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3. 10. 12. 선고 2021가합5047 판결

2023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 및 원고(반소피고)들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본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 및 원고(반소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들은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들은 각 피고들에게 고용되어 복격일제(2일 근무, 1일 휴무) 형태로 근무를 하는 택시운전근로자 또는 그와 같이 근로하다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근로형태 및 임금지급 방법

원고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기준운송수입금(사납금) 명목으로 피고들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이 보유하며, 피고들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4>

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1)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10. 7. 1.부터 피고들이 소재한 원주시 지역에 시행되면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었다.

2)

피고 합자회사 L(이하 ‘피고 L’라 한다)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인 2003년에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정하였으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인 2017년에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그 변화 과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피고 J 합자회사(이하 ‘피고 J’라 한다)는 2010. 6. 7. N노동조합 O지부와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정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7시간으로 정하였으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인 2010. 11.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정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하였고, 그 후 여러 차례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바 그 변화 과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4)

피고 K 합자회사(이하 ‘피고 K’이라 한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정하였으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인 2010. 12.경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하였고 그 후 여러 차례 임금협정이 체결되었는데, 그 변화 과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5)

피고 주식회사 M(이하 ‘피고 M’이라 한다)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인 2009년에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정하였으나 2010. 6. 7. N노동조합 O지부와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정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7시간으로 정하였다. 그 후 여러 차례 단체협약 등이 체결되었는데, 그 변화 과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법정 최저시급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결정, 고시한 연도별 각 시간급 최저임금(이하 ‘최저시급’이라 한다)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8, 11, 14호증, 을라 제4호증, 을마제1 내지 3, 5 내지 12, 16, 28, 29, 3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 주장

1)

원고들

가)

미지급 임금 청구

피고들과 소속 근로자들이 체결한 임금협정 및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단축 합의(이하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는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에 대한 최저임금 계산 시, 피고 L의 경우 2003년 취업규칙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 피고 K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작성한 연구보고서로 확인된 소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 피고 J의 경우 2010. 6. 7. 체결한 노사합의서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인 1일 7시간, 피고 M의 경우 N노동조합 O지부 관련회사로서 2010. 6. 7. 노사가 함께 참여하여 체결한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인 1일 7시간을 적용하여야 한다.

한편,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이하 ‘비교대상 임금’이라 한다)에는 기본급과 상여금 및 각 피고들의 임금협정, 취업규칙 등에 기재된 제수당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금액표 ‘미지급 임금’란 기재와 같이 각 최저임금 부족액 상당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미지급 퇴직금 청구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당시 위와 같이 추가 지급되어야 하는 최저임금 미달액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도 재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시 계산한 별지 청구금액표 ‘미지급 퇴직금’란 기재와 같은 퇴직금 부족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

가)

피고들이 최저임금을 미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

이 사건 특례조항은 2010. 7. 1. 원주시에서 시행되었는데, 그 이후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임금협정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상호 자발적인 의사에 기초한 것이고, 택시요금 인상, 택시호출앱 사용 등으로 인하여 운행형태가 변화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는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의 근무형태 및 운행시간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므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 합의라고 보아야 한다.

설령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들과 피고들이 당시 위 합의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합의하였을 소정근로시간을 밝혀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적정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증명이 없고, 피고 K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작성한 연구보고서로 확인된 소정근로시간을 피고들 소속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소정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우며, 피고 M의 경우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피고들이 각 노조와 협의하여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미지급 임금을 계산하여야 한다.

나)

신의칙 항변

피고들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운송수입금을 종전과 비슷하게 유지할 것을 선호하여 그와 연동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는데,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를 하는 것은 취업규칙 또는 임금협정을 신뢰하여 기존운송수입금을 수령한 피고들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청구가 인용된다면 피고들은 막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도산할 우려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된다.

다)

상계 항변(피고 K)

피고 K은 위 피고로부터 초과운송수입금을 수령한 원고 A에 대하여 초과운송수입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있으므로, 이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

나.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2)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구체적 판단

피고 J의 경우 2010년 11월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2011년에는 1일 4시간으로, 2016년에는 1일 2.7시간, 2017년에는 1일 2.5시간, 2019년에는 1일 2.1시간으로 수차례 단축한 사실, 피고 K의 경우 2010년 12월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2012년에는 1일 4시간으로, 2014년 7월에는 1일 2시간 30분으로, 2018년에는 1일 2시간으로 수차례 단축한 사실, 피고 L의 경우 2017년 단축 합의로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한 사실, 피고 M의 경우 2011년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2013년에는 1일 4시간으로, 2017년에는 1일 2시간으로 수차례 단축하였다가 2020년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와 갑 제13호증, 을가 제9,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통하여 원고들의 시간당 고정급의 액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거나 이 사건 특례조항 등 강행법규의 적용을 잠탈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들은 피고들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사용자인 피고들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었고,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설정한 소정근로시간은 기본급 등의 지급을 위하여 노사간의 합의로 임의로 정한 시간을 의제한 것일 뿐 근로자들 별로 평균 운행시간 등을 실제로 확인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기초로 하여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전후에 실제 근로시간에 변경이 있는지 여부로 위 단축 합의의 효력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고,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으로서 실근로시간과는 개념상 구분되며(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을 사용자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은 그대로 자신의 수익으로 취득하므로, 이러한 초과운송수입금을 취득하기 위하여 운행하는 시간은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와 같은 특별한 사정, 즉 소정근로시간을 단순히 형식적으로 또는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정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들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②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고정급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교통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정급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필연적으로 사납금이 인상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제정될 당시 택시운송업계의 수입구조에 비추어볼 때 택시운송사업자의 주요 재원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사납금이었으므로, 별도로 경비절감이 기대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 사건 특례조항에 의하여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고정급이 증액되고 그 결과 사납금 인상도 예견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이 입법된 취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규에서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송사업자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운송수입금의 비중을 점차 높여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및 이를 통한 완전월급제를 유도하는 취지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은 전액관리제의 시행과 맞물려 시행되어야 할 측면이 있으나, 여전히 택시업계의 운송수입금 관리 및 임금체계는 사납금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③

이 사건 특례조항이 제정된 후 강원도는 2013년경부터 택시운송사업자 사납금 인상을 제한하면서 택시요금을 인상하고,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질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강원지역의 택시 기본요금, 할증요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변경되었다.

또한 2015년경부터 택시호출 서비스가 보편화됨으로써 택시영업 형태가 기존 ‘순항배회형’에서 ‘순항배회형 + 호출형’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2017년 강원도 택시의 일평균 주행거리가 2013년 대비 265.56km에서 242.53km로, 일평균 영업거리도 135.76km에서 118.36km로 줄어든 반면, 1대당 일평균 운송수입은 136,839원에서 141,845원으로 늘어나는 등 택시운행수입이 향상되었다. 2019년 택시요금이 인상된 후에는 강원도 법인택시의 1일 주행거리가 299.98km에서 241.76km로, 영업거리도 156.9km에서 121.95km로, 영업횟수 역시 37.95회에서 34.43회로 줄어든 반면, 1일 평균운송수입금은 181,222원에서 195,974원으로 증가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영업환경이 개선되었다.

④

한편, 위와 같이 운행거리의 단축 등으로 인해 택시운송사업자의 대당 운송원가는 감소되었으나, 택시운전근로자가 줄어들어 강원도 내 1대당 근로자 확보율(면허대수 대비 근로자수)이 2009년 1.185명에서 2021년 0.893명까지 낮아지는 등 택시운전근로자 감소 현상이 강화되었고, 그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별 택시 보유대수도 감소하여 택시운송사업자의 매출액인 운송수입이 감소하였다. 이에 더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평균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피고들은 정상적으로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당시 피고들이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정도로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⑤

이와 같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당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환경 및 근무시간이 변화하였던 점, 이 사건 특례조항이 제정된 후 이 사건 각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전후하여 강원도가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처우개선 정책을 추진하여 사납금 인상을 억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함에 있어 이러한 상황의 변화, 즉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영업거리·근무시간 감소, 운송수입금 증가 등 근무형태, 운행시간의 변화 및 택시운전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정책 등과 같은 사정들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동기, 내용에 반영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강원지역의 택시요금은 2013년, 2019년 두 차례 인상되었으나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2010. 7. 1. 이후부터 2019년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형태 및 운행시간의 변화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사납금제를 유지하는 것이 불이익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하여 자발적으로 합의한 것으로서 근로자들이 이와 같이 합의한 배경에는 근로형태나 운행시간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으므로, 택시요금이 인상된 시점과 각 합의의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단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⑥

만약 소정근로시간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해당 연도의 최저임금이 증가할 경우 최저임금법 준수를 위하여 시간당 고정급이 높아져야 하고 이에 따라 시간당 고정급에 소정근로시간을 곱한 고정급 총액이 증액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그 재원 마련을 위한 사납금 증액의 압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인해 사납금 인상은 제한되었다. 반면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는 오직 사납금을 기준으로만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받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원고들로서도 고정급 총액이 증액됨으로써 사납금 상승을 유발하는 것보다는 사납금이 동결됨으로써 사납금 납부의 부담을 덜고 근무환경 변화 등으로 늘어난 운송수입금 가운데 사납금을 납부하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을 더 획득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납금이 동결되면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사납금 부담이 증가하지 않게 되어 초과운송수입금을 더 획득하고자 추가 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줄어든 근무시간 이외의 시간에 휴식을 취할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즉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정근로시간에 합의하는 대신 사납금 증액을 피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합의가 반드시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⑦

최저임금법과 이 사건 특례조항은 단순히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소정근로시간으로 산정된 시간당 최저임금액 이상의 고정급을 줄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노사가 자유롭게 합의할 수 있고, 이 사건 특례조항이 제정되었을 당시 입법자 또한 택시운전근로자들에 대하여 소정근로시간의 하한을 정한 바 없다. 즉 피고들과 노동조합이 모두 각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한 후 진정한 의사에 따라 고정급 비율의 강화라는 이 사건 특례조항에 반하지 않는 임금 구조를 만들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명시적인 합의를 이루었다면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그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고,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이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이와 같은 단축 합의를 신뢰하고 장기간 형성된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쉽게 무효화하여서는 안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⑧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곧바로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거나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생활의 안정, 국민의 안전과 교통편익을 추구하고자 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사납금 제도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더 많은 초과운송수입금을 취득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운행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운전할 위험이 크다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되었거나 그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설령 사납금 제도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납금 제도의 문제점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로 인해 확산되었거나 가중되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⑨

또한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최저임금의 상승률을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 5~9% 정도로 상승하였으나 2018년에는 16.38%, 2019년에는 10.89%로 그 상승률이 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하였는데, 이와 같이 2018년에는 피고 입장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부담의 위험이, 택시운전근로자 입장에서는 세금,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이 커졌음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별도로 2018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하지 않았으므로(피고 K은 2018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하였으나 이는 최저임금 고시일 이전일 뿐만 아니라 1인 1차제로의 변경 및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른 것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한 주된 의도가 최저임금법 저촉의 회피에 있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⑩

한편, 피고 K은 2017년 최저임금이 7.3% 인상되었음에도 오히려 소정근로시간을 1일 2시간 30분에서 1일 3시간으로 확대한 점, 피고 L의 경우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되었음에도 2017년 한 차례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하였을 뿐 그 외 피고 L와 노동조합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5>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강행법규를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들의 본소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피고 L, M)

가.

피고 L, M의 주장 요지

1)

피고 L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일 경우 위 피고와 노조는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사정을 알았다면 사납금을 종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원고들은 매출로 인정되어 세금을 납부하여야 하는 사납금이 증가하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초과운송수입금이 증가하는 것을 선호하였고, 그 논리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소정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데 반대하거나 축소할 것을 요구하였는바, 이러한 요구는 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들의 압박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사납금을 받아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최저임금 이상의 고정급을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위 단축 합의가 무효로 되면 이와 연동하여 사납금에 관한 조항도 함께 무효가 된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임금 인상에 맞추어 사납금도 적절히 인상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위적으로 위와 같이 인상되었어야 할 사납금 액수와 원고들이 기존에 납입한 사납금 액수의 차액을, 예비적으로 원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다.

2)

피고 M

원고 H의 본소 청구가 인용될 경우 원고 H은 피고 M에 2017. 2.경부터 2019. 5.경까지 원고 H이 피고 M에 납부한 운송수입금과 운송기록장치에 의한 운송수입금 사이의 차액 44,621,204원 및 위 기간 동안 피고 M이 원고 이정화에게 선지급한 수당 11,783,112원의 합계 56,404,31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의 반환 또는 채무불이행,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본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위 피고들의 반소는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다19061, 19078 판결 참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피고 L, M이 제기한 예비적 반소는 소송이 재판에 의하지 않고 끝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반소비용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는다(대법원 2018. 4. 6.자 2017마6406 결정 참조)].

판사 이수웅(재판장) 이지수 황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