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1. 6. 15. 선고 2018가단308183 판결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72,430,805원과 이에 대하여 2018. 10. 17.부터 2021. 6. 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사실

(1)

피고 주식회사 B과 피고 주식회사 C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하는 전기공사를 주로 수행하는 회사로서, 동일인이 지배하고 사무실이 붙어 있기 때문에, 평소 소속 근로자를 엄밀하게 구분하여 공사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섞어서 투입하였다.

(2)

한국전력공사 횡성지사는 강원 횡성군 D 일원의 E~F 구간 ‘무정전(無停電) 수목 근접개소 해소공사’(한국전력공사에서 일대의 전력공급을 차단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수목에 근접해 있는 전주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공사, 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피고 주식회사 C에 발주하였다. 피고 주식회사 C 소속 G이 현장소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을 관리․감독하였으나, 피고 주식회사 B 소속 근로자인 원고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 투입하였다.

(3)

원고는 H생으로 약 30년간 전기공사에 종사하였고 2006년에 무정전 배전(활선) 공사를 할 수 있는 기능자격을 취득한 숙련된 전기공사기술자로서, 2016. 12. 1.부터 피고 주식회사 B에 고용되어 일하였다. 원고는 2018. 2. 7. 15:23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버켓트럭에 탑승하여 전주에 설치된 고압선을 절단하고 변압기COS(변압스위치)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원고는 작업을 E 전주에서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무정전 전기공사의 업무처리기준에 따라 절연용 고무장갑과 고무소매를 착용하고 E 전주에서 고압선을 제거하였다. E 전주에서 고압선을 절단하면 절단 부위 다음에 위치하는 I 전주 이후부터는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E 전주 자체에는 여전히 전류가 흐르는 상태임에도, 원고는 작업상 편의를 위해 절연용 고무장갑과 고무소매를 벗고 목장갑만낀 채 변압기COS 교체작업을 하던 중 피뢰기에 팔 부위를 접촉하여 고압전류에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4)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는 두 팔에 전기화상(체표면적의 18%는 4도 화상, 2%는 3도 화상)을 입어 치료과정에서 두 팔을 절단하였다. 이로 인해 원고는 노동능력의 83.19%[= 우측 팔 절단 59% + (잔여 노동능력 41% × 좌측 팔 절단 59%)]를 상실하였다.

(5)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부터 산재요양종결일인 2020. 6. 30.까지 산재요양급여로 치료를 받았고(요양급여 268,707,530원, 2종요양비 48,115,650원), 산재요양기간에 휴업급여 125,054,420원, 간병비 44,770,200원(간병료2등급 1일 51,460원 기준, 870일분)을 지급받았으며, 요양종결 후 산재 장해등급 1급 5호(두 팔을 팔꿈치관절 이상에서잃은 사람), 14급 10호(국부에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 및 수시간병급여 지급대상자로판정을 받아 여명기간 동안에 월 6,093,180원의 장해보상연금(= 평균임금 222,244원 × 1년 329일분 / 12개월)과 1일 27,450원의 간병급여를 지급받게 되었다. 그 밖에 원고는 산재요양급여의 일종으로 2019. 2. 27. 두 팔의 의지(내구연한 4년) 구입비용 2,500,000원을 지급받았다.

(6)

피고 주식회사 B은 원고에게 2018. 2.경 치료비 명목으로 11,000,000원, 2018. 5. 28.경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3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22호증,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G의 증언, 이 법원의 한국전력공사,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나.

판단

(1)

피고 주식회사 B은 원고의 사용자로서, 피고 주식회사 C는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는 사업주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가 무정전 전기공사의 업무처리기준을 준수하도록 교육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원고가 작업상 편의를 위하여 절연용 고무장갑과 고무소매를 벗고 목장갑만 낀 채 변압기COS 교체작업을 하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원고는 전기공사에 오랜 기간 종사한 숙련된 전기공사기술자로서 무정전 전기공사의 업무처리기준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작업상 편의를 위하여 무정전 전기공사의 업무처리기준을 위반하고 절연용 고무장갑과 고무소매를 벗고목장갑만 낀 채 작업을 하다가 감전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원고의 과실은 70%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산재보험급여액 공제에 관한 법리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 이 경우 장해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연금을 받고 있는 자는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은 것으로 본다.” 라고 규정하여 손해의 이중전보를 금지하고 있다.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재해근로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 등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에 그 급여액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그 손해의 성질 및 발생기간 등이 동일하여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 사이에서만 할 수 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95360, 2013다95377판결 참조).

(2)

산재보험제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보험급여가 결정․지급되며 재해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재해근로자 본인의 과실 유무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제도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재해근로자 본인에게 과실이 없어 과실상계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금액이 산재보험급여액을 상회하여 재해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그 차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지만, 재해근로자 본인에게 과실이 있어 과실상계를 하는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금액이 산재보험급여액에 미달할 수 있고 이때 재해근로자는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을 뿐 사용자에 대하여 추가로 민사상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거기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하여야 하고(이른바 ‘과실상계 후 공제설’), 그 공제되는 보험급여에 대하여는 다시 과실상계를 할 수 없으며, 보험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후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를 한 전액이라는 것이 종래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었다(대법원 1989. 4. 25. 선고 88다카5041 판결,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0149 판결 등 다수).

한편, 최근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른바 ‘과실상계 후 공제설’을 채택하였던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고 ‘공제 후 과실상계설’을 채택하였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종래의 ‘과실상계 후 공제설’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액을 축소하여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였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앞으로는 피해자의 보호에 더욱 충실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경우에는 그 재원이 주로 일반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본인 또는 그 가족이 납부하는 보험료에 기초하여 요양급여를 받은 것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피해자 본인 또는 그 가족이 가입한 손해보험의 보험자로서 기능하는 측면이 커,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경제적 합리성의 측면에서도 근거가 부족하였다.

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는 근로자에 대한 생활보장적 성격을 갖는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과 관련해서는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진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참조). 산재보험제도는 그 재원이 주로 사용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에 기초하여 조성되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사용자가 가입한 책임보험의 보험자로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것이어서, 재해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사안에서는 여전히 기존 판례인 ‘과실상계 후 공제설’이 타당하다. 재해근로자에게 재해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과실상계를 하지 않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산재보험급여가 결정․지급된다는 점에서 근로자에 대한 생활보장적 성격이 구현된 것이므로,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재해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제 후 과실상계설’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재해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할 필요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서 정한 산재보험급여액 산정기준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나.

원고의 청구 요지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일실수입, 산재요양종결일(2020. 6. 30.)까지의 기왕 치료비, 기왕 개호비는 청구하지 아니하고, 산재요양종결일 이후의 향후 치료비, 보조구 구입비, 개호비,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다.

재산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향후 치료비

㈎ 이 법원의 J학교 K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원고의 화상 흉터를 호전시키기 위하여 2차례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비용은 23,708,0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부터 산재요양종결일인 2020. 6. 30.까지 산재요양급여로 모든 치료를 받았으며, 이와 별도로 2018. 2.경 피고 주식회사 B으로부터 치료비 명목으로 11,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향후 치료비는 7,112,400원[= 23,708,000원 × (1 – 원고의 과실 0.7)]이지만, 피고 주식회사 B이 2018. 2.경 원고에게 치료비 11,000,000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향후 치료비 배상청구권은 모두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향후 치료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2)

보조구 구입비

㈎ 이 법원의 J학교 K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두 팔을 상실하여 여명기간 동안 4년마다 두 팔의 의지(구입비용 1회 250만원)를 구입․착용하는 것이 필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원고가 산재요양급여의 일종으로서 2019. 2. 27. 두 팔의 의지(내구연한 4년) 구입비용 2,5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앞으로도 여명기간 동안 4년마다 근로복지공단에 두 팔 의지 구입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을 수 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제4항 제2호, 동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2호 가.목 참조). 따라서 원고의 향후 보조구 구입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개호비

㈎ 이 법원의 L학교 부속 M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두 팔을 상실하여 식사 및 개인위생 등을 위해 성인 1명의 상시 개호가 필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종결 후 수시간병급여 지급대상자로 결정되어 여명기간 동안에 1일 27,450원의 간병급여를 지급받게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수급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지만,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방법․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게 급부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8두16780 판결 등 참조). ‘재해근로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그의 여명기간까지 간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현실적으로 지급받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장래의 보험급여액을 개호비 상당의 손해액에서 미리 공제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60933 판결 등). 이러한 판례는 근로복지공단이 아직 간병급여 지급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사법원이 손해배상금액을 산정할 때 미리 장래에 간병급여가 지급될 것이라고 가정하여 공제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이미 근로복지공단이 간병급여 지급결정을 하여 재해근로자의 구체적인 수급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 산재요양종결 다음날인 2020. 7. 1.부터 기대여명기간(이 사건 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21.12년)의 말일인 2039. 3. 6.까지 18년 10개월(226개월)간의 개호비로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하는 금액은 62,430,805원[= {성인 1일 8시간 개호비 단가 138,290원 × (1 – 원고의 과실 0.7) - 1일 간병급여 27,450원} × 365일 / 12개월 × 226개월의 호프만지수 146.2221), 단리할인법에 따라 중간이자를 공제하고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림]이다.

다.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원고의 과실 정도, 원고의 연령, 상해의 정도와 치료기간, 후 유장해 정도, 피고 주식회사 B이 2018. 2.경 법적으로 배상의무가 있는 향후 치료비 7,112,400원을 초과하여 치료비 11,000,000원을 지급하였으며, 2018. 5. 28.경 원고에게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30,000,000원을 지급하였던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위자료를 10,000,000원으로 정한다.

3.

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합계 72,430,805원(= 개호비 62,430,805원 + 위자료 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사고일인 2018. 2. 7.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6. 15.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승패비율에 따라 분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