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사안의 개요
피고는 2024. 8. 12. 주식회사 D(이하 'D'라고만 한다)에게 'E 제작' 중 목의장 관련 화기 및 설치공사를 도급하였다.
D는 2024. 8. 12. 원고에게 피고로부터 도급받은 공사의 일부인 'E 목의장 연관작업'(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작업기간 2024. 8. 14.부터 2024. 9. 8.까지, 계약금액 45,000,000원으로 정하여 하도급을 주었다.
원고는 D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자 2024. 9. 13. D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D는 D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공사대금 중 노무비 부문인49,330,075원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것에 동의하고 이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원고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공사대금 직불동의서(이하 '이 사건 직불동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2024. 9. 25. 피고에게 이 사건 직불동의서를 첨부하여 D에 대한 미지급공사대금을 직불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이하 '이 사건 내용증명'이라 한다)을 발송하였고, 그 무렵 위 내용증명이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에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도급대금 또는 양수금 49,330,07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D와 이 사건 직불동의서를 작성한 후 피고에게 이 사건 직불동의서를 교부하면서 하도급대금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당시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 D 및 피고 사이에 피고가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
이 사건 직불동의서에는 D가 원고에게 D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양수인인 원고는 양도인인 D로부터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채무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내용증명을 통해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판단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은 '발주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수급사업자가 제조 · 수리 · 시공 또는 용역수행을 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그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사유 중의 하나로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 · 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때'(제2호)를 규정하고 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구하려면 하도급인인 D 외에 도급인인 피고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D 사이의 직불합의에 대하여 피고가 동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채권양도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관련 법리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며, 그 통지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50조 제1, 2항 참조). 민법 제450조에 의한 채권양도통지는 양도인이 직접하지 아니하고 사자를 통하여하거나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하여도 무방하고, 채권의 양수인도 양도인으로부터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받아 대리인으로서 그 통지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19242 판결,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40977, 40984 판결 등 참조).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받은 양수인이 양도인을 대리하여 채권양도통지를 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1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양도인 본인과 대리인을 표시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양수인이 서면으로 채권양도통지를 함에 있어 대리관계의 현명을 하지 아니한 채 양수인 명의로 된 채권양도통지서를 채무자에게 발송하여 도달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다. 다만, 대리에 있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는 이른바 현명은 반드시 명시적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채권양도통지를 함에 있어 현명을 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채권양도통지를 둘러싼 여러 사정에 비추어 양수인이 대리인으로서 통지한 것임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민법 제11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 참조)
한편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수인이 양도인을 대리하여 행할 수 있음은 일찍부터 인정되어 온 바이지만, 대리통지에 관하여 그 대리권이 적법하게 수여되었는지, 그리고 그 대리행위에서 현명의 요구가 준수되었는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양도인이 한 채권양도의 통지만이 대항요건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한 뜻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채무자의 입장에서 양도인의 적법한 수권에 기하여 그러한 대리통지가 행하여졌음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커다란 노력 없이 확인할 수 있는지를 무겁게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양수인에 의하여 행하여진 채권양도의 통지를 대리권의 '묵시적' 수여의 인정 및 현명원칙의 예외를 정하는 민법 제115조 단서의 적용이라는 이중의 우회로를 통하여 유효한 양도통지로 가공하여 탈바꿈시키는 것은 법의 왜곡으로서 경계하여야 한다. 채권양도의 통지가 양도인 또는 양수인 중 누구에 의하여서든 행하여지기만 하면 대항요건으로서 유효하게 되는 것은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도인이 하도록 한 법의 취지를 무의미하게 할 우려가 있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9691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직불동의서의 제목이나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직불동의서는 원고와 D가 작성한 것으로서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가 정하고 있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합의의 요건을 갖추어 하도급인인 D가 도급인인 피고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을 하수급인인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고, 채권의 양도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즉, 이 사건 직불동의서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의 요건이 되는 피고와의 합의 또는 피고의 동의를 얻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갑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D의 원고에게 대한 채권양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직불동의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가정하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합의의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피고의 동의를 얻으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이 사건 직불동의서가 피고에게 교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D가 원고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대리할 권한을 수여하였다거나 피고가 채권양도를 승낙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이 사건 직불동의서가 원고와 D 사이의 채권양도의 합의를 포함하고 있고이 사건 내용증명의 발신이 채권양도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유효한 채권양도의 통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직불동의서의 내용만으로는 D가 원고에게 채권양도의 통지까지 대리할 권한을 수여하였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D로부터 그러한 권한을 수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직불동의서의 작성 목적과 내용 및 원고가 피고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하는 취지의 이 사건 내용증명의 기재(원고가 채권양도의 통지를 한다거나 원고가 D를 대리하여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한다는 내용의 기재가 전혀 없다) 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내용증명의 발신은 원고 본인이 당사자로서 행하는 것임을 추단케 하고, 그것이 D를 대리하여하는 의사로 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대리인이 대리행위를 할 의사를 가지고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민법 제115조 단서는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D로부터 현장 작업지시를 받고 근로자를 동원하여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위와 같이 근로를 제공하였음에도 노무비를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직상 수급인인 피고가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입법 취지를 두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직상 수급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입법 취지, 규정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다217370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직접 지급에 관한 것으로서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근로자가 아니라 D로부터 공사를 하도급받은 사업자(하수급인)이므로 공사대금채권을 가질 뿐이다. 설령 원고가 근로자들로부터 근로자들의 직상 수급인에 대한 임금채권을 수령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보더라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하수급인이 근로자들로부터 임금수령 권한을 위임받는 행위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다.
판사 김대원
각주1)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예비적 청구취지 중 '소장 부본'은 '지급명령 정본'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