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판결

춘천지방법원 2024. 8. 30. 선고 2023노79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주식회사 B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 주식회사 B를 각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A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 주식회사 B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및 주식회사 B(이하 “B”라고만 한다)

1)

사실오인(원심판결 판시 제2의 가, 나 죄 및 제3 죄)

아래와 같은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원심판결 판시 제2의 가, 나 죄 및 제3 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2022. 4. 15.자 위반 관련, 피고인 A은 계약 체결 전 협의단계에서부터 피고인 C에게 예정 공정표 초안을 보냈고, 공정표 등을 통해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확인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다하였다.

나)

2022. 4. 26.자 위반 관련, 피고인 B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4조 제1항의 수범자인 “사업주”가 아니고, 이 사건 현장에 놓인 사다리의 높이나 실제로 작업자들이 작업을 진행한 장소의 높이가 2m 이상에 달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이 부족하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 및 B에 선고한 형(각 벌금 500만 원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A, B에 대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C, 주식회사 D(이하 “D”라고만 한다)에 대한 사다리식 이동통로 등 안전한 통로 미설치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한 이유 무죄 부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사다리식 이동통로 등을 설치하지 않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피고인 A과 B는 이 사건 공사작업이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행해지는 점에 대해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그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피고인 A: 500만 원 등, 피고인 B: 벌금 500만 원 등, 피고인 C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등, 피고인 D: 벌금 500만 원 등)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피고인 A과 B의 공소사실 제2의 나 항 중 “피고인은 2022. 4. 26.경 강원 횡성군 K에 있는, L조합 1층에서 환경개선공사를 진행하던 중, 주식회사 B 소속 성명불상 근로자로 하여금 높이 약 3m의 사다리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하여 안전대를 착용한 채로 작업하도록 하면서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지지로프 등의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를 “피고인은 2022. 4. 26.경 강원 횡성군 K에 있는, L조합 1층에서 환경개선공사를 진행하던 중, 관계수급인인 주식회사 AB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높이 약 3m의 사다리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하여 안전대를 착용한 채로 작업하도록 하면서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지지로프 등의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로 교체하고, 적용법조에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변경된 공소사실은 피고인 A 및 B에 대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범죄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이 변경되지 않은 ① 원심판결 판시 제2의 가 죄 및 이와 관련된 원심판결 판시 제3 죄에 대한 피고인 A 및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② 피고인들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및 ③ 피고인 C, D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3.

피고인 A 및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원심판결 판시 제2의 가죄 및 이와 관련된 원심판결 판시 제3 죄 부분)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 A 및 B는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피고인 A, 주식회사 B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2022. 4. 15.자 위반 관련 공소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 A은 원심에서의 피고인 본인신문시, “수사기관에서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 B와 피고인 D 사이의 공사하도급계약 체결일 자체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2. 4. 15.과 동일한 날짜인데, 피고인 A은 그날 다른 출장 일정이 있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에야 피고인 C를 만났다고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 A은 이 사건 사고 당일 피고인 C를 만나지는 못했더라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공정표(증 제6호증)를 보내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④

2022. 4. 27.자 고용노동부 원주지청 산재예방지도과의 시정명령 조치에 대한 피고인 B 작성의 2022. 5. 2.자 시정명령에 따른 조치결과 보고에 위 공정표가 첨부되어 있을 뿐이고, 그 이전에 피고인 B 측에서 이 사항과 관련한 위 시정명령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나.

당심의 판단

피고인 A 및 B의 변호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 A이 2022. 3. 31. 이 사건 공사 수급인인 피고인 D에 송부한 메일과 위 메일에 첨부한 예정 공정표 초안(증 제9호증의 1, 2<1>)을 제출하면서, 위 메일을 통해 피고인 B와 피고인 D가 공사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날인 2022. 4. 15. 이전에 관계수급인인 피고인 D의 작업시기ㆍ내용을 확인해 두었고, 피고인 D가 임의로 공정표보다 이른 시기인 2022. 4. 15.에 이 사건 누수 확인 등 작업을 하면서 보고하지 않아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공사안전이행유의서 및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통해 피고인 D가 관계법규에서 정한 안전대책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1항 제7호가 정한 도급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과 달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2022. 3. 31. 공정표 초안이 발송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 및 B가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1항 7호에서 정한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 의무를 다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1항 제7호 위반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결국 원심판결에 피고인 A 및 B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 12. 31.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제1조).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는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도급인이 이행해야 하는 사항을 열거하여, 하도급의 형태로 사업이 운영되는 경우를 규율하면서 사업주가 종합적인 현장의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되, 책임소재가 모호하지 않도록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도 산업재해예방 조치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는 사내하도급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하도급업체의 재해율이 원도급업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그 작업장소가 원도급업체가 관리하는 현장 내인 경우가 많아 하도급업체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역부족인 근로현실을 반영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제64조 제1항은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고, 제172조는 그 위반행위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고, 2007. 7. 27. 법률 제85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2항<2> 등에 관한 헌법재판소 2013. 2. 28. 선고 2012헌가3 결정 참조].

특히 2021. 5. 18. 법률 제18180호로 개정되고, 2021. 11. 19.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제64조 제1항 제7호를 신설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도급인과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에 있어서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는 도급인으로 하여금 관계수급인의 혼재작업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작업 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확인 또는 조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입법적 사항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위 법률의 “개정이유” 참조).

②

피고인 A 및 B가 피고인 D와 공사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날인 2022. 4. 15. 이전인 2022. 3. 31. 수급인 피고인 D에 공정표 초안을 발송한 것만으로는 피고인 A 및 B가 피고인 D 등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 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확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A 및 B가 2022. 3. 31. 피고인 D에 발송한 공정표 초안(증 제9호증의 2)에 따르더라도, 2022. 4. 16.부터 2022. 4. 24.까지 천장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피고인 D가 진행해야 할 누수점검은 2022. 4. 23.부터 진행되는바, 2022. 4. 23.부터 2022. 4. 24.에는 천장 철거작업과 누수점검 작업이 혼재할 것이 예상된다. 그런데, 피고인 A 및 B는 피고인 D나 관계수급인에게 위와 같은 혼재작업이 진행될 위치나 내용, 구체적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조치나 보건조치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도 원심 법정에서 2022. 4. 15. 전에 그 공사 자체에 대한 조치를 한 것이 없고, 다만 공사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일반적인 안전조치는 현장소장 의무이기 때문에 했다고만 진술하였다(원심 피고인 A에 대한 피고인신문녹취서 제4면).

③

피고인 A이 피고인 D에 공정표를 송부한 사실에 더하여 피고인 B와 피고인 D가 공사안전이행유의서를 체결한 사실 및 피고인 B가 안전관리계획서를 마련해 둔 사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 의무를 준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B와 피고인 D가 체결한 공사안전이행유의서(증 제2호증)에는 피고인 D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피고인 B가 마련해 둔 안전관리계획서(증 제7호증)에는 사고를 방지할 구체적인 안전대책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안전관리계획서를 미리 피고인 D에 송부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 A이나 B가 피고인 D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확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고용노동부 원주지청 산재예방지도과는 2022. 4. 27.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동 현장 내 도급인과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에 있어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을 한 후 그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 관계수급인 각 작업시기ㆍ내용 작성 및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확인 체크리스트 등 제출)”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하였고, 이에 피고인 B는 2022. 4. 7. ①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도급인과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에 있어서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을 확인하였다는 증빙자료로 “공정표, 작업순서 및 방법에 따른 관리 대책, 중량물 취급계획서”를, ②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확인하였다는 증빙자료로 “감소대책 수립 및 분석표, 수급인 체크리스트”를 각 마련하여 제출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피고인 D에 공정표를 송부하였고, 피고인 B와 피고인 D가 공사안전이행유의서를 체결하였으며, 피고인 B가 안전관리계획서를 마련해 두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 의무를 준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임에도 불구하고, 2022. 3. 31.자 공정표에 따르더라도 다른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2. 4. 15.에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고(원심 피고인 A에 대한 피고인신문녹취서 제6면), 특히 피고인 D는 임의로 2022. 3. 31.자 공정표상 작업 예정시기 보다 이른 2022. 4. 15.에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들어가 이동식 비계를 설치ㆍ사용하여 이 사건 누수 확인 등 작업을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22. 3. 31.자 공정표에 따르더라도 2022. 4. 15.에는 “1. 철거 및 가설공사(임시점포이설 및 조성)”와 “10. 가구, 사인, 기타공사(전기, 통신배관 배선 및 기구설치, 냉난방배관 및 실내기, 실외기 설치)”가 함께 진행되는데, 피고인 A 및 B는 이 사건 현장에 인력을 배치하여 서로 다른 공사를 진행하는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의 확인을 진행하기는커녕 공정표에 따르지 않은 작업 진행을 위한 입장도 제지하지 않았고, 심지어 피고인 D의 작업 진행 사실도 이 사건 사고 이후에서야 피고인 C를 만나서 알게 되었다(원심 피고인 A에 대한 피고인신문녹취서 제7면). 따라서 피고인 A 및 B가 현장에서 기본적인 관계수급인들의 작업을 통제하지도 않은 이상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관계수급인들의 작업 시기ㆍ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을 확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피고인 A, B에 대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C, D에 대한 사다리식 이동통로 등 안전한 통로 미설치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한 이유 무죄 부분)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A, 주식회사 B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C, D에 대한 직권판단’ 및 ‘무죄 부분’에서 사다리식 이동통로 등 안전한 통로 미설치의 점과 관련된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가 담당하던 작업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자체에 의하더라도 “추락할 위험이 있는 천장 배관 누수 확인 작업”이었고, 실제로도 피해자는 위 작업 중 추락한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는 위 추락에 의하여 그 자체로 단독 사망 원인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심각한 머리 부위 손상을 입었다.

②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사용한 것은 바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이동식 비계였고, 증인 P(중대재해 조사의견서 작성자)의 법정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이동식 비계가 잘못 제작된 부분은 없었다.

④

증인 P은 위 이동식 비계가 아웃트리거로 고정될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는 하나, 이 사건 작업현장의 바닥이 미끄러운 인조석 물갈기 바닥이어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실제로 위 이동식 비계가 아웃트리거에 의하여 잘 고정되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정도 추측성 진술을 통해 아웃트리거가 고정되지 않은 탓에 이동식 비계가 밀리거나 움직인 것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속단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⑤

검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하고 있는 피고인 A, B의 사다리식 이동통로 설치 근거 규정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장(안전통로)의 제22조(통로의 설치), 제24조(사다리식 통로 등의 구조)로 파악되는 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설치·사용된 이동식 비계는 같은 규칙 제6장(추락 또는 붕괴에 의한 위험 방지) 제1절(추락에 의한 위험방지) 제42조(추락의 방지)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는 후자의 규정은 전자의 규정보다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규율하는 특별규정의 성격을 갖는다 할 것인바, 일반규정과 특별규정 중 양자택일의 안전조치만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안에 있어(이동식 비계 위에 사다리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은 위 규칙 제68조 제4호에 의하여 금지된다) 특별규정에 따라 이동식 비계를 설치·사용한 피고인들에 대하여 일반규정에 따라 안전한 사다리식 이동통로 등을 설치하지 않은 안전조치 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실제로도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사용된 이동식 비계보다 사다리식 이동통로가 더 안전한 시설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 설령 공소사실에 특정된 것과 다른 내용의 안전조치 의무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상 이에 대하여 판단할 수 없다.

나.

당심의 판단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결국 원심판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안전조치의무 불이행의 내용은 피고인들이 작업자가 천장 배관 누수작업을 하기 위해 천장 석고보드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바에 따른 사다리식 통로를 설치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하였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작성 중대재해 조사 의견서(증거목록 순번 62) 제10면에 의하면 “천장 내부 누수확인 작업과 같이 이동식 비계를 사용한 고소 작업의 경우 천장으로 이동을 위한 사다리식 통로와 이동식 비계에 승강용 사다리 등을 설치하여 근로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나 미설치”한 점을 재해발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천장 석고보드를 오르내리기 위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설치·사용된 이동식 비계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를 준수한 것이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8조 제4호에 의하여 이동식 비계 위에 사다리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는바, 이동식 비계에 승강용 사다리를 설치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동식 비계 위에 사다리식 통로를 설치하지 않은 것만으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작성 중대재해 조사 의견서(증거목록 순번 62) 제10면 및 위 의견서를 작성한 원심 증인 R의 증인신문녹취서 제3면 내지 제4면에 의하면, R은 피해자가 천장 내부에서 우수배관의 누수여부를 확인하고 천장 개부를 통해 내려오던 중 발을 헛딛거나 이동식 비계가 밀려나는 등 불상의 이유로 몸의 균형을 잃고 약 3.1m 아래의 3층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였기는 하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머리 부위 손상’ 및 ‘급성 심근경색(심장압전증 동반)’으로, 두 원인이 각각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소견이다[국립과학연구소의 부검감정서(증거목록 순번 112) 제4면 및 각 회보서(증거목록 순번 114) 제3면]. 즉,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하여 의식을 잃어 추락하였을 가능성, 추락함으로 인해 머리 부위 손상이 발생한 후 심혈관계 질환이 급격히 진행 및 악화되었을 가능성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의 2023. 6. 15.자 사실조회회신 제3면).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천장 석고보드 작업현장에서 추락하였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자가 이동식 비계와 천장 내부를 오가던 중 추락한 것인지, 천장 내부에서 오가던 중 추락한 것인지 또는 이동식 비계에 탑승하는 과정과는 관계가 없는 다른 이유로 인하여 추락하였는지 등 추락 원인 및 추락 과정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사다리식 통로를 설치하였다면 이 사건 추락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하여도 확인할 수 없는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사다리식 통로 등 안전조치 불이행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5.

검사의 피고인 C, D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검사가 이 부분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이 그에 대한 평가를 하여 이미 양형에 반영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형을 변경하여야 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법원이 위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판시 제2의 가 죄 및 이와 관련된 원심판결 판시 제4 죄에 대한 피고인 A 및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들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 C 및 D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및 B의 유죄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A, B,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가운데 피고인 A, B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파기 부분에 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