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22. 6. 24. 선고 2021가합10704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0. 3. 31. 원고에게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09,284,277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5.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피고는 원고에게 2022. 6. 20.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월 3,641,7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4.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위한 연구 및 국제교류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연하여 2006. 1. 31. 설립된 재단으로, 상시 3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국제평화에 관한 연구, 교육 및 출판물 간행, 제주포럼 및 국제행사의 주관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고는 2006. 3. 24. 피고에 입사하여 학술회의 지원업무 및 연구사업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며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9. 7. 10. 피고가 주최한 ‘C’의 학생참관 후기 수상자 선정 시 원고의 엑셀조작 미숙 등 업무상 실수로 수상자의 순위가 번복되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일부 참가자의 평가점수를 임의대로 수정하여 탈락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원고에게 징계처분을 의결한 바 있다.

다.

원고는 위 정직기간 만료 후 피고에 복귀하여 2020. 2. ‘E’ 출간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인쇄업체 선정을 위해 원고가 견적서를 받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1)

원고에게, ① F 대표 G는 2020. 2. 18. 12:04경 전체칼라인쇄 기준 4,900,000원의 견적서(이하 ‘견적서 ⓐ’라 한다)를, 같은 달 20. 09:29경 부분칼라인쇄 기준 3,700,000원의 견적서(이하 ‘견적서 ⓑ’라 한다)를 각 pdf파일로 보냈고, ② H 대표 I은 같은 달 20. 09:29경 G를 통하여 부분칼라인쇄 기준 3,850,000원의 견적서(이하 ‘견적서 ⓒ’라 한다)를 pdf파일로 보냈다.

2)

위 보고서를 전체칼라인쇄로 출간하기로 결정된 후 원고는 2020. 2. 20. 오후경 G에게 전화해 ‘전체칼라로 인쇄하게 되었는데 인쇄계약 체결일이 내일(2020. 2. 21.)이라 새로운 견적서를 주고받을 시간이 촉박하다. 행정처리를 위한 임의기재가 가능하도록 pdf파일이 아니라 엑셀파일로 된 견적서를 송부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였다. 이에 G가 같은 날 15:12경 원고에게 견적서 ⓑ의 원본 엑셀파일과 H 측으로부터 받아두었던 견적서 ⓒ의 원본 엑셀파일을 각 송부하였다.

3)

원고는 부분칼라인쇄 기준으로 작성된 위 각 견적서를 전체칼라인쇄 기준으로 변경하기 위하여, ① 견적서 ⓑ의 원본 엑셀파일 중 품명, 단가, 금액란을 견적서 ⓐ와 동일한 내용으로 수정한 후 비어있는 일자 란에 “17”이라 기재하여 ‘2020. 2. 17.자 F의 전체칼라인쇄 기준 4,900,000원 견적서’(이하 ‘견적서 ⓓ’라 한다)를 만들고 ② 견적서 ⓒ의 원본 엑셀파일 중 품명, 단가, 금액란을 임의로 수정한 후 비어있는 일자 란에 “17”이라 기재하여 ‘2020. 2. 17.자 H의 전체칼라인쇄 기준 5,850,000원의 견적서’(이하 ‘견적서 ⓔ’라 한다)를 만들었다.

4)

원고는 인쇄업체 선정을 위한 문서에 견적서 ⓓ, ⓔ 2장을 첨부하여 2020. 2. 20. 17:30경 기안하였고, 정을 모르는 피고의 원장 J으로 하여금 같은 날 18:01경 결재하게 하였다. 이로써 G가 운영하는 F이 인쇄업체로 선정되었다.

5)

한편 원고가 위와 같이 기안한 후 2020. 2. 20. 17:45경 및 18:05경 F 측은 전체칼라인쇄 기준 4,900,000원의 견적서를, H 측은 F을 통하여 전체칼라인쇄 기준 6,200,000원의 견적서를 각 엑셀파일로 원고에게 송부하였다.

라.

위 다.항과 같은 원고의 행위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되자 피고는 원고가 2020. 1. 10. 복직한 후 수행한 업무 전반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는, 2020. 1. 말경 개최된 공동학술회의에서 실무지원업무를 담당한 원고가 공동개최자인 K 소속 실무자에게 업무협조요청을 하면서 반말을 하는 등 마찰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입수하게 되었고, 2020. 1. 중순경 피고가 사무용품 구입 시 구매 담당자인 L 조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주문서를 작성하여 거래처인 주식회사 M(이하 ‘M’이라 한다)에 팩스로 주문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마.

피고는 2020. 3. 19.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징계해고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이 의결되었다.

바.

피고는 2020. 3. 27. 원고에게 위 의결결과를 통지하였고, 이에 원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인사위원회에서는 2020. 4. 16. 이를 기각하였다.

사.

원고는 ‘이 사건 해고처분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를 복직시키고, 원고에게 해고기간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제주특별자치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8. 14. 이를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P).

아.

한편 견적서 ⓔ의 명의자인 H 대표 I은 2021. 3. 27. ‘만약 원고가 미리 나에게 문의하였다 해도 비슷한 가격이 제시되었을 것 같다. 원고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사가 기재된 확인서를 원고에게 작성해 주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 제14, 15, 18,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해고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인데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해고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가)

이 사건 해고처분의 제1, 2, 3사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1)

제1사유 관련하여, 원고가 견적서 ⓓ, ⓔ를 임의로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나, 견적서 ⓓ의 경우, 그 명의자인 G 측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았고, 견적서 ⓔ의 경우 그 명의자인 I이 사후 추인해주었으므로 위 각 행위를 사문서위조행위라 할 수 없고, 그 내용과 작성동기, 작성경위 및 결과를 고려하면 인쇄업체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확성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2)

제2사유 관련하여, 원고가 반말과 짜증 섞인 태도로 대하였다는 K 측의 진술은 왜곡·과장되어 있고, 설령 당시 원고와 K의 실무자 사이에 다소 불편한 감정이 오갔다 해도 업무수행과정에서 생기는 경미한 오해에 불과하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3)

제3사유 관련하여, 원고가 일부 사무용품을 피고의 거래처인 M에 직접 주문한 사실은 있으나, 사무용품 구입 시 반드시 L 조교를 거쳐 주문하여야한다는 내부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설령 위 사유들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이 사건 해고처분이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 다음 날인 2020. 4. 1.

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2. 5. 20.까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 합계 109,284,277원과 이에 대한 2022. 5. 21.부터의 지연손해금 및 2022. 6. 20.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원고의 고정월급인 월 3,641,7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이 사건 해고처분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령 및 규정

별지 2 기재와 같다.

2)

이 사건 해고처분의 사유들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이고,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나)

제1사유에 관하여

(1)

먼저 견적서 ⓓ 생성행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가 2020. 2. 20. F 대표 G로부터 견적서 ⓑ의 원본엑셀 파일을 받아 품명, 단가, 금액란을 수정하고, 비어있는 일자 란에 “17”이라고 기재하여 ‘2020. 2. 17.자 F의 전체칼라인쇄 기준 4,900,000원 견적서’를 만든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원고가 G에게 ‘전체칼라인쇄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견적서를 받아야 하나 시간이 부족하므로 엑셀파일을 주면 임의로 수정하겠다.’는 취지로 미리 양해를 구한 후 엑셀파일을 송부받은 다음 ② G가 기존에 보냈던 견적서 ⓐ의 기재와 사실상 동일하게 그 내용을 수정한 사실 및 ③ 원고의 기안 후 G가 견적서 ⓓ와 같은 내용의 견적서를 원고에게 송부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의 위 행위는 G가 양해한 범위 내에서 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는 관련법령 및 피고의 제 규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라 할 수 없으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2)

다음으로 견적서 ⓔ 생성행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 및 증거에 의하면 ① 원고가 2020. 2. 20. G로부터 H 대표 I이 작성한 견적서 ⓒ의 원본 엑셀파일을 받아 품명, 단가, 금액란을 임의로 수정한 후 비어있는 일자 란에 “17”이라 기재하여 ‘2020. 2. 17.자 H의 전체칼라인쇄 기준 5,850,000원의 견적서’를 만든 사실, ② 위 과정에서 원고가 견적서 ⓔ의 명의자인 I에게 양해나 동의를 구하지는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는 I 명의 문서를 위조한 행위로서 인사규정 제52조 제1항 제1, 2호, 복무규정 제4조 제1항에 위반되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그 명의자인 I이 사후 추인해주었으므로 이를 위조행위라 할 수 없고, 그 내용과 작성동기, 작성경위 및 결과를 고려하면 인쇄업체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확성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5호증(H 대표 I의 확인서)의 기재만으로는 I으로부터 사후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설령 그러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미 견적서 ⓔ를 작성한 행위가 위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아가 원고의 기안 후 H 측이 전체칼라인쇄 기준 6,200,000원의 견적서 엑셀파일을 송부하여 인쇄업체로 선정된 F의 견적금액 4,900,000원보다 다액인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의 견적서 ⓔ 작성행위가 피고의 인쇄업체 선정과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작성동기 및 경위 등과 더 불어 징계양정 적정여부를 판단할 때 참작할 사유가 될 수 있을 뿐이고, 원고의 위 행위가 관련법령 및 피고의 제 규정에 위반되는 이상 일응 징계사유에는 해당한다.

다)

제2사유에 관하여

피고는 2020. 1. 말경 개최된 공동학술회의에서 실무지원업무를 담당한 원고가 공동개최자인 K 소속 실무자 Q연구원에게 업무협조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고 이는 인사규정 제52조 제1항 제1, 2호, 복무규정 제4조 제1항에 위반되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 사실을 입증할 주요 증거인 을 제2호증(A PO 복직 이후 업무 관련 전반 조사-II)에는 ‘원고와 통화했던 Q연구원이 K 소속 R 박사에게 “원고가 반말을 하며 짜증 섞인 태도로 대했다.”고 말하며 상당한 불쾌감을 내비쳤다.’는 취지의 기재만 있을 뿐이고, 원고가 어떠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과 태도를 보였는지, 해당 발언과 태도가 폭언이나 협박, 모욕에 가까운 행위였는지 아니면 업무협조 기관에 대한 예의를 다소 벗어나는 정도에 그친 행위였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제2사유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제3사유에 관하여

피고의 제 규정 중에 사무용품 구입 시 반드시 L 조교를 거쳐 주문하여야한다는 지침이 포함된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피고도 자인하고 있다. 아울러 을 제13호증[업무 인수인계 보고(연구원 운영비)]의 기재만으로는 피고에 위와 같은 지침이 존재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한 사무용품 구입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의 사유 중 원고의 견적서 ⓔ 생성행위만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3)

징계양정이 적정한지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징계양정과 관련한 법리

(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구체적으로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며,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두9019 판결 등 참조).

(나)

특히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2)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규칙 해석과 관련한 법리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34조 제2항이 인용하는 별표 3 징계양정기준표에 의하면 이 사건 징계사유에 적용된 성실의무위반에 관하여, ①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감봉-견책, ② 비위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 강등-정직, ③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임, ④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파면으로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고, 위 규칙 제36조 제2항은 징계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승진임용 제한기간 중에 발생한 비위로 다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에는 당해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2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인사규정 시행규칙은 피고 내부의 징계기준을 정한 사무처리준칙으로서 거기에 규정된 ‘고의’나 ‘과실’ 등은 반드시 형사법적 개념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고, 징계사유의 내용에 따라 적정한 징계양정을 하기 위하여 일응 귀책사유를 유형화한 것일 뿐이므로 형사법적으로 고의에 의한 행위이기만 하면 징계사유의 경위나 동기 결과 등과 관계없이 무조건 최소한 위 별표 3의 기준에 따라 해임처분을 하여야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울러 기초사실 나.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는 2019. 7. 10. ‘C’의 학생참관 후기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의 평가점수를 임의대로 수정한 행위로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받은 바 있어 위 규칙 제36조 제2항 상의 가중사유가 있음은 인정되지만 위 조항은 그와 같은 경우에도 2단계 가중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반드시 가중을 하여야 한다거나 징계의 종류를 달리하여 그것도 1단계가 아닌 2단계의 가중을 하여야만 한다고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1971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위 2)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처분의 사유 중 원고의 견적서 ⓔ 생성행위만 징계사유에 해당하는바,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 비위행위의 동기와 내용, 경위 및 결과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①

‘E’ 출간을 위한 인쇄업체와의 계약 예정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보고서의 인쇄방식이 부분칼라가 아니라 전체칼라로 변경되는 바람에 인쇄업체로부터 새로 견적서를 받을 시간이 없어 원고가 위 행위를 하였을 뿐, F에게 특혜를 부여하거나, H을 일부러 떨어뜨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위 행위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②

H 대표 I은 애초 견적서 ⓒ를 송부할 당시부터 원고에게 직접 보내지 않고 먼저 F 측에게 보낸 후 F으로 하여금 원고에게 보내게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원고 역시 수정을 위한 견적서 엑셀 파일을 받을 때에 굳이 I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F 측에게만 동의를 얻은 후 위 I 작성 견적서 ⓒ의 원본엑셀파일도 함께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I 몰래 그의 의사에 반하는 내용으로 위 견적서를 수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③

애초 F 측이 제시했던 부분칼라인쇄 기준 금액은 3,700,000원이고(견적서 ⓑ), H 측이 제시했던 부분칼라인쇄 기준 금액은 3,850,000원(견적서 ⓒ)인바, 전체칼라인쇄 기준 견적서를 받더라도 F사 측의 것이 더 낮은 금액일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실제로 원고의 기안 직후 F 측은 전체칼라인쇄 기준 4,900,000원의 견적서를, H 측은 전체칼라인쇄 기준 6,200,000원의 견적서를 각 엑셀파일로 원고에게 송부하였는바, 원고의 비위행위로 인하여 선정되지 않을 업체가 선정되었거나 피고에게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1)항에서 본 사실 및 사정을 살피면 이 사건 해고 처분은 원고의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징계의 종류를 선택함으로써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할 것이다. 비록 원고의 행위가 형사적으로는 고의에 의한 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고,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처분 직전에 정직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그것이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규칙상 징계의 가중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은 정도에 불과한 행위에 대하여 해고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

4)

피고는 원고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근무평정결과 연속하여 최하위 평가를 받아 인사규정 제35조 제8호에 따른 직권면직 대상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이 사건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사유로 적시되지 않았던 것이므로 이를 징계양정사유로 고려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해고사유에 포함시켜 그 처분의 당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누6410 판결 등 참조).

설령 이를 이 사건 해고처분의 사유에 포함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갑 제8, 9호증,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06. 3. 24. 피고에 입사한 후 다른 연구원들이 계약직으로 2년마다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혼자 수년간 연구지원팀 업무를 총괄하여 맡으면서 업무부담이 과중하였던 가운데 2017. 3. 초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는 개인적 불행까지 겹쳐 일부 업무상의 실수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는 지난 14년간 대체로 성실하게 근무를 해온 사실이 인정되는바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원고의 근무평정결과가 최하위였다는 사정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고용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5)

소결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이 유효하다고 다투고 있는 이상 그 무효를 확인할 이익도 있다.

다.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해고처분이 무효인 경우 근로자가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임금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이고, 통상임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가 부당해고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 연차휴가수당인 경우에도 해당 근로자의 연간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는 것을 전제로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여야 하고, 이를 산정하기 위한 연간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를 계산할 때 사용자의 부당해고로 인하여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한 기간을 근로자에 대하여 불리하게 고려할 수는 없으므로 그 기간은 연간 소정근로일수 및 출근일수에 모두 산입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설령 부당해고기간이 연간 총 근로일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달리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1다95519 판결 등 참조).

다)

상여금이나 지급조건이 갖추어져야 지급되는 각종 수당 등은 근로자가 부당해고기간에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해고처분이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임금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3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① 고정월급(기본급여+식비보조비 +교통보조비)으로 3,641,700원, ② 매년 설과 추석에 명절상여금으로 300,000원, ③ 연차미사용 수당으로 통상임금 139,400원×미사용 연차일수, ④ 복지비로 매년 1,000,000원을 받아온 사실 및 연차미사용일수가 2020년 16일, 2021년 22일이고, 2020년 복지비 미사용분이 769,000원인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 다음 날인 2020. 4. 1.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2. 5. 20.까지 받을 수 있었던 고정월급과 명절상여금, 연차수당, 복지비 및 위 각 돈에 대한 위 변론종결일까지의 지연손해금 합계 109,284,277원(계산 내역은 별지 1 참조)과 이에 대하여 2022. 5. 21.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지연손해금 및 2022. 6. 20.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원고의 고정월급인 월 3,641,7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가 위 해고처분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현재까지도 임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이상 원고는 장래 이행의 소로써 위 고정월급을 미리 청구할 필요도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종철(재판장) 최석준 강미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