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84,055,06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6. 4.부터 2026. 6. 16.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충북 음성군 소재 사업장에서 크린룸설비 및 관련 제품의 제조설치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0. 5. 27.경 피고에게 고용되어 피고가 D 청주4캠퍼스에서 시공하는 '청주 M15 Ph-1 설비 Capa-up 1차 OAC' 설치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던 근로자이다.
원고는 2020. 6. 4. 11:00경 이 사건 공사현장 4층에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OAC 필터프레임을 설치 위치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하다가 작업정지 지시를 받고 대기하던 중 위 필터프레임이 균형을 잃고 기울어지자 오른팔로 필터프레임 반대편을 감싸는 방법으로 붙잡는 과정에서 우측 전완부 심부 열상 등을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20. 6. 4. E 병원에서 봉합술을 시행받았으나,2020. 12. 4.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우측 정중신경 완전손상, 우측 척골신경 완전손상 및 우측 요골신경 불완전손상 등의 진단을, 2023. 10. 6. F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 증후군 Ⅱ형 등의 진단을 각각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이 사건 사고는 원고 본인의 고의 또는 고의에 준하는 중대한 과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
판단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운반 작업을 하던 필터프레임의 무게는 약 180kg으로서, 원고를 비롯한 5명의 근로자가 함께 작업에 투입되어야 할 정도의 크고 무거운 중량물에 해당한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취급하는 물품의 중량 · 취급빈도 · 운반거리 · 운반속도 등 인체에 부담을 주는 작업의 조건에 따라 작업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적정하게 배분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무게중심을 낮추거나 대상물에 몸을 밀착하도록 하는 등 신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자세에 대하여 알려야 한다[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24. 6. 12. 고용노동부령 제4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4조, 제666조 참조].
원고는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필터프레임을 운반하던 중 작업정지 지시를 받고 일정 시간 이상 필터프레임을 들고 있다가 기울어지는 필터프레임을 붙잡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중량물의 운반 과정에서 인체에 상당한 정도의 부담을 주는 형태로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고, 을 제1, 1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위 인정과 달리 보기 어렵다. 또한 을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필터프레임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함에 있어 신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자세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손해배상의 범위
소극적 손해
기초사항
성별 및 생년월일: 남성, G생
사고발생일, 사고 당시 연령: 2020. 6. 4., 35세 4개월 17일
여명종료일: 2066. 9. 17.
가동종료일: 가동연한인 65세가 되는 2050. 1. 17.
소득실태: 보통인부 노임 적용
후유장해 및 노동능력상실
관련 법리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는 방법에 의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 그 노동능력상실률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여 밝혀진 후유장애의 내용에 터 잡아 법관이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과 신체기능 장애 정도, 기타 사회적 · 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491 판결 등 참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을 전제로 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원고에 대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의 객관성이 결여되어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정중신경 및 척골신경의 부분마비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이 법원의 H병원장, I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 결과 및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Ⅱ형(CRPS Type Ⅱ)의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일관되게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2023. 6. 26.경 F병원에서 척수자극기 삽입술을 받는 등 적극적인 치료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통증이 지속되고 있으며, 2023. 10. 6. 복합부위통증증후군 Ⅱ형 등의 진단을 받은 후 성상신경절차단과 케타민 주입 시술, 진통제 투여 등을 통해 통증을 조절하고 있다.
H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감정의는 AMA 6판의 진단 기준에 따라 원고가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에 해당한다는 신체감정결과를 회신하였다. AMA 6판은 수정된 IASP 기준을 사용하는데, 원고는 그 신체감정절차에서 이루어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평가 결과 평가대상인 4범주 중 3범주에 해당하는 증상과 징후를 보여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임상용 진단기준을 충족하였다. 이와 같은 감정 당시의 원고의 상태에 관한 판단은 의학적 판단에 속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관한 감정인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한편, I병원 재활의학과 감정의는 원고의 말초신경손상에 국한하여 객관적 검사를 하였고 이에 대한 재활의학적 판단만을 하였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장해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은 마취통증의학과 감정의에게 유보하였다. 그러나 위 재활의학과 감정의 도 원고가 근전도검사상 관찰되는 신경손상의 범위나 정도에 비해 더 광범위하고 심하게 호소하는 신경증상에 대해 꾀병으로 볼 수 없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따른 파생적 증상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노동능력상실률의 정도
2020. 6. 4.부터 2020. 12. 3.까지: 100%(입원기간)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상해 및 후유장해의 치료를 위해 183일 동안 입원하였는바, 계산의 편의상 사고일부터 계속하여 위 기간 동안 입원한 것으로 본다.
2020. 12. 4.부터 2050. 1. 17.까지: 46.2%(복합부위통증증후군)
원고는 재활의학과 감정의가 회신한 정중신경 부분마비(13%)와 척골신경 부분마비(16%)가 마취통증의학과 감정의가 회신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46.2%)과 별도의 후유장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중복장해율(60.68%)의 적용을 주장한다. 그러나 AMA 지침에 따른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장해판정은 독립 항목(Stan Alone)이므로, 복합부위통증 증후군 Ⅱ형으로 판정하는 경우 평가대상 사지에서 추가 기타 장애는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기간에 대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46.2%로 인정된다.
구체적인 계산: 346,821,781원
적극적 손해
아래의 향후치료비 및 보조구 비용을 단리할인법에 따라 중간이자를 공제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계산하되, 최초 발생일은 각각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다음날인 2026. 3. 27.로 본다.
진료비(재진): 609,840원/년
정맥 케타민 투여 시술비: 6,025,440원/년
성상신경차단술: 2,057,520원/년
약제비: 4,808,520원/년
척수자극기 배터리 교체비용: 13,000,000원/9년
구체적인 계산: 289,316,910원
원고가 지급받은 휴업급여 96,723,680원과 장해급여 25,304,890원은 소극적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
또한 원고로서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중량물의 운반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사고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아직 그 원인인자가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환으로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극심한 자각적 증상에 비하여 일상생활의 경미한 외상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는 희귀하면서도 그 위험도나 결과의 중한 정도는 대단히 높은 질환이므로, 이러한 질환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피고로 하여금 배상하게 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법의 취지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은 점, 그 밖에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내용, 상해와 후유장해의 부위 및 정도, 치료의 경과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공제 및 책임제한 후 재산적 손해액: 257,055,060원[= (소극적 손해 346,821,781원 + 적극적 손해 289,316,910원 - 휴업급여 96,723,680원 - 장해급여 25,304,890원)× 50%, 원 미만 버림]
위자료
이 사고 경위, 원고의 연령, 직업, 가족관계, 후유장해의 부위와 정도, 치료기간, 향후 치료전망,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2,700만 원으로 정한다.
선지급 변제액 공제
원고는 피고가 가입한 근재보험에 따라 J으로부터 2억 원을 지급받았음을 자인하여 이를 손해배상 청구액에서 공제하고 있으므로, 위 선지급 변제액을 공제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84,055,060원(= 재산적 손해액 257,055,060원 + 위자료 27,000,000원 - 선지급 변제액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0. 6. 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6. 16.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윤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