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에 대한 각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사건정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판결
사건
2023고정259
판결선고
2024. 3. 12.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E에 위치한 피해자 회사 F 창원센터 소속 직원들이자, G노조 H 지회 소속 노조원들이다.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와 노조 간의 교섭이 결렬되자 교섭을 촉구할 목적으로 피해자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기재된 스티커를 피해자 회사 건물에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의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2022. 8. 4. 오전경 위 피해자 회사 건물 내에서 ‘직장갑질 I, J!’, ‘바지사장 K!’, ‘임금체불 K, L’, ‘책임져라! M!’가 기재된 수백 장의 스티커를 접착제를 이용하여 피해자 회사 건물 내 출입문, 사무실 벽면, 기둥, 고객 대기실 유리창 및 벽면, 고객 대기실 내 테이블, 고객 상담실 유리창, 고객 상담실 진열장, 승강기 벽면, 계단, 건물 외벽, 주차장 벽면 등에 부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1,320,000원 상당의 스티커 제거비가 들도록 피해자 회사 건물의 효용을 해하였다.
피고인 B, C, D의 공동범행
피고인 B, C, D은 2022. 8. 23. 오전경 위 피해자 회사 건물 내에서 제1항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직장갑질 I, J!’, ‘바지사장 K!’, ‘임금체불 K, L’, ‘책임져라! M!’가 기재된 수백 장의 스티커를 접착제를 이용하여 피해자 회사 건물 내 출입문, 사무실 벽면, 기둥, 고객 대기실 유리창 및 벽면, 고객 대기실 내 테이블, 고객 상담실 유리창, 고객 상담실 진열장, 승강기 벽면, 계단, 건물 외벽, 주차장 벽면 등에 부착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1,320,000원 상당의 스티커 제거비가 들도록 피해자 회사 건물의 효용을 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N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CCTV 영상자료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들: 각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1호, 형법 제366조, 각 벌금형 선택
경합범가중
피고인 B, C, D: 각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선고유예할 형
피고인들: 각 벌금 700,000원
노역장유치
피고인들: 각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1일 100,000원)
선고유예
피고인들: 각 형법 제59조 제1항
피고인들 및 변호인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들이 판시와 같이 피해자 회사 건물 내의 바닥 및 벽면과 건물 외벽, 주차장 등지에 스티커를 다수 부착한 사실은 인정한다.
피고인들이 부착하였던 스티커는 제거가 용이하여 제거에 드는 시간․노력․비용이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스티커 부착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 건물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적법한 쟁의행위에 부수하여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된다.
판단
손괴가 아니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바,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건조물의 벽면에 낙서를 하거나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 또는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등이 그 건조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건조물의 용도와 기능, 그 행위가 건조물의 채광․통풍․조망 등에 미치는 영향과 건조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건조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 건물 등지에 스티커를 붙인 행위는 형법상 손괴행위에 해당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사건 피해자 회사 건물은 고급 수입 차량 판매에 이용되는 차량의 전시․고객상담 등이 이루어지는 영업공간이다. 피해자 회사는 이러한 용도에 부합되도록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설치하고 피해자 회사의 이미지나 신용에 걸맞은 내․외부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발생 과정에서 촬영된 CCTV 화면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 영업이 이루어지는 직접적인 공간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배경에 흰색과 검정색 글씨가 인쇄된 상당량의 스티커를 붙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스티커의 색깔과 형태, 부착된 수량 및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피해자 회사의 건물을 영업목적에 이용되기 상당히 곤란한 상태로 만들었고 피해자 회사 건물의 미관을 심하게 해쳤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피해자 회사의 건물에 출입하는 고객들은 피고인들이 부착한 스티커로 인하여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피고인들이 부착한 스티커가 2 ~ 3일 가량 부착된 상태로 있었고, 피해자 회사가 판시와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청소업체에게 스티커 제거를 맡겼는데, 제거 이후의 영상 사진을 보더라도 유리창 일부에 스티커 자국이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바, 제거비용, 제거해야할 스티커의 수량, 제거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볼 때 원상회복이 용이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정당행위 주장에 관한 판단
형법 제20조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사회상규 개념을 가장 기본적인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이를 명문화한 것으로서, 그에 따르면 행위가 법 규정의 문언상 일응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경우에도 그것이 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생활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며, 어떤 법규성이 처벌대상으로 하는 행위가 사회발전에 따라 전혀 위법하지 않다고 인식되고 그 처벌이 무가치할 뿐 아니라 사회정의에 배반된다고 생각될 정도에 이를 경우나,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목적 가치에 비추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수단으로 행하여졌다는 평가가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357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참조).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스티커 부착 행위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노동조건 개선과 성실한 노사교섭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 하에 쟁의행위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그 의사를 주장함에 있어 원상회복이 용이하여 피해 회사 건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볼 수 없는 전단지나 현수막, 피켓 등을 이용하는 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제거가 곤란하고 제거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스티커를 부착하였는바, 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원상회복이 용이한 전단지, 현수막, 피켓 등과 피고인들이 부착한 스티커는 피고인들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으므로 스티커 부착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또한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들은 합법적인 수단이 있음에도 불법행위에 나아갔고, 이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쟁의행위에 나아간 피고인들의 일련의 행위를 문제 삼아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을 특수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불거졌다. 수사과정에서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일련의 행위는 대부분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되거나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되었고 판시와 같은 손괴행위만 불법행위로 판단되어 이 사건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인들이 쟁의행위 과정에서 판시와 같이 일부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그 수단이 폭력이나 파괴행위에 이르지는 않았고 쟁의행위의 부수적 수단으로 사용된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들이 부착한 스티커는 모두 제거되었고 영구적인 흔적이 남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쟁의행위는 그 개념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이를 노동자가 매번 정밀하게 판단해서 합법적인 수단만을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쟁의행위 과정에서 일부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기계적으로 처벌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이러한 사정들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피고인 A, B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피고인 C, D에게 벌금형을 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들 모두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조활동을 하고자 노력을 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그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판사 김남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