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8. 2. 8. 선고 2017노36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F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과 F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하도급 관계에 불과하고 하도급 대금의 직불을 위하여 근로계약의 외형을 갖추었을 뿐이다. 따라서 F를 피고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로 볼 수 없다.

2)

H가 현장소장으로서 피고인의 근로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H는 현장소장으로서의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그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2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F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광주 북구 C에 있는 유한회사 D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근로자 5명을 고용하여 건설업을 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5. 8. 3.경부터 2015. 11. 30.경까지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속초 E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무한 후 퇴직한 근로자 F의 2015. 11.경 임금 350만 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F가 피고인의 근로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과 F 사이에는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

②

이와 별도로 피고인과 F 사이에 하도급계약이 존재하기는 하나, F는 피고인의 요청으로 하도급공사를 하면서 피고인 측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위와 같은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여 F의 주장은 신빙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③

피고인은 F에 대한 급여지급의무가 있다는 전제에서 원청인 주식회사 이에스종합건설에 직불지급동의서를 작성해준 바 있고, 2015. 11. 19.경에는 F에 대한 인사발령통지도 하였다.

④

F는 2016. 11.경 피고인을 상대로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 임금 35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6. 11. 28.경 이행권고결정을 발하였는데,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2016. 12. 17.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다.

당심의 판단

1)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도10096 판결 등 참조).

2)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F가 피고인의 하수급인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F는 2015. 8. 3.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유한회사 D(이하 'D'이라 한다)로부터 D이 시공하는 속초시 E 아파트 신축공사 중 소방배관 부분의 수압공사, 설비배관부분의 수압 및 냉매배관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5억 600만 원에 하도급받았다. 동시에 F는 D로부터 매달 450만 원(급여 350만 원, 경비 100만 원)을 받고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무렵부터 2015. 11. 30.경까지 위 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다.

그렇다면 F가 피고인의 하수급인으로서 하도급용역만을 제공하였는지 아니면 그와 동시에 피고인의 근로자로 고용되어 종속적인 노무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 F의 하수급인으로서의 업무와 근로자로서의 업무를 분리할 수 있는지(예를 들어 F가 하도급계약의 대상인 이 사건 공사뿐만 아니라 같은 현장의 다른 공사부분의 현장감독 업무도 수행하였는지, 하도급대금과 별도로 급여를 수령하였는지 등), ㉯ F가 D의 임직원들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F는 원심 법정에서 자신의 현장소장으로서의 업무는 D로부터 하도급받은 이 사건 공사로 국한되었고 다른 공사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소장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에서 정한 급여 및 경비는 하도급대금에 모두 포함되어 있어 하도급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는 별도로 지급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을 비롯한 D의 임직원들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F를 구체적으로 지휘 · 감독하였다고 인정할 증거 또한 없다.

그렇다면 F는 비록 D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근로자로서가 아니라 D의 하수급인으로서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을 여지가 많다.

②

피고인은 2015. 11. 17.경 F와의 이 사건 공사계약을 해지하였다. 그러나 하도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하여 이전까지 D의 하수급인으로서의 지위에 있던 F가 그때부터 D의 근로자로 지위가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 F가 하도급계약이 해지된 때로부터 추가로 약 2주간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근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F가 그 이전과는 달리 피고인이나 D이 새로 고용한 다른 현장소장의 지휘 · 감독을 받게 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들어 F가 2015. 11. 17.경부터 D의 근로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고, 비록 하도급계약은 해지되었으나 새로운 현장소장이 올 때까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수급인으로서의 용역을 제공해 준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한편 도급계약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사계약 해지와 고용계약을 전제로 한 인사발령통지는 양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계약 해지 후에 F에 대한 인사발령통지를 한 것은 근로계약서로 작출된 외관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③

피고인이 F와 인부들의 노임에 대한 직불지급동의서를 원청에 작성해 준 사실은 있으나, 이것이 바로 피고인과 F 사이에 고용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도급계약서(증 제2호)에는 D이 매월 노무비 기성청구 금액의 85%를 F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자재 및 공구도 D이 공급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F가이 사건 공사로 받은 공사대금은 대부분이 인건비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④

D과 F가 작성한 확약서(증 제3호)에는 F의 출퇴근시간과 음주 문제를 감독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제3자에게 시공상세도면을 요구할 때는 D과 F가 5:5로 비용을 부담하고, 원청의 기성 발생 전에는 D에서 노무비와 식대, 경비를 지출한다는 등 고용계약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조항들이 존재한다.

⑤

원청인 주식회사 이에스종합건설(이하 '이에스종합건설'이라 한다)이 F와 그가 고용한 다른 노무자들에게 하도급대금 또는 임금을 직불하기 위해서는 F 명의의 근로계약서가 반드시 필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에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 아닐 합리적 의심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3)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중 H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H의 근태 불량만으로 임금 미지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H의 근태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볼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의 유죄이유에 더하여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H가 근무시간 중에 일부 태만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전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② 피고인이 H에게 성실하게 근무할 것을 촉구하거나 근무태만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H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H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이유 없으나, F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