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20. 8. 14. 선고 2019노1154 판결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800만 원에,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를 각 벌금 5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A, 피고인 C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2.

검사의 피고인 B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원심이 피고인 A에게 선고한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함) 제407조 제2항에서는 열차운행감시인에게 위험을 즉시 알릴 수 있도록 확성기, 경보기, 무선통신기 등 그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열차운행감시인 외에 다른 작업자들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는 열차운행감시인인 피해자 H에게 철도용 무전기를 포함하여 확성기, 호루라기, 깃발 등 이 사건 제초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하였으므로 위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피해자에게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 이 사건은 열차운행감시인인 피해자가 선로 위로 이동하는 작업자를 제지하기 위해 돌발적으로 선로 위에 올라가면서 열차와 충돌하게 된 것으로, 피해자의 사망에 관하여 피고인 C의 업무상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에 선고한 형(각 벌금 5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판결의 이유무죄 부분)

㈎ 이 사건 선로유지보수 공사의 도급인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그 사용인 피고인 C은 수급인 피고인 B 측과 마찬가지로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에 따라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방법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수급인의 근로자들이 이에 따라 작업하게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수급인과 달리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피고인 C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작업계획서 작성 등의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 또한 피고인들 모두 안전보건규칙 제408조에 따라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을 충분히 확보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 피고인 C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고발생의 경위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 B는 철도․궤도공사업을 영위하는 전문공사업체로 2016. 12. 30.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로부터 D 소재 충북선 E 기점 약 25km지점 등지에서 진행되는 ‘F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였다. 피고인 A는 피고인 B 소속의 공사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다. 피고인 C은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소속의 G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다.

나.

피고인 B는 피고인 한국철도공사(Y AF시설사업소 AG팀 담당)의 지시에 따라 2017. 10. 13. 09:45경부터 공사현장에서 위 선로유지보수 공사의 일환으로 철로의 노반 제초작업을 시행하였다(소송기록 제173~175쪽).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AG팀 소속의 M과 AH이 현장에서 작업을 감독하였다.

다.

공사현장은 하선(E→AI)과 상선(AI→E)의 양방향으로 열차가 운행되는 복선구간으로,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이 2개의 조로 나뉘어 ‘Z팀’은 하선 쪽, AA팀은 상선 쪽의 제초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증거기록 제85쪽 현장약도).

라.

Z팀은 조장 1명, 예초기 작업자 3명, 수작업자 1명, 열차운행감시인 1명으로 구성되어 하선 선로주변의 제초작업을 하였다. 피해자 H는 Z팀 소속으로 하선 방향 열차의 진행을 파악하여 작업자들에게 전달하는 열차운행감시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마.

하선 쪽의 예초기 작업자 3명은 약 50m 간격을 두고 일렬로 작업을 하고 처음 작업구간의 작업을 마치면 하선과 상선의 선로를 횡단하여 상선 선로의 노반을 따라 이동한 다음 다시 상선과 하선의 선로를 횡단하여 다음 하선 쪽 작업구간으로 이동하게 된다(증거기록 제39쪽 그림 참조).

바.

Z팀 소속 하선 쪽 열차운행감시인인 피해자는 같은 날 10:09경 AA팀 소속의 상선 쪽 열차운행감시인으로부터 무전으로 ‘상선에서 열차가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고, 다음 작업장소로 가기 위해 선로를 횡단하여 상선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Z팀 소속 예초기 작업자 L에게 알리기 위해 하선 위로 이동하다가, 마침 하선에서 작업현장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작업현장에 상․하선 열차가 거의 동시에 지나가는 상황) 하선의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3.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안전보건규칙 제407조 제2항의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 지급 의무’ 위반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가 열차운행감시인인 피해자에게 무전기 등을 지급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안전보건규칙 제407조 제2항에서 정한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07조 제2항은 사업주는 열차운행감시인을 배치한 경우에 위험을 즉시 알릴 수 있도록 확성기ㆍ경보기ㆍ무선통신기 등 그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그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란 열차운행감시인이 기관사나 역장 등으로부터 위험신호를 수신하는데 필요한 장비라기보다는 다른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즉시 알리는데 적합한 장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무선통신기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통신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열차운행감시인의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무선통신기가 다른 작업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면 설령 열차운행감시인에게 무선통신기가 지급되었더라도 위 규정에서 말하는 위험을 즉시 알릴 수 있는 적합한 통신장비라고 보기 어려운 점, 결국 무선통신기의 지급 대상은 열차운행감시인뿐만 아니라 다른 작업자들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칙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였다는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 안전보건규칙 제407조 제2항의 ‘위험을 즉시 알릴 수 있는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작업의 내용과 방법, 작업 참여자의 수, 작업환경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이 사건 제초작업은 상선과 하선 양쪽 모두 열차가 운행 중인 상황에서 철로 노반에서 이루어졌다. 작업현장은 상선 또는 하선에서 열차가 접근해 오는 경우에 모두 곡선구간을 거쳐서 오게 되어 있고 선로 주변의 수목 등이 있어서 열차운행감시인과 작업자들이 열차의 접근을 조기에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곳이다. (증거기록 제40쪽, 한국철도공사와 B가 협조하여 작업현장 근처의 철도역으로부터 작업현장의 열차 운행감시인에게 열차 운행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여 조기에 열차의 접근을 파악할 수 있는 연락체계를 갖추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로 보이지 않는데, 이 사건 당시에 그런 조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 Z팀 소속 예초기 작업자들은 총 3명으로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렬로 작업을 하며 담당구역의 작업을 마치면 다른 작업자들을 앞질러 다음 작업장소로 이동한다. 이 때 다른 작업자들이 작업 중인 하선 선로의 노반이 비좁아 그 노반을 통해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업장소를 옮기려는 예초기 작업자는 열차가 운행 중인 하선과 상선의 선로를 횡단하여 상선 선로의 노반을 따라 열차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상선과 하선의 선로를 횡단하여 다음 하선 쪽 작업장소로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목 등으로 노반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 불가피하게 선로 위로 이동하기도 한다(증거기록 제39쪽).

㈑ 예초기 작업자들이 일정한 간격(이 사건의 경우 약 50m)을 두고 일렬로 늘어서서 작업을 하고 위와 같이 선로를 횡단하여 이동하기도 하므로, 예초기 작업자와 열차운행감시인 사이의 거리는 경우에 따라 150m 이상 떨어질 수 있고, 예초기를 사용하여 제초작업을 할 때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는데다가 양방향에서 접근하는 열차나 근처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에 의한 소음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열차운행감시인의 경보가 작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예초기 작업자 L는 ‘열차운행감시인과 예초기 작업자들이 보통 150m 이상 떨어져 있고 예초기 소리 때문에 사실상 열차운행감시인의 경보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라고 진술하였다. 한국철도공사 Y 소속 M, Q, N은 ‘제초작업 시 작업자와 열차운행감시인이 150~ 200m 떨어져 있고 예초기 소리, 기타 비행기, 전투기 소리 등으로 경보소리가 작업자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작업팀의 조장 I, J도 ‘열차운행감시인과 예초기 작업자 사이의 거리가 멀고 예초기 엔진소리로 열차운행감시인의 경보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하선의 예초기 작업자들은 하선 열차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하선 열차나 하선 열차 감시인을 마주보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제초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하선 열차운행감시인의 수신호를 전달받기가 어렵다(피고인 A는 ‘작업장소에 경사면이 있고 예초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제초 작업자들이 열차가 오는 방향을 마주보고 제초작업을 하지 않고 열차 진행방향을 등지고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진술한다). 또한 작업장소를 옮기기 위해 이동하는 작업자의 경우에도 상선 선로를 따라 갈 때 하선 열차운행감시인을 바라보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므로 하선의 열차운행감시인으로부터 수신호를 전달받기 어렵다. 특히 상선과 하선의 선로를 횡단하여 이동하는 작업자에게는 접근하는 열차가 상선이나 하선 중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또는 양쪽에서 동시에 오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신호가 전달되어야 하므로, 상선과 하선 열차운행감시인들 모두와 이동 중인 작업자 사이에 즉시 연락할 수 있는 신호장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 Z팀 조장 J과 AA팀 조장 I는 모두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무전기 3대(각 팀당)를 지급받았는데 그 중 하나는 불량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결국 실제 각 팀당 열차감시원과 조장(제초작업에 참여)에게 각 2대 씩 무전기가 제공되었을 뿐이고 예초기 작업자들에게는 무전기가 지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로를 횡단하여 다음 작업장소로 이동 중의 예초기 작업자들에게 열차운행감시인이 무전기로는 즉시 경보를 전달할 수 없었고, 앞에서 살펴본 작업환경과 작업방법에 비추어 다른 신호장비로는 이들에게 즉시 위험 신호를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열차운행감시인의 무전기가 철도역으로부터 열차의 접근을 미리 통보받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던 바, 앞에서 본 작업환경과 작업방법에 비추어, 열차운행감시인과 조장에게만 지급된 무전기는 다른 개별 작업자들(특히 이동 중인 예초기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즉시 전달할 수 있는 적합한 신호장비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C, 한국철도공사가 안전보건규칙 제407조 제2항에 따라 열차운행감시인에게 ‘위험을 즉시 알릴 수 있도록 그 작업에 적합한 신호장비를 지급할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 C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

원심은 판결문 제7쪽 제13행에서 제8쪽 4행까지 피고인 C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심은 검사의 항소이유 중 일부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 C의 작업계획서 작성 및 고지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는 점과 이러한 과실과 이 사건 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하였다.)

다.

소결론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열차 시간간격 확보의무 불이행에 의한 피고인 A, C의 업무상 과실 및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인정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업무상 과실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작업은 선로의 노반에서 이루어지는 제초작업으로 철도차량을 운행하기 위한 궤도상에서 작업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거나 예정된 것은 아니고, 현장의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작업자가 궤도를 횡단하거나 궤도상을 이동하는 경우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 가지고는 위와 같은 노반 제초작업의 방법 등에 비추어 노반 제초작업의 경우에도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을 평상시와 다르게 할 필요가 있는지, 제초작업 중 위험이 발생할 때에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충분한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은 어느 정도인지, 이 사건 당시 실제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은 얼마였는지,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 수 없어, 결국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위 피고인들이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거나 그러한 안전조치 위반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내용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 A, C의 이 부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피고인 B,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이 부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또한 인정할 수 없다.)

나.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작업계획서 작성 등 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도급인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그의 사용인 피고인 C이 작업계획서 작성 및 고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한국철도공사는 철도·궤도공사업을 영위하는 전문공사업체인 B 주식회사에 선로유지보수공사를 도급한 도급인인 점, 도급계약의 성격상 적절한 작업인원,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방법 및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방법 등 작업계획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수급인인 B 주식회사에서 정할 사항으로 보이는 점, 한국철도공사의 공사설계서에 포함된 공사시방서에 ‘안전작업계획서는 수급업체 안전관리자 또는 작업책임자, 조장이 작성하여 교육을 시행하고 기록 유지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실제로도 B 주식회사의 조장이었던 I가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점, I 등 현장의 조장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다음 한국철도공사의 직원이나 관리감독자에게 결재나 승인 등을 받도록 되어 있지 않은 점, 한국철도공사의 관리감독자가 현장에서 이 사건 제초작업에 관하여 B 주식회사 소속의 근로자들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도급인인 한국철도공사 소속인 피고인 C에게 이 사건 제초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당심의 판단

㈎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는 관련 법령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 및 근로자에 대한 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관련 법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3항에서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0조 제4항은 “법 제29조 제3항에서 산업재해발생위험이 있는 장소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2호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조 제4호에 따른 철도차량(도시철도법에 따른 도시철도차량을 포함한다)에 의한 충돌 또는 협착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를 정하고 있으며, 위 시행규칙 같은 조 제5항은 “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도급인인 사업주가 하여야 할 조치는 이 규칙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규칙의 내용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 이에 따라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제12호로 “궤도나 그 밖의 관련 설비의 보수·점검작업”을 정하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4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내용” 제12항에서 “궤도와 그 밖의 관련설비의 보수ㆍ점검작업”에 관하여 작업계획서에 “가. 적절한 작업 인원, 나. 작업량, 다. 작업순서, 라. 작업방법 및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방법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

②

위와 같이 관련 법령에 따라 도급인 사업주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그 사용인으로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C은 수급인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작업계획서 작성 등의 의무를 부담한다. 도급인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수급인 피고인 B 사이에 내부적으로 수급인만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관한 도급인의 결재나 승인을 받지 않도록 정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위와 같이 법령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의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③

따라서 피고인 C, 한국철도공사는 적어도 수급인의 작업계획서에 작업방법 및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방법 등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 검토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C, 한국철도공사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작업계획서 작성 및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①

앞에서 살펴본 작업현장의 상황과 예초기 작업자들의 작업 및 이동방법 등에 비추어 열차가 접근할 경우 상하선의 각 열차운행감시인과 작업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열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작업계획서에 이러한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방법을 기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수급인측이 작성한 작업계획서(증거기록 제29쪽)에는 ‘열차 통과 시 위험하므로 작업을 일시 중지할 것’(제9항)이라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상하선의 열차운행감시인들과 작업자들 사이의 상황에 따른 연락 방법에 관하여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열차운행감시인과 작업자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경우, 양방향 열차가 동시에 접근하는 경우, 작업자가 선로를 횡단하여 이동하는 경우 등의 상황을 대비하여 상하선 열차운행감시인들 사이의 연락책임 분담이나 작업자에 대한 연락 방법 등을 정하여 둘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하선 열차운행감시인인 피해자가 상선 선로를 따라 이동 중인 작업자에게 상선 열차의 접근을 급히 알리려다가 원래 담당하던 하선 열차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거의 동시에 현장에 접근해 오던 하선 열차에 치여 사망하게 되었다. 한편 작업계획서에 상선 쪽 제초작업을 한 후 하선 쪽 작업을 하기로 되어 있던 것과 달리, 작업인원이 많아 예초기 작업자들의 이동거리가 길어 열차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두 팀으로 나누어 상선과 하선을 동시에 작업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변경 전의 계획대로 작업을 하였다고 해도 상하선의 열차운행감시인과 작업자들 사이의 연락체계나 방법을 정하여 둘 필요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②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그의 사용인 피고인 C은 열차 운행에 의한 충돌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노반 제초작업을 수급인에게 하도록 하면서 작업계획서의 작성을 수급인에게 일임한 채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 C은 관련 법령에 따라 수급인의 작업계획서를 검토하여 안전조치방법이 제대로 기재되도록 조치를 취하고 그러한 내용이 작업자에게 고지되도록 하였어야 한다.

㈐ 피고인 C의 작업계획서 작성 및 고지의무 위반행위는 앞에서 본 안전보건규칙 제407조 제2항의 위반행위와 더불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 C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부와 관련하여 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 C의 업무상 과실이나 안전조치 의무위반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만이 아니라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②

한국철도공사에서는 2016년까지 직영으로 선로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7년 1월경부터 이를 도급화 하였다. 2016. 6. 1.경부터 한국철도공사의 G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지위에 있었던 피고인 C은 관할지역 내에 있는 이 사건 작업현장이 복선구간으로 양방향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초작업이 진행되는 점, 작업현장의 상황과 작업방식에 따르는 위험요인 등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③

피고인 한국철도공사는 철도 여객 및 화물운송, 철도시설의 유지 보수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그 소속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피고인 C이 수급인과 협조하여 작업계획서 작성의무를 이행하였다면 어렵지 않게 위험요인에 대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여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작업현장 인근의 열차 역에서 열차의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열차운행감시인에게 미리 연락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열차는 당일 인근 AJ역을 10:07경 통과하여 10:09경 피해자를 충격하였고, 그 열차의 기관사는 사고 장소의 선로 근처에서 제초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중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작업계획서 작성 등 의무 위반에 관한 부분은 이유 있다.

5.

피고인 A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의 유가족이 당심에서 피고인 A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점, 피해자의 부주의도 사고발생의 한 원인이 된 점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무거워서 부당하다.

6.

결론

피고인 A의 항소는 이유 있고, 검사의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항소는 위 인정범위 안에서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및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한편 피고인 C,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의 항소,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도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전부 파기하므로, 주문에서 이를 따로 기각하지 않는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