건업을 경영하였던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4. 11.부터 2017. 9. 18.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연장근로수당 1,599,860원 및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6,914,790원 등 합계 8,514,65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나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근로자 D을 2017. 9. 18. 해고하면서 통상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 차액 6,496,250원을 즉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4. 11.부터 2017. 9. 18.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퇴직금 13,131,15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제 수당을 가산하여 이를 합산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던 피고인은 인터넷에 구인공고를 올렸고, 이를 통해 치과의사인 D이 이 사건 병원에서 2016. 4. 11.부터 봉직의사(페이닥터)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 사건 병원의 진료시간은, 월, 화, 수, 목요일은 9:30부터 21:00까지, 금요일, 일요일은 9:30부터 16:00까지였고, 토요일은 휴진이었다.
채용 당시 D의 근로 조건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14:00부터 21:00까지 근무하는 것이었고, D에 대한 갑근세, 4대 보험료 등은 피고인이 부담하기로 하며, 매월 11일에 세후 1,000만 원의 임금을 받는 것이었다. 당시 작성된 근로계약서 중 급여 특약란에는 부동문자로 “퇴직금 : 퇴직시 근로기준법에 의해 계산하여 지급한다”고 기재된 부분이 지워지고, 대신 “퇴직금은 매월 봉급에 포함됩니다”라고 수기로 기재되어 있다(이상과 같은 피고인과 D 사이의 근로계약을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금요일, 일요일은 원래 피고인이 근무하는 요일인데, 다른 사정으로 피고인이 진료할 수 없는 경우 D이 대신 근무하기도 하였다. 이 경우 피고인은 그에 대하여 D에게 1일당 30만 원 또는 40만 원씩 지급하였는데, 이렇게 지급한 금액이 약 840만 원이다.
피고인 및 직원과 D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피고인도 건강문제로 병원 운영이 어렵게 되자, 피고인은 2017. 9. 13. D에게 ‘한달 기간을 줄테니 다른 자리를 알아보라’고 하였다가 2017. 9. 18. D에게 ‘오늘까지만 나오시라’고 하였고 D은 더 이상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해고예고수당조로 2017. 10. 30. 1,000만 원을 D에게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17. 11. 30 이 사건 병원을 폐업하였다.
위 인정사실과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D에 대하여 각종 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특히 위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은 다툼이 있는 수당을 포함하여 산정됨)에 관하여 상당히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각종 수당 및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연장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해고예고수당, 퇴직금인바, 먼저 해고예고수당에 관하여 본다.
해고예고수당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2017. 9. 18. D을 해고하였고, 이후 D이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2017. 10. 30. D에게 한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검사는, 위 1,000만 원에는 D이 근무한 2017. 9. 11.부터 2017. 9. 18.까지 8일분 임금 2,666,660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7,333,340원은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된 것으로 본 뒤, D의 시간당 통상임금 70,921원을 기준으로 한 정당한 해고예고수당은 13,829,590원이므로 여기서 7,333,340원을 제외한 차액 6,496,250원에 대하여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기소하였다.
물론 민사상으로는 그와 같은 계산에 따라 피고인에게 6,496,250원의 해고예고수당을 더 지급할 의무가 있을 수 있겠으나, 피고인은 D을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조로 한달분 임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연장근로수당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의 근로조건인 월~목요일 근무에 대해서는 매월 1,000만 원의 임금지급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였고, 대신 금요일,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생각하여 실제로 수당 명목으로 840만 원을 지급하였다.
검사는, D의 시간당 통상임금을 70,921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산정하면 9,999,860원이 되는데, 위 금액에서 피고인이 이미 지급한 8,400,000원을 제외한 차액 1,599,860원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기소하였다.
앞서 본 바와 마찬가지로 민사상으로 그와 같은 계산에 따라 피고인에게 1,599,860원의 지급의무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이미 상당한 금액의 수당을 지급한 이상 그 미지급에 대하여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연차미사용 수당, 퇴직금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월~목 4일 근무에 대하여 퇴직금 포함 세후 1,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고(세금은 피고인 부담) 각종 수당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함이 없다. 피고인은 D과의 계약이 포괄임금계약임을 전제로 임금을 지급하여 왔고, D 역시 진정서에서 ‘실수령액이 천만 원인 네트제 계약’임을 인정하고 있다.
봉직의사의 경우 위와 같은 포괄임금계약 형태의 계약도 관행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의사의 임금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어차피 사용자가 대신 부담하게 되는 근로소득세, 4대 보험료 등의 금액도 크기 때문에 복잡한 계산을 피하고 매월 확실히 보장된 금액을 받기 위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형태의 계약이 봉직의사에게 불리하거나 봉직의사가 열악한 지위에서 이를 체결한 것은 아니다.
D은 이 사건 진정 이전에는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등을 청구하지 않았다. 또한 퇴사시에도 미납된 갑근세, 4대 보험료를 피고인이 확실히 부담할 것을 요구하며 각서를 받아두었을 뿐 퇴직금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이 사건 계약이 포괄임금제 계약으로 유효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인은 연차미사용 수당, 퇴직금 등이 모두 포함된 포괄임금제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던 것으로 보이고, 비법률가인 피고인으로서는 D이 이의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계약이 포괄임금제 약정으로 유효하고 별도의 연차미사용 수당이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그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는 선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판사 이장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