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 회사는 강릉시에서 보통여객 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 A은 2020. 3. 17., 원고 B는 2021. 10. 30., 원고 C은 2020. 1. 11., 원고 D은 2018. 6. 27. 각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 회사 소유의 택시를 운전하였고, 원고 B는 2024. 2. 28., 원고 A, C, D은 각 2024. 4. 30. 각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였다. 원고들의 각 근로계약서에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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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형태 및 임금지급방식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재직기간 동안 근무일의 총 운송수입금에서 '운송수입금 기준액'(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 회사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의 일부를 원고들의 수입으로 하며, 피고 회사로부터 기본급 및 각종 수당 등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다.<1>
최저임금법의 개정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위 법률 부칙 제2호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 제1항 제2호에 따라 2010. 7. 1.부터 강릉시에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었다.
입금협정의 체결
피고 회사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3년경에 설립되었고, 피고 회사와 2015. 7. 31. 단체협약을, 2016년경, 2017년경, 2022년경 각 임금협정을 각 체결하였다.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었던 단체협약 및 입금협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5년 단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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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임금협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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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임금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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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임금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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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개별적으로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 이상으로 정하였으나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실질적인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합과 사이에 2016년 1일 3.1시간, 2017년에는 1일 2.8시간, 2022년 1일 2.25시간까지 지속적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입금협정을 체결하여 왔다(이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의 단축합의는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소정근로시간을 최소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주휴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구체적인 금액의 산정은 별지2 최저임금 미지급액 계산내역, 별지3 주휴수당 미지급액 계산내역, 별지4 야간근로수당 미지급액 계산내역, 별지5 퇴직금 미지급액 계산내역의 각 기재와 같고, 위 각 미지급 최저임금, 주휴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의 합계액을 기재한 것이 별지1 청구금액표의 각 원고별 합계액란 기재 각 돈이다. 결국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청구금액표의 각 합계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의 효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에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규정하여(제2조 제1항 제8호) 노사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 뿐으로,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그와 같은 사유로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의 예외적인 성격에 비추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37460 판결 등 참조). 한편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다22918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의 교통안전관리공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원고들의 최저임금청구기간 중 실제 근로시간이 임금협정에서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을 상당히 초과하였던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1항에서 인정한 사실과 거시한 증거 및 을 제1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2016년, 2017년, 2022년의 각 임금협정에 따른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특례조항 등 강행법규의 적용을 잠탈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2016년, 2017년, 2022년의 각 임금협정에 따른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이와 같이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등을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개념이다.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과는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게 피고 회사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기준운송수입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은 원고들이 보유하고, 피고 회사로부터 위 기준운송수입금에 따른 일정액의 기본급 및 수당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이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게 지급하는 기준운송수입금을 주요한 재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근로형태 및 임금체계 등의 특성상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바,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2010. 7. 1.부터 강릉시에서 시행되었고,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3년경에 설립되어 2015. 7. 31. 피고 회사와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 또는 위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에 피고 회사의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 40분 이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2016년 1일 3.1시간, 2017년에는 1일 2.8시간, 2022년 1일 2.25시간까지 지속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고, 2.25시간은 통상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긴 하나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이 높다거나 빈도가 잦았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들은 2016년, 2017년, 2022년의 각 임금협정에 따른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임금협정의 과정이나 경과, 그 전후 사정,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여부 등에 관하여 유의미한 주장과 증명을 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 강원도는 2013년경부터 택시운송사업자 사납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택시요금을 인상하고,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질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고, 강원도의 택시 운임은 2013. 5.경 기본요금 2,200원에서 2,800원으로, 거리운임 165m당 100원에서 152m당 100원으로 증가하였고, 2019.4.경 기본요금 2,800원에서 3,300원으로, 거리운임 152m당 100원에서 133m당 100원으로, 2022. 4.경 기본요금 3,300원에서 3,800원으로 각 증가하였다. 그리고 2015년경부터 택시호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종전의 배회 영업형태(손님이 나타날 때까지 운행하는 방식)에서 대기식 영업형태(특정한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방식)로 근무형태가 대폭 변화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의 변화와 택시들의 영업거리는 감소하였으나 운송수입금이 증가하는 등 근무형태, 운행시간의 변화 및 택시운전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정책 등과 같은 사정들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내용에 반영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바,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반드시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피고 회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피고 회사로서는 수익구조에 의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비하여 기준운송수입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원도의 정책으로 인해 기준운송수입금의 인상은 최대한 억제되었다. 반면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는 오직 기준운송수입금을 기준으로만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받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원고들로서도 기준운송수입금이 동결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그 납부의 부담을 덜고 근무환경 변화 등으로 늘어난 운송수입금 중 초과 운송수입금을 더 보유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낮은 소정근로시간에 합의하는 대신 기준운송수입금 인상을 피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합의가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전후 근로시간 변경이 없다는 등의 사유로 위 합의를 무효로 본다면,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들에게 기존 소정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 의무를 부담하게 되면서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가 유효함을 전제로 그간 택시운임에 비하여 소폭 인상에 그쳤던 기준운송수입금은 그대로 고정됨으로써 피고 회사 운영의 재원이 대폭 감소하게 되는바, 이와 같은 사정은 피고 회사와 근로자들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인데다, 피고 회사의 재무 상황의 현저한 악화로 인하여 피고 회사의 현재 근로자들의 이익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다.
최저임금법과 이 사건 특례조항은 단순히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소정근로시간으로 산정된 시간당 최저임금액 이상의 고정급을 줄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노사가 자유롭게 합의할 수 있다. 즉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이 모두 각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한 후 진정한 의사에 따라 고정급 비율의 강화라는 이 사건 특례조항에 반하지 않는 임금 구조를 만들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명시적인 합의를 이루었다면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그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고,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이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이와 같은 단축 합의를 신뢰하고 장기간 형성된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쉽게 무효화하여서는 안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현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