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2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운수업을 행하는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가 퇴직한 때에 그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가입자가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부담금 및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1991. 7. 26.부터 2023. 7. 31.까지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D의 미납부담금 91,794원, 2000. 2. 16.부터 2023. 9. 30.까지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E의 미납부담금 2,430,262원, 1996. 7. 6.부터 2023. 9. 30.까지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F의 미납부담금 2,053,492원, 1996. 8. 16.부터 2023. 10. 31.까지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G의 미납부담금 3,629,721원, 1996. 10. 26.부터 2023. 10. 31.까지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H의 미납부담금 2,356,305원 등 총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미납 부담금 10,561,574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납입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창원특례시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창원특례시의 권고에 따라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 사업장 내 퇴직연금제도가 2021. 9. 1.경부터 노사 합의 아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DB형)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형)으로 변경되었다.
C은 노동조합 위원장의 동의를 받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을 제정하고 그 규약이 2021. 9. 1.자로 시행되었는데, 그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은 다음과 같다.
2021. 9. 1.자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C은 위 규약에 따라 2021. 9. 1. 이전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부분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 회사의 재정상태가 퇴직연금 미적립액을 한꺼번에 지급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관계로 C은 2021. 10. 7. C 노동조합과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C은 2021. 10. 7. 노사확인서를 작성하면서 개별 근로자별로 2021. 8. 31.자를 기준으로 한 퇴직연금 미적립 내역 금액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고, 해당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서명을 받았다. 위 확인서에 따르면, 이 사건 고소인들에 대한 2021. 8. 31.자를 기준으로 한 퇴직연금 추계액은 D의 경우 125,648,230원, E의 경우 79,071,990원, F의 경우 104,637,060원, G의 경우 103,972,980원, H의 경우102,914,180원이고, 위 확인서의 근로자 확인란에 위 고소인들이 각각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 위 각 추계액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2021. 9. 1. 직전 3개월(6월 내지 8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었다.
고소인들의 주장 및 검사의 기소 취지
수사과정에서 고소인들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2021. 9. 1. 즉시기발생 퇴직금 부분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퇴직하기 직전 3개월(예를 들어 D의 경우 2023. 7. 31. 퇴직하였으므로 2023. 5월에서 7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함에도 2021. 9. 1. 직전 3개월(2021. 6월 내지 8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만을 정산 받았으므로 그 퇴직금 차액분 상당액(D의 경우 27,394,983원, F의 경우 16,380,921원, G의 경우 31,416,370원, 나머지 고소인의 경우 구체적 주장이 없음)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근로감독관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퇴직한 가입자에 대하여 그 가입기간 동안 납입한 부담금이 관련 규정에 미달한 경우 정당한 부담금액과 이미 납입된 부담금액의 차액 및 그에 대한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의 재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가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07444)에 따라 고소인들 주장과 같이 퇴직하기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만, 근로감독관은 직권으로 이 사건을 살펴본 결과 C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을 제정하고 그 규약이 2021. 9. 1.자로 시행되었는데, 위 규약 제13조 제3항에 따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전의 부담금은 과거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기준시점 이전 1년간 지급받은 임금총액의 12분의 1에 상당하는 금액과 과거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기준시점을 산정사유 발생일로 하여 산정한 30일분 평균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비교하여 그 중 큰 금액을 부담금으로 납입하도록 되어 있는데, 위 두 기준을 비교한 결과 기준시점 이전 1년간 지급받은 임금총액의 12분의 1에 상당하는 금액이 더 큼에도 C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2021. 9. 1. 직전 3개월(6월 내지 8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산정하고 이를 사후에 지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그 차액분 상당액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부담금을 미지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검사는 위와 같은 근로감독관의 판단이 옳다고 보아 피고인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기소에 이르렀다.
결국, 검사의 기소취지는 피고인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시점인 2021. 9. 1. 이전에 발생한 퇴직연금 부담금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에 위반하여 지급하였으므로 고소인들에 대한 그 차액분 상당액의 퇴직연금 부담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에게 퇴직연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C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을 제정하였고 그 규약이 2021. 9. 1.자로 시행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C은 위 규약에 따라 2021. 9. 1. 이전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부분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나 회사의 재정상태가 퇴직연금 미적립액을 한꺼번에 지급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관계로 2021. 10. 7. C 노동조합과 매년 순차적으로 퇴직연금 미적립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위와 같이 합의하면서 C은 개별 근로자별로 2021. 8. 31.자를 기준으로 한 퇴직연금 미적립 내역 금액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고, 고소인들을 비롯한 해당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서명을 받았다.
고소인들은 퇴직하기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함에도 2021. 9. 1. 직전 3개월(2021. 6월 내지 8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만을 정산 받은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을 뿐 이 사건 기소 취지와 같이 C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에 위반하여 부담금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이전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에 따라 부담금이 산정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고소인들은 위 2021. 10. 7.자 확인서 작성 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므로 위 2021. 10. 7.자 확인서에 따른 C과 개별 근로자들 사이의 퇴직연금 추계액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 위 합의가 유효하다면 그 합의 내용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에 우선하여 그 효력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다소간에 다툼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고소인들이 퇴직연금 추계액이 명시된 2021. 10. 7.자 확인서에 서명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 않는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2021. 10. 7.자 확인서에 기재된 퇴직연금 추계액이 합의된 금액이라 판단하고 그 금액을 퇴직연금 부담금으로 지급한 것이라면 그 산정 기준이 전혀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감독관의 판단과 같이 2021. 10. 7.자 확인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규약에 따라 2021. 9. 1. 이전의 퇴직연금 부담금이 산정되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위해서는 2021. 10. 7.자 확인서의 작성 경위와 그 배경, 근로자들에 대한 서명이 이루어진 과정, 그 내용에 관한 노사 간의 충분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 밝혀지고 그에 따른 법률적 검토가 이루어진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볼 때, C이 민사상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고소인들에 대하여 해당 퇴직연금 부담금을 미지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으로서는 2021. 10. 7.자 확인서에 근거하여 그 퇴직연금 부담금에 관한 지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퇴직연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김남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