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대신 피고에게 매월 퇴직금 상당액을 가불금으로 지급하되 피고가 퇴사할 때 퇴직금에서 위 가불금 명목의 돈을 상계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상계약정’이라 한다)하였는데,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제1심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0가소8128호, 항소심 창원지방법원 2021나55750호, 이하 ‘이 사건 전소’라 한다)의 판결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10,152,042원을 지급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위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기판력 저촉 여부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전소의 변론종결 전에 당사자가 주장하였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공격방어방법에 미치고, 다만 변론종결 후에 새로 발생한 사유가 있어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기판력의 효력이 차단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다22214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전소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계약정에 의하여 이 사건 원고가 이 사건 피고에게 지급한 가불금 4,325,060원을 공제한 잔액만 퇴직금으로 남아 있다거나, 상계약정이 유효하지 않다고 해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므로 위 4,3256,060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가 모두 배척되었는바(을 제1, 2호증 등), 이처럼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상계약정은 이 사건 전소에서 원고가 주장했던 방어방법으로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상계약정 주장이 배척되어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된 것인데, 또 다시 상계약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판결에 의해 지급한 돈이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이다.
가정적 판단: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청구는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상계약정이 있었음에도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전소를 제기하여 이중으로 퇴직금을 받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상계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갑 제1호증, 을 제2호증의18, 19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갑 제1호증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확인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작성받은 것이다.
이 사건 확인서에는 “퇴직연금을 피고의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매월 정산, 수령하기를 원고에 요청하여”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확인서에서 말하는 “피고의 개인 사정”이 무엇이었는지, 피고가 이 사건 상계약정에 응할 만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은 반면, 피고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 조사 당시 이 사건 확인서가 원고의 요청 내지 강요로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 확인된다.
이 사건 확인서 작성 당시 피고는 아직 원고 회사에 재직 중이었으므로 원고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상계약정은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상계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영훈(재판장) 이진석 김상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