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3. 27.부터 2025. 9. 1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등의 지위
주식회사 C<1>는 전기전자 부품, 플라스틱 성형품 제조 및 판매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서, 그 산하에 전장 사업본부, 가전 사업본부, 디스플레이 사업본부, 전지 사업본부, 화학 사업본부 등을 두고 있다.
피고는 C 산하의 전장 사업본부이자 전자부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
는 회사로서, 그 산하에 천안 전장사업부, 베트남 전장사업부(이하 '피고 베트남 사업부'라 한다), 멕시코 전장사업부 등을 두고 있다.
D은 C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피고의 설립 당시부터 2023. 11. 15.경까지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던 사람이다. E은 2023. 3. 1.경부터 2023. 11. 14.경까지는 피고의 부사장으로, 그 다음날부터 2024. 6. 28.경까지는 피고의 대표이사로 각 재직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F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다가 E으로부터 이직을 제안받은 후 2024. 3. 15.경 F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한 사람이다.
E의 원고에 대한 이직 제안 및 그 이후의 경과
E은 2023. 6.경 원고에게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전무)직으로 이직할 것을 제안하였고, 위와 같은 제안을 받은 원고는 이직할 의사로 2023. 9. 14.경 E에게 이력서를 교부하였다. 한편, E은 2023. 5.경부터 2024. 3.경까지 이메일을 통하여 원고에게 피고의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여러 차례 공유하였다.
E은 2024. 2.경 D에게 '2024. 3. 5.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 내정자인 원고와 함께 찾아뵙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E은 2024. 2. 29.경 이메일을 통하여 C 및 피고의 임원들에게 '2024. 3. 5. 신입임원 내정자인 원고와 상견례가 있을 예정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보냈고, 그 이메일에는 원고의 이력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원고는 2024. 3. 5.경 E과 함께 C의 본사 사무실에서 D을 만나 면담을 하였는데, 면담 당시 D은 원고에게 C 산하의 전지 사업본부인 주식회사 G의 전무직을 제안하였고, 그 무렵 원고는 G의 사무실 및 공장을 직접 방문하였다.
이후 D은 2024. 3. 27. 구두로 원고에게 '원고를 채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7 내지 10, 13호증, 을 제13, 14, 16 내지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주위적 청구: 해고무효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
원고는 피고의 임원을 채용할 권한이 있는 E으로부터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직으로 이직 제의를 받아 2023. 9. 14.경 이력서를 제출하였고, E은 2024. 2. 29.경 원고의 이력서를 C 및 피고의 임원들에게 전달하였으므로, 원고가 이력서를 제출한 2023. 9. 14.경 또는 원고의 이력서가 C 및 피고의 임원들에게 전달된 2024. 2. 29.경에는 원고에 대한 채용내정이 이루어져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2024. 3. 27. 원고에게 이 사건 통보로써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한 채용내정의 취소를 통보하였는바, 이는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므로, 원고는 위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나아가 피고가 2024. 3. 27. 원고에 대하여 한 위 해고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당초 근무를 시작하기로 하였던 2024. 4. 22.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원고가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전무직 5호봉)으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매월 17,528,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제1 예비적 청구: 불리한 시기의 위임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위임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피고는 이 사건 통보로써 불리한 시기에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위임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① 원고가 위와 같은 위임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 578,424,000원[= 17,528,000원 ×33개월(2024. 4. 22.부터 원고가 정년에 도달하는 2026. 2. 2.까지)] 및 ② 위 위임계약 해지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제2 예비적 청구: 계약 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 내지 위임계약(이하 통틀어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고 F에서 퇴사하였는데,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원고와의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①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되었더라면 원고가 그에 따라 피고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내지 보수 상당액 578,424,000원[= 17,528,000원 × 33개월(2024. 4. 22.부터 원고가 정년에 도달하는 2026. 2. 2.까지)] 및 ② 일방적인 계약 체결의 거부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주위적 및 제1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계약의 체결에 있어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 · 불요식의 계약이다. 한편, 채용내정이란본채용 전에 채용할 자를 미리 결정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해 사용자와 채용내정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채용내정의 통지 및 최종합격자 통보 등을 통해 사용자의 채용내정자에 대한 채용의사가 외부적 ·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었을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등 참조).
민법상 위임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으로서(민법 제680조), 일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고 구두의 약정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는 불요식의 낙성 계약이다. 그리고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등 참조).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의 체결 여부
원고의 주위적 및 제1 예비적 청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즉 근로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2, 7 내지 10, 12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일부 증언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및 제1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를 피고 산하의 베트남 사업부 사업부장으로 채용 내지 선임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공식적이고 객관적으로 밝혔다고 볼 만한 처분문서 등의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원고에게 이직을 제안하는 등 원고와의 교섭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던 E은 원고에게 이직을 제안할 당시 부사장의 직책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피고를 비롯한 C 산하 사업본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위임전결규정 등에 의하면, 사업부장을 비롯한 피고의 임원을 선임 내지 채용할 권한은 대표이사 또는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있을 뿐이고, 부사장에게는 그와 같은 권한이 없다. 실제로 피고가 2023. 8. 21. 새로운 임원(H)을 선임할 당시에도 그에 관한 업무기안서는 부사장인 E이 아닌 피고의 대표이 사이던 D이 최종결재자로서 이를 결재하였다.
더욱이 피고는 C 산하의 사업본부 중 하나로서 C의 사실상 지배를 받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명시적인 규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피고를 포함한 C 산하 사업본부의 임원 선임 내지 채용에 관하여는 C의 실질적 경영자인 D의 동의나 승낙이 사전에 필요하였던 것으로 보이고(증인 E 또한 이 법정에서 '신규 임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D으로부터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E은 D에게 2024. 3. 5. 원고와 함께 방문하겠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 방문 목적을 '면접'이라고 명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갑 제8호증).
이와 같은 피고 및 C의 내부 규정, 실질적인 선임 내지 채용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E에게 D의 동의나 승낙 없이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을 독자적으로 선임 내지 채용할 실질적인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는 E이 2023. 11. 15.경 대표이사로 승진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 밖에 E이 원고를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으로 채용 내지 선임하는 것에 대하여 D으로부터 동의 내지 승낙을 받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만일 E에게 D의 동의나 승낙 없이 임원을 채용할 권한이 있었다면 D의 반대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E은 원고를 임원으로 정식 채용하여 업무를 맡길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고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D과의 면접에 응하였고, D이 피고가 아닌 G의 전무직을 제안하자 별다른 이의없이 G의 사무실과 공장을 방문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E은 2023. 1.경부터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원고에게 이직을 제안할 무렵 이미 D으로부터 원고의 채용 내지 선임에 관하여 동의 내지 승인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증인 E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도 없고, 나아가 법인등기부등본 등 객관적인 자료에도 배치되므로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나 자료를 찾을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E이 2023. 6.경 원고에게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직으로 이직할 것을 제안하기는 하였으나, 이와 같은 이직 제의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므로, 원고가 E에게 이력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어떠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E이 2024. 2. 29.경 이메일을 통하여 C 및 피고의 임원들에게 원고를 신입임원 내정자라고 소개하면서 원고의 이력서를 공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내부적 의사결정 절차에 불과하여 원고에 대한 채용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는 2023. 9. 14.경 또는 늦어도 2024. 2. 29.경에는 E과 사이에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관한 논의를 모두 마치고 계약조건을 확정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이 원고에게 피고의 급여체계나 복리후생에 관한 자료를 공유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확정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원고와 E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갑 제6호증의1)의 내용에 의하면, 2024. 3.26. 당시까지도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에서 가장 핵심적인 계약조건인 급여 내지 보수조차도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신규 임원의 선임 내지 채용이 결정되면, 그에 관한 업무기안서를 작성하고, 채용내정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경력증명서 등의 서류 제출을 요청하여 왔다. 그런데 원고의 채용 내지 선임에 관하여는 어떠한 업무기안서도 작성되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와 같은 서류 제출을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
E은 D에게 2024. 3. 5. 원고와 함께 방문하겠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 방문 목적을 '면접'이라고 명시하였는데, 만일 원고의 주장처럼 원고에 대하여 이미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으로 채용내정이 이루어진 상태였더라면, 굳이 E이 위와 같이 '면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D은 2024. 3. 5. 원고를 만나 면담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직이 아닌 다른 사업본부의 자리를 제안하였다는 것으로, 이에 의하더라도 당시 원고가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으로 채용되기로 내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E이 이메일을 통하여 원고에게 피고의 업무와 관련된 자료 등을 공유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E이 원고에게 처음 위와 같은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3. 5.경으로 원고가 E에게 이력서를 제출하기 훨씬 전인 점, 원고는 E의 지인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이 개인적인 사유로 해당 자료를 원고에게 공유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제2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교섭단계에서 원고에게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고, 원고가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위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원고는 F에 재직하던 중 E으로부터 이직을 제안받았고, 그 무렵부터 2024. 3.경까지 수개월에 걸쳐 E으로부터 피고의 업무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수차례 공유받았다. 더욱이 E은 2024. 1.경 원고가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사업부장으로 채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에게 피고 베트남 사업부의 향후 사업진행 방향 등을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기도 하였다(갑 제6호증의 2). 비록 E이 독자적으로 피고의 임원을 채용할 권한은 없었고 채용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E이 피고의 부사장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E의 이직 제안 및 업무 공유 등의 일련의 행동은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의 체결에 대한 원고의 기대나 신뢰 형성 요소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F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약 10일 전인 2024. 3. 5. 피고 및 C의 실질적인 경영자 D을 만나 임원 채용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D은 원고에게 C 산하 전지 사업본부인 G의 전무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하는 등 원고가 C 산하 사업본부의 임원으로 채용되는 것에 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표명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4. 3. 13.경 C 산하 다른 임원들의 협조 하에 C 산하 전지 사업본부인 G의 사무실및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운영상황 등을 직접 확인하기도 하였다.
E은 교섭과정에서 원고의 근무시점을 2024. 4.경으로 하여 그 근무조건 등에 관한 논의를 하여 왔으므로, E으로서는 원고가 2024. 3. 무렵에는 이직을 위하여 F에서 사직할 수 있다는 점을 넉넉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D은 원고와 면담한 때로부터 2~3일 뒤에 E에게 원고를 임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E은 원고에게 그에 관한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약 10일이 지난 2024. 3. 26. 무렵까지도 원고와 사이에 근무조건에 관한 논의를 계속하였을 뿐이다.
위와 같은 피고 측의 일련의 행태를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통보로써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원고의 채용을 거부하였고, 달리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원고의 채용을 거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재산상 손해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그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일방이 신의에 반하여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교섭을 파기함으로써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참조). 한편, 계약교섭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의 이행행위를 준비하거나 이를 착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설령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위험 판단과 책임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만일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고, 바로 위와 같은 이행에 들인 비용의 지급에 관하여 이미 계약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이행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2080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이 부분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는 그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행이익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기대하고 그 이행을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 체결전에 원고에게 미리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피고와 임원 채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F에 사직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 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위자료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고, 여기에 원·피고 간의 계약 교섭의 경위, 과정, 계약 교섭 파기의 이유, 그 이후의 상황, 원고가 계약 체결을 위하여 노력한 내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5,000,000원으로 정한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2024. 3. 2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9.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윤정(재판장) 남승우 김나영
각주1) 이하 주식회사의 상호를 표시할 때에는 두 번째 기재부터 '주식회사' 기재를 생략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