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관련 법리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Y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강행법규로서의 취지와 규범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의도로 단지 형식적으로 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2017년 및 2018년의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17년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고 약 8년이 경과 한 후 이루어진 것으로서, 소정근로시간의 단축과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그 합의 당시 피고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2016년에는 택시의 운행 효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하였고, 이러한 영업환경의 변화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나 근무형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므로, 2017년 소정근로시간 합의 당시 종전과 비교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18년도 임금협정은 전년도인 2017년 임금협정의 내용과 비교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전혀 단축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사납금도 전년도 임금협정의 내용과 동일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2013년 임금협정은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명시하고 있고, 2015년, 2016년 임금협정은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최저임금이 계속 상승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피고는 2017. 4. 1.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이면서 이를 2017. 1. 1.부터 소급 적용하는 2017년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하였다.
이는 2013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에 비해 40%나 급격히 단축된 결과일 뿐 아니라, 통상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으로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서울특별시는 택시운송사업자들에 대하여 Z운송사업조합과 V지역본부 사이에 체결된 2017년 중앙임금협정을 준수하여 개별 임금협정을 체결할 것을 적극 권고하였는데, 1일 4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2017년 중앙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5시간 30분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2017년 임금협정 전후에 1일 배차시간과 월 근로일수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데, 원고들과 같은 서울 소재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고정급의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위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한편 위 기간 동안 택시요금이 인상되거나 평균 영업횟수 등이 감소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정액사납금제하에서 근무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기준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근로시간 또는 영업시간의 감소와 관계될 뿐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감소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사정이 곧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비율 및 급격성 등을 고려하면, 설령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기준운송수입금 인상을 반대하였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해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적용의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과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7년의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있고, 그 이후 이루어진 2018년 소정근로시간 합의도 마찬가지이다.
소결론
결국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2017년, 2018년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모두 유효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피고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초과운송수입금에 대하여 피고의 지배․관리가 인정되므로, 초과운송수입금의 60%를 피고가 배분받기로 한 임금협정에도 불구하고 그 전부를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평균임금 산정, 신의성실의 원칙, 처분문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김상환(주심) 박영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