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은 각 무죄.
위 무죄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 G을 근로자로 고용한 사업주가 아니라, 위 피해자에게 판넬마감공사 부분을 도급한 도급인이다. 공소사실 기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를 취하여 할 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는 현장관리인으로 지정된 T과 위 공사 부분의 수급인인 피해자에게 있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지붕위로 올라가지 말라고 경고하였는데도 피해자가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지붕으로 올라가 이 사건 사고를 당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8.
선고 2002도27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등 참조).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고, 다만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기재와 같다.
공소사실 제1항 부분에 관한 판단(주문 무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현장의 공사 중 판넬마감공사 부분을 도급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근로자로 고용한 사업주에 해당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였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이를 위에서 설명한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구두 계약만 체결되었을 뿐이고, 근로계약서 등 이 사건 계약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 피고인은 농기계수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F’을 신축하기 위해 이 사건 공사를 하게 되었을 뿐, 평소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다. 반면 피해자는 오래 전부터 목수로서 일을 해온 사람이고(증거기록 2권 44면), 평소에도 자주 J, K와 함께 팀을 이루어 건축 관련 공사를 해온 사람이다(당심증인 J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요지서 19~22면). J는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21. 12. 28. 경남함안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전화통화하면서, 피해자와는 약 10년 전부터 서로 일을 가져오면 공사를 하는 관계라는 취지로 말하였다(증거기록 2권 50면).
❍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도 J, K와 함께 벽체에 판넬을 붙이고 지붕판을 고정하는 등의 작업(이하 ‘판넬마감공사’라고 한다)을 하였는데, J는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 일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K는 J로부터 같은 내용의 연락을 받고, 각각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증거기록 1권 40, 51면).
❍ J는 2022. 1. 3. 부산지방고용노동청창원지청에서 참고인으로서 진술할 때에는, “어떤 조건으로 임금을 받기로 한 건지는 모르고, 저는 6일 정도 일을 하고 180만 원 정도 받기로 하였고, K도 같이 6일 정도 근무하여 120만 원 정도 받았을 겁니다.”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J는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해 달라는 연락받았을 때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자신이 얼마를 받게 될 것인지는 정확히 모른 채 단순히 피해자와 함께 평소 일할 때처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당심 증인 J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요지서 16면). 이와 달리 J나 K가 자신의 보수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피고인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볼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
❍ 피해자, J, K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공사 중 판넬마감공사 이전의 공정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판넬마감공사가 완성되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의 일이 끝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증거기록 1권 41, 52면). 이와 관련하여 J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창원지청에서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판넬 및 지붕공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도 있다(증거기록 1권 41면). 이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여 그 보수를 정한 것으로서 도급계약관계와 부합하는 사정이다.
❍ 피고인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틀 후인 2021. 12. 30. 부산지방고용노동청창원지청에서, “5일 안에 벽체 및 지붕판넬 작업을 끝내면 450만 원을 주기로 하였는데, 제가 6일 동안 하고 꼼꼼히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G(피해자를 가리킨다)이 6일 안에 작업을 마무리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2명(J와 K를 가리킨다) 모르게 100만 원을 더 챙겨줄 수 있냐고 하여 구두로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G에게 550만 원 주면, G이 남은 근로자 2명에게 임금을 주기로 되어 있었고, 각 얼마를 주기로 한 지는 모릅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1권 10, 11면),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라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 한편 피고인은 원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하였으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수사과정에서의 진술 및 당심에서의 주장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은 이 사건 계약관계의 법적성질이 실질적 근로계약관계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인정하는 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 J는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현장에 상주하고 있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으나,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달리 진술한 내용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J는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지시의 내용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철골작업이 되어 있어 저희들이 판넬을 쭉 그대로 붙여 나가려고 했는데 ‘여기도 문을 하나 내 달라’해서 문 그 부분은 빼고, 창문도 두 군데인가를 ‘여기도 창문을 이렇게 따로 내 달라, 여기도 내 달라’고 작업지시를 받아서 그대로 규격을 해 주겠다고 하고, 지시받은 그대로 한 것뿐입니다.”라는 진술을 하였다. 그러나 J가 예로 들은 지시내용은 건축주 또는 일반적인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일의 완성에 관하여 요구하는 사항을 전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건축주 또는 도급인이 공사현장에 상주하는 것 역시 특별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므로, J의 진술 내용만으로는 피고인이 건설에 관한 전문가인 피해자에게 판넬마감공사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지붕판넬 설치작업을 하기 전에 재해자(피해자를 가리킨다)와 작업 범위 등에 대해 의논하였고, 작업 진행 중에는 재해자가 오랜 기간 지붕판넬 설치작업을 했기 때문에 작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서 별도로 추가 지시 등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161면).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 역시 허위라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
❍ 피고인이 피해자가 일하는 데 필요한 자재와 장비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기는 했지만, 이는 건설전문가인 피해자의 판단에 따라 피고인이 그 비용만을 부담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증인 J도 필요한 자재의 물량에 대해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와 의논하여 산출하였고, 자재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이 가서 사온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당심증인 J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요지서 16, 17면).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자재와 장비를 제공하는 것 역시 일반적인 도급관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J와 K는 피해자가 사망한 후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의 배우자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한 보수를 지급받았다.
한편 아래 마.항에서 살펴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의 근로자 또는 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 등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도급인 본인이나 수급인 본인’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수급인 본인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이 사건 피해자(G)의 사망에 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의 규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공소사실 제2항 부분에 관한 판단(축소사실의 인정으로 인한 이유무죄)
위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한 이상, 피고인이 사업주임을 전제로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3항 제1호를 그 적용법조로 하는 공소사실 제2항 부분 역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이 법원은 공소사실 제2항과 관련하여 아래 마.항에서 설명하는 이유에 따라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제63조 위반죄에 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
공소사실 제2항에 관한 축소사실의 인정(일부 유죄)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것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22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가 사업주에 대하여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취해야 할 안전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63조 등에서 위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제정된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도급인이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취해야 할 안전조치 등에 관하여도 사업주의 의무와 유사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는 같은 법 제63조를 위반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업주 또는 도급인은 사다리식 통로 등을 설치하는 경우 사다리가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하고(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 제1항),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작업발판의 끝ㆍ개구부 등을 제외한다)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하고,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추락방호망을 설치해야 하며,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같은 규칙 제42조).
이러한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공소사실 제2항과 관련하여, 비록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고 그 주장처럼 도급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원심 및 당심에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적어도 아래 ‘다시 쓰는 판결이유의 범죄사실란’ 기재와 같이, 수급인 G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J 또는 K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데도 이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급인으로서 취해야 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당심이 인정하는 축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제63조에 따라 처벌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는 공소사실 제2항과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 있는 점, 이 법원이 당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이에 관하여 소송관계인에게 지적하고 석명한 점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장 변경을 거치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 없이 위와 같은 축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공소사실 제1항, 제2항을 무죄로 판단하여야 하고, 아울러 당심이 직권으로 공소사실 제2항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축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