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0. 1. 9. 선고 2018나62703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 중 1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7. 15.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7. 15.부터 2020. 1. 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60%는 원고가, 나머지 40%는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및 이 사건 감사 개요

1)

피고는 선박건조, 수리, 개조 및 판매업 등의 영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1994. 11. 16.부터 2016. 7. 15.까지 피고의 D조선소에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2)

원고는 2013. 11. 25.부터 D조선소 블록물류부 부장으로 근무하였는데, 피고는 2015년경 블록물류부 소속 직원들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원고를 포함한 블록물류부 직원 4명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하였다. 원고와 함께 감사를 받은 나머지 3명의 직원 중 2명은 사직하였고, 1명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3)

피고는 2015. 10. 22.부터 2016. 6.경까지 약 8개월 동안 원고에 대한 감사(이하 '이 사건 감사'라 한다)를 진행하였고, 실제 감사가 이루어진 일수는 총 19일 정도였고, 나머지 기간에는 원고의 병가, 연차, 건강검진 또는 원고의 거부로 인해 감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나.

원고의 상병 발생과 휴직

1)

원고는 감사가 진행 중이던 2015. 12. 12. G신경정신과의원에서 '우울증'진단을 받고, 2015. 12. 15.부터 2016. 3. 21.까지 E병원에서 '중증도 우울에피소드' 등으로 약 3개월간의 입원치료를 받은 후, 계속해서 위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다가 다시 2016. 5. 30.부터 2016. 6. 8.까지 F대학교병원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등으로 입원하는 등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2)

원고는 위 1)항의 치료를 받는 5개월 넘은 기간(2015. 12. 22. ~ 2016. 6. 14.)에 병가(상병휴직) 상태였는데, 2016. 6. 13. F대학교병원 담당의사로부터 '사업장으로 복귀는 가능하나 이전보다 스트레스가 덜한 부서 또는 업무와 상황이 필요하며,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면 증상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업무적합성 평가서를 받고, 같은 날 피고에게 복직을 신청하였다.

다.

원고의 복직 후 재개된 감사와 사직

1)

원고는 복직한 다음 날인 2016. 6. 16. 감사를 받던 중 '2012. 12.경 중국 출장업무 중 원고가 관리하였던 업체의 담당자와 중국 내 유흥업소에 갔다. 특별한 관련 업무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외지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약 2시간 정도 같이 있었다. 원고가 비용을 지급한 기억은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이하 '이 사건 사실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2)

피고는 2016. 6. 22. ~ 23. 및 27.에 원고에 대한 감사를 계속하였고, 원고는 2016. 6. 27. 다시 병가를 신청하였으며, 병가 중이던 2016. 6. 30. E병원에서 '중등도우울에피소드'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비기질성 불면증'으로 최소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은 후, 같은 날 피고에게 휴직을 신청하였다.

3)

원고의 휴직신청을 받은 피고는 인사팀 직원을 통하여 2016. 6. 30. ~ 7. 1. 양 일간 원고와 퇴직에 관한 면담을 실시하였고, 면담을 마친 원고는 2016. 7. 1. 피고에게 2016. 7. 15.자로 퇴직을 하고자 한다는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를 제출한 후 2016. 7. 15. 퇴직하였고, 2016. 7. 29. 피고로부터 퇴직위로금 69,840,000원을 지급받았다.

4)

한편, 원고는 부당한 감사로 인해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등의 산업재해를 입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심의의뢰를 받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7. 3. 15. 원고의 상병 중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 8~26, 38~39호증, 을 제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면서 근로관계 종료에 따라 퇴직금 외에 별도로 퇴직위로금을 받는 대신 퇴직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나 퇴직위로금의 액수에 관하여 법적인 분쟁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에 위배되어 제기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8388 판결 참조). 한편,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장차 일정한 시점에서 종료시키기로 하고 그 퇴직을 전제로 하여 퇴직금 또는 퇴직위로금 등을 수령하면서 향후 퇴직 또는 퇴직금과 관련하여 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나 이의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를 하는 것은 퇴직금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다36762 판결 등 참조).

2)

일실 퇴직위로금 1억 3천만 원 청구 부분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감사로 인하여 퇴직하지 않고 다른 근로자들처럼 2016. 6. 30.자로 희망퇴직하였더라면 2억 원 상당의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6,984만원의 퇴직위로금만 지급 받았으므로 그 차액인 1억 3천만 원을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6. 7. 1. 피고에게 제출한 이 사건 사직원 제4항에 "본인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퇴직하며 퇴직과 관련한 민, 형사상, 행정상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및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의 사직원을 수리함에 따라 2016. 7. 15.자로 퇴직한 원고가 2016. 7. 29. 피고로부터 퇴직위로금 6,984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제출한 영수확인증에 "수령조건으로 재직기간 중 발생한 임금 등 기타 근로에 관한 사항 및 금번 퇴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퇴직금, 기타 금품 등에 대해 민사, 형사,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일절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직원 및 2016. 7. 29.자 영수확인증을 통하여 퇴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사상 청구권에 관하여 피고와 사이에 유효한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일실 퇴직금 1억 3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위 부제소합의에 위반한 것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위자료 7,000만 원 청구 부분

원고의 나머지 청구 부분은 이 사건 감사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감사기간 동안 및 그 이후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이유로 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므로 위 부제소합의의 대상인 '퇴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사상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감사의 위법성

1)

관련 법리

사용자는 경영권에 내재된 고유한 권한으로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권 및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징계권(인사권)의 행사가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면 근로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경영권(인사권 또는 징계권)의 일부로서 감사권을 행사하더라도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또는 그 밖의 불이익을 가하려는 의도 하에 진행되는 등 감사권을 행사함에 있어 목적의 정당성이 없거나, 그 절차가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한 경우 혹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방식으로 감사가 진행되어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에는 감사권(인사권) 남용으로서 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기초사실에 더하여 아래 갑 제4, 8~11, 32, 38, 39호증, 을 제4~9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감사는 목적의 정당성, 절차적 적법성, 수단·방식의 적절성을 모두 인정하기 어려워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첫째,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감사의 목적의 정당성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감사가 오로지 근로자들의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적어도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은 이 사건 감사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고 인식하고서 심각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은 분명하다고 보이고, 피고는 이러한 근로자들의 취약한 심리적 상황을 잘 알면서도 이를 자신의 본래 목적인 인사조치(자발적 사직유도)를 위해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이 사건 감사의 목적의 정당성을 대부분 훼손시키고 있다.

①

우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감사를 개시한 경위가 분명하지 않다. 피고는 제1심 변론과정에서 이 사건 감사를 개시한 경위를 밝히지 않다가, 이를 밝히라는 제1심법원의 석명에 따라 제출한 2018. 8. 6.자 준비서면에서 원고가 속한 블록물류부 소속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뇌물 수수 및 향응을 받고 있다는 제보(이하 '이 사건 제보'라 한다)를 받고서 감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밝혔으나, 원고를 포함한 감사대상자들로부터 받은 확인서 이외에 피고가 추가로 수집한 자료는 없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의하면 피고는 익명의 제보만을 근거로 별다른 사전조사 없이 곧바로 이 사건 감사에 착수하여 원고를 비롯한 감사대상자들과의 면담조사만을 통하여 그들로부터 확인서(을 제3~6호증)를 제출받은 것으로 보인다(이는 제보를 받은 경우 거래업체 관련 정보조사 등을 거쳐 혐의내용을 정리한 후 혐의자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도록 한 피고의 준법감사 매뉴얼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②

피고는 위 제보의 구체적인 입수경로와 준법감사 매뉴얼에 따른 사전조사 실시여부를 밝히라는 이 법원의 2019. 8. 27.자 석명준비명령을 받고서, 2019. 9. 10.자 준비서면를 통해 '2014. 9. 23.경 피고의 감사팀 이메일(을 제8호증)을 통하여 이 사건 제보를 받았고, 제보에 언급된 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는 등의 사전조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는 사전조사와 관련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고, 피고가 사전조사를 거쳐 작성하였다는 원고의 혐의내용(을 제9호증, 이하 '이 사건 사전조사 결과'라 한다)은 피고가 받았다는 이 사건 제보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감사 착수 전에 감사권을 발동할만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 혹은 피고의 내부절차에 따라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쳐 원고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였는지 의문스럽다.

③

피고는 스스로 2015.경부터 2016. 6. 사이 조선해양사업의 장기불황으로 인하여 희망퇴직 등을 통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는데, 위 기간은 이 사건 감사가 진행된 기간과 일치한다. 원고의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7. 3. 15.자 판정서에서 이 사건 상병의 발병요인은 조선업 경기불황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맥락에서 발생한 내부 감사사건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고, 원고와 유사한 기간동안 감사를 받은 피고의 다른 직원 I도 '적응장애'라는 상병을 얻고 이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판정을 받았는데, 같은 위원회는 2018. 3. 29.자 판정서에서 '당시 회사는 경영난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비위행위가 있는 직원을 감사하여 자진 사퇴하도록 유도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신청인은 이러한 소문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정리해고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④

원고와 같이 감사를 받은 3명의 직원 중 2명이 사직하였으므로 결국 원고를 포함하여 함께 감사를 받은 4명 중 3명이 사직을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복직 후 재개된 감사과정에서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고 다시 휴직원을 제출한 후 피고의 인사팀과 면담을 하였는데,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2016. 7. 1.의 면담과정에서 원고는 1년 연봉으로 정한 퇴직위로금이 너무 적다는 반응을 보였고, 피고의 인사팀 직원은 '지금 윗선까지 보고를 했다', '감사는 여기 와서 사직서 쓰라고 한다', '지금 그 얘기하시는 것은 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지금 이게 그 부장님 그럼 얼마를 더 받으시려고요?', '지금 그걸 가지고 다시 감사한테 얘기한다면' 등의 말을 하면서 원고에게 전날 이야기된 조건(1년치 연봉액)을 수락하도록 압박하였다. 이러한 대화내용만 보더라도 이 사건 감사 및 원고에 대한 후속 인사조치와 관련하여 피고의 감사조직과 인사조직이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의 이 사건 감사 목적이 기업질서 유지를 위한 통상적인 징계권의 행사였다면, 피고가 이 사건 사전조사 결과에서 밝힌 나머지 2가지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감사를 계속하는 것이 상당하고, 심지어 위 비위행위는 원고가 직접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그 비위의 정도가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실확인서만을 징구한 채 추가 혐의를 밝히지 않고 감사를 종료하였다. 만약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비위사실만으로 원고를 징계절차에 회부하였다면 징계해고 처분까지는 하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는 장기간의 감사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와 인사팀 직원의 회유로 사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 사건 감사는 절차의 적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하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고(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참조), 적법하게 내려진 대기발령이라 하더라도 그 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할 경우 인사권의 남용으로 볼 것인바(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참조), 피고가 다음과 같이 별다른 근거 없이 원고를 장기간 직무에서 배제한 채 오로지 감사만 받도록 한 것은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었거나 적어도 원고에 대한 배려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①

피고가 주장하는 감사일정표에 따르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감사기간 동안 원고에게 피고의 감사팀에 출석하여 감사를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업무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도 발령함이 없이 원고에게 감사출석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는데, 이 사건 비위행위의 성격이나 내용으로 보더라도 업무를 완전히 중단시키고 감사만을 받게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원고는 명확한 인사처분 없이 장기간동안 업무에서 배제되고 감사만을 받는 불확실한 지위에 처하게 되었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6. 6. 13. 장기간의 병가에서 복귀하기 위해 복직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같은 달 15. 복직을 수리하자마자 곧바로 감사실로 출석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다음날인 16. 피고의 감사실에 출석하여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그 후 원고는 같은 달 22. ~ 23. 및 27.에 감사를 받다가 다시 정신건강이 악화되어 27. 병가를 신청하고, 30.에 휴직원을 제출하였다가 퇴직면담을 거쳐 같은 해 7. 15.자로 사직하였는데, 이로써 원고는 이 사건 감사가 개시된 2015. 10. 20. 이후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채 퇴직하게 된 것이다.

셋째, 이 사건 감사는 아래 보는 바와 같이 심리적 압박을 받는 원고에게 장기간동안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서 수단과 방식의 적절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수사기관과의 공권(公權)적 관계에 놓인 형사절차의 피의자도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아니하는데(헌법 제12조 제2항 참조), 하물며 사법(私法)상 계약관계에 불과한 근로계약관계에 있어 근로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실토할 때까지 감사를 계속 진행하는 피고의 감사방식은 피고가 주장하는 업무(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그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감사기간 중 실제 감사가 이루어진 일수는 총 19일인데, 그 중 14일 동안은 아침 8시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하루 8시간의 종일감사가 이루어졌고, 2일은 반나절 정도, 3일은 1~2시간 정도 이루어졌다(감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였다가 한 시간 이내에 감사가 중단된 2015. 10. 27.이나 같은 달 28. 등은 위 19일에서 제외하였다).

②

피고는 제보받은 내용을 원고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막연히 비위사실을 기억해 보라는 식으로 감사를 진행하였고, 이에 원고는 일관되게 혐의 내용을 부인하였음에도,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제시하거나 제보자와의 대질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비위행위를 기억해 날 때까지 원고를 계속 조사실로 불렀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원고가 마지못해 이 사건 확인서를 제출하자, 감사를 사실상 중단하였다.

③

이 사건 사전조사 결과 중 원고가 작성한 이 사건 사실확인서와 관련된 비위행위는 '12.12월 2박 3일간 중국 L법인 출장시 동종 업체인 A업체 ○○○, 중공업 ○○○와 동행하면서, ○○○로부터 숙소 호텔 내 또는 주변 유흥업수에서 총 2회에 걸쳐 향응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사전조사 결과와 원고가 작성한 위 내용은 원고가 '향응을 수수하였다'라고 기재하지 않고, '비용을 본인이 지불한 기억은 없다'라고 기재한 점을 제외하면 별 차이가 없는데, 피고가 얻어낸 결과물은 위 사실확인서의 내용이 전부이다. 이 사건 감사는 8개월에 걸쳐 진행되었고 원고를 조사실로 불러낸 날도 19일이며, 그중 하루 8시간의 감사가 진행된 날도 14일인데, 이 사건 감사가 위와 같이 오랫동안 진행된 이유는 비위행위를 스스로 인정할 때까지 감사를 계속하여 자술서(사실확인서) 작성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피고의 감사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위와 같은 감사방식을 취하는 것에 대하여, 감사에 앞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피감사자에게 특정하게 되면 제보자 보호에 문제가 있고, 피감사자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할 경우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스스로 혐의내용을 사실확인서로 작성하는 방식과 혐의내용을 특정하여 원고에게 인정유무를 묻는 방식 사이에 제보자 보호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며, 만약 피고가 원고에 대한 정당한 징계권 행사를 위하여 이 사건 감사를 진행한 것이라면, 원고의 혐의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적정한 조사 기간동안 수집된 객관적인 자료(제보자 및 관련자 진술 등)를 근거로 징계권을 행사하면 충분하였을 것이다(그로 인하여 혐의가 소명되지 않아 징계권 행사가 제한된다면 그것은 사용자의 인사권이 가진 한계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설령 추후 비위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피징계자가 스스로 혐의를 인정할 때까지 감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⑤

원고는 감사 초기부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여 감사 2일 만인 2015. 10. 22. 직장 내 심리상담소를 방문하여 심리상담을 받았고, 감사 도중에도 수차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고 이에 연차휴가 등을 이용하여 병원진료를 받는다는 점을 피고는 잘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감사를 진행하였고, 특히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장기간의 병가 후 복귀신청을 한 2016. 6. 15.에도 곧바로 감사 출석을 요구하였다.

위와 같이 정신건강 질환으로 인하여 장기간의 치료 후 복귀한 근로자에게 곧바로 감사팀 출석을 요구한 피고의 행위 등은 근로계약 이행 중 근로자가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배려의무를 위반한 것(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참조)으로 볼 수 있고, 피고가 원고의 연차휴가나 병가를 허용한 것만으로 배려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이 사건 감사는 피고의 감사권(인사권) 남용 또는 보호(배려)의무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위자료의 액수

원고가 이 사건 감사로 인하여 중증도 우울증 에피소드라는 질환을 앓게 되었고 이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은 점, 원고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퇴사를 당할 수 있다는 압박 속에서 장기간 업무에서 배제당한 채 이 사건 감사를 받은 점, 이 사건 사실확인서의 기재만으로는 원고에게 근로관계 종료에 이를만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원고가 이 사건 감사 종료 이후 의원면직 형식으로 사직원을 제출하고 6,984만 원의 퇴직위로금을 받고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채 21년 동안 근속한 피고로부터 퇴직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3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 원 및 이 사건 감사 종료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6. 7.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1. 9.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로부터 퇴직위로금 6,984만 원을 지급받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상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감사가 부당감사라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모두 전보되었다.

2)

판단

가)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위로금은 이 사건 감사의 부당성 또는 불법행위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가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부제소합의를 포함하여 합의해지하는 조건으로 지급받은 것이므로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지 못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급여와 다른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등과의 관계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므로 피해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 등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에 그 급여액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그 손해의 성질 및 발생기간 등이 동일하여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끼리만 할 수 있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3다61703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다269374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가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치료비)를 신청하여 이 중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달러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위자료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보험급여를 신청하였다거나 지급받았다는 점에 관한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일실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하고, 위자료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하기로 한다.

판사 이봉수(재판장) 이태희 김인해

각주1) 피고의 인사제도(취업규칙)상 병가와 상병휴직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5개월이라는 기간은 '병가'로서 이례 적이므로 원고는 사실상 상병으로 인한 휴직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16. 6. 30. 다시 휴직을 신청하면서 '병가계'가 아닌 '휴직원'을 제출하였다.

각주2) 피고 2018. 10. 22.자 준비서면

각주3) 나머지 2가지 비위행위는 '11~14년 사이 명절 및 여름휴가시 해상운송 업체로부터 금전을 수수하였다는 것과 같은 기간 J나 K 소재 유흥주점에서 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십 차례 향응을 수수하였다는 것인데, 위 혐의들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감사결과 밝혀진 것이 없다.

각주4) 2018. 8. 6.자 준비서면, 2019. 4. 19.자 준비서면 등

각주5) 원고가 2016. 6. 13. 피고에게 복직을 신청하면서 담당의가 발급한 업무적합성 평가서를 제출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원고가 위 과정에서 인사팀 직원과 나눈 대화(갑 제38호증의 1)에 의하면 적어도 '사무실 근무 정도가 가능하다'는 취지는 피고의 인사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