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70. 4. 2.부터 1981. 2. 28.까지 대한석탄공사 D광업소에서 광원으로 근무했던 근로자로, 1984. 12. 27. 진폐병형 2/2 진단을 받고 2021. 11. 5. 사망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증', 중간 선행사인은 '패혈증', 선행사인은 '케모포트 감염(추정)', 선행사인의 원인은 '탄광부 진폐증'이라고 기재되어있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진폐에 따른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진폐유족급여및 장례비 등의 지급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2. 9. 30.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원인은 갑작스러운 패혈증의 악화로 보이나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사망 2일 전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중증의 폐환기능장애에서 호발하거나 악화되기 쉬운 폐렴을 포함하여 급성 병변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망인의 사망과 진폐 또는 그 합병증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폐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하 '선행 부지급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선행 부지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5690호, 이하 '관련 행정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여 2025. 5. 16.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25. 6. 6. 확정되었다.
피고는 2025. 6. 12. 관련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고에게 미지급한 유족연금(2021. 12. 1.부터 2025. 6. 30.까지 부분) 및 장례비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망인의 사망일인 2021. 11. 5.경 평균임금 178,901원 52전을 기준으로 매년 증감한 금액을 적용하여 유족급여(유족보상연금) 128,690,580원 및 장례비 16,334,840원을 지급하였다(유족급여 지급기간별 평균임금 및 지급액 합계는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25. 9. 12.경 피고에게 '망인의 평균임금을 지급결정일인 2025. 6. 12.까지 증감한 금액인 202,875원 44전을 적용하여 유족연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균임금 정정으로 발생하는 유족연금 및 장례비 차액 상당의 지급을 구하는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5. 9. 18. '원고의 주장과 같이 유족연금 지급결정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증감할 근거가 없다'고 하여 유족연금 및 장례비 차액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위법한 선행 부지급 처분을 하여 원고에게 유족보상연금 등을 늦게 지급하였고 망인의 사망일과 지급결정일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발생하여 유족보상연금 등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결정일까지 증감한 평균임금(202,875원 44전)을 기준으로 유족보상연금 등을 산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처분은 망인의 사망일 무렵 평균임금(178,901원 52전)을 기준으로 유족보상연금 등을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유족급여와 장례비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 유족에게 지급되고(제62조 제1항, 제71조 제1항), 유족급여 중 유족보상연금, 진폐유족연금의 지급은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 첫 날부터 시작된다(제70조 제1항).
평균임금 증감 제도에 관한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 본문은 '보험급여를 산정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난 이후에는 매년 전체 근로자의 임금 평균액의 증감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하되, 그 근로자의 연령이 60세에 도달한 이후에는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균임금의 증감 제도는 오랜 기간 보험급여를 받거나 오랜 기간이 지난 후 보험급여를 받을 때,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보험급여액을 정할 경우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산재보험법의 입법 목적 및 이와 같은 평균임금 증감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근로복지공단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춤으로 인하여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19두45616 판결 등 참조).
헌법 규정에 따라 국민에게 주어진 사회보장에 따른 국민의 수급권은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회보장수급권에 관한 입법을 할 경우에는 국가의 재정부담 능력, 전체적인 사회보장수준과 국민감정 등 사회정책적인 고려, 상충하는 국민 각 계층의 갖가지 이해관계 등 복잡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두2864 판결 등 참조). 사회보장수급권은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방법·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늦추어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를 하락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대법원 2019두45616 판결은, 진폐근로자의 경우 요양 중이라도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1999.경 선고되었음에도 피고가 계속하여 위 판결의 취지와 달리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해오다가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 선고되자 그제서야 업무처리기준을 변경하였는데, 이에 따라 진폐근로자가 장해급여 지급을 신청하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을 다시 거부하였고, 법원이 위 거부처분 이후인 2018. 1.경 '장해급여를 청구하더라도 피고가 요양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할 것이 명백하여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던 진폐근로자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단하자 비로소 지급결정일로부터 약 14년 전인 2004.경의 진폐 진단일 당시의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장해급여를 지급한 사안이다.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수급권은 법률상 요건 충족만으로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의 지급결정 처분을 통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창설되는 것으로, 위 대법원 판결은 행정청의 지급결정 처분이 없어 애초에 '지급'이라는 사실행위를 거부하거나늦추었다고 볼 수 없는 사안에 대하여 지급결정 처분을 지체한 것이 그 지급을 늦춘 경우에 해당한 것이라고 보아 예외를 인정한 경우인바, 그 적용 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보장수급권은 법률에 의한 수권을 받은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법권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할 것인데, 국민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넘어서 지급 지체에 따른 부수적인 지연보상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예외를 인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결국 위 대법원 판결에서의 '정당한 이유'라 함은 처분 및 처분사유 자체의 객관적 정당성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처분에 이르게 된 과정과 절차, 처분사유의 도출 근거, 처분에 이르기까지 담당 공무원이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였는지 여부 및 그 과정에서 기울인 진지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의 선행 부지급 처분으로 유족보상연금 등의 지급이 지연된 것은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지급은 수급권자의 권익 보호와 더불어 국가의 재정부담 능력, 전체적인 사회보장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지급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엄격한 심사와 신중한 판단은 제도 본연의 목적에 비추어불가피하다.
피고는 '망인의 중간 선행사인인 패혈증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자문 의사의 의학적 소견 및 '망인의 선행사인으로 추정되는 케모포트 감염을 포함하여 어떠한 감염이 패혈증의 원인인지 알 수 없지만, 망인의 사망 2일 전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중증의 폐환기능장애에서 호발하거나 악화되기 쉬운 폐렴을 포함하여 급성 병변이 없었다'는 직업환경연구원 자문회신서 등의 소견에 따라 2022. 9. 30. 선행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이처럼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자문의사의 판단에 명백한 오류나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가 해당 전문가의 소견을 신뢰하여 의사결정에 이른 것을 두고 합리성을 결여한 판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련 행정소송에서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진료기록감정촉탁이 이루어졌는데, 감정의는 '사망 이틀 전 시행된 흉부 CT에서 폐렴등의 소견이 없었고 복부 CT에서도 특이소견이 없었으므로, 케모포트 감염이 패혈증의 원인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여겨지고, 망인은 진폐증 및 그 합병증으로 1991. 8.5.부터 2021. 11. 5. 사망할 때까지 30년간 입원요양을 하여 왔는데, 케모포트 시술 전 호흡곤란, 가래, 기침, 객담 등 진폐증 및 그 합병증으로 인한 호흡곤란 및 심신허약과 고령으로 인한 쇠약에 의해 와상 상태에 이르렀다고 여겨진다. 케모포트는 오랜 기간 시행하면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관련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에 '망인이 호흡곤란및 심신허약과 고령으로 인한 쇠약 등을 호소하던 상황에서 2020. 2. 13. 케모포트 시술을 받게 된 점'을 더하여 망인의 진폐증 및 고령으로 인한 쇠약과 케모포트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감정의가 밝힌 의학적 소견과 피고 자문의사 및 직업환경연구원 자문회신서의 의학적 소견이 엇갈린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피고의 판단이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판단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관련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2025. 5. 16. 선행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피고는 항소하지 않고 2025. 6. 12. 미지급한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하여 통보한 후 이를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철(재판장) 송지현 김민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