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광주광역시에서 B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는 2014. 11. 24. 피고의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되어 B 구내에서 전화 통신선로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여 오다가 2019. 3. 31.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사람이다.
피고는 1998. 12.경부터 2012. 11.경까지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과 B 구내통신 유지보수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2012. 12. 1.경부터 2014. 11. 30.까지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과 위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위 도급계약을 통틀어 이하 '이 사건 각 도급계약'이라 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0. 9.부터 2014. 11.까지 이 사건 각 도급계약의 수급인인 C 및 D 소속 근로자로 B의 전화 통신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피고와 C, D의 이 사건 각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 하고, 위 법명 인용시 '파견법'으로 약칭한다)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
구 파견법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파견근로자인 원고가 사용사업주인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기 시작한 2000. 9.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인 2002. 10. 피고는 원고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원고는 위 2002. 10. 정규직 3호봉을 부여받고, 그 이후 피고의 임금규정에 의하여 호봉 승급이 이루어짐에 따라 이 사건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0. 7. 22.을 기준으로 20호봉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도 피고는 원고에게 위 정규직 채용일을 원고에 대한 최초의 고용일로 보아 2019. 5. 30. 기준으로 호봉을 산정하였으므로, 원고의 호봉을 '행정(기술)직 9급(부서기보)' 20호봉으로 정정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파견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과 인용증거들, 제10, 11, 13, 14, 30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C 또는 D 사이에 고용관계가 존재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파견근로자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에 반하는 증거들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는 이 사건 각 도급계약의 계약기간에 C 또는 D의 근로자로서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고, 오히려 같은 기간 동안 별도의 사업체를 설립, 운영하면서 해당 업체의 직원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C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의 B에서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는 2005. 12.경부터 2006. 11.경까지 피고와 C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각 도급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은 18,000,000원(그 후 체결된 도급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으로 보인다)이다. 따라서 위 도급계약상의 용역금액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실제 용역금액은 16,363,636원(= 18,000,000원 ÷ 1.1, 원 미만 버림)에 불과하다. 그런데 원고의 금융거래내역에 의하면, 같은 기간 동안 원고가 C으로부터 지급받은 각종 명목(C 명의 입금 금원 및 C의 이름이 포함된 교통비, 보로금 등 포함)의 돈은 합계 16,193,000원에 달한다. 결국 원고는 위 기간 동안 C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도급대금 대부분을 그대로 C으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양상은 피고가 다른 기간 동안에 C이나 D에 지급한 용역대금과 원고가 이들로부터 지급받은 돈 사이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그 차액은 파견근로관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천징수 근로소득세나 파견사업자의 수수료와 같은 필요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이는 사실상 위 기간 동안에 체결된 이 사건 도급계약의 수급인이 원고이고, C이나 D는 그 명의를 빌려준 것에 불과한 까닭으로 보인다.
위 인정사실과 인용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원고는 2010년경 기술창업을 하여 'F'이라는 상호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소득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가 지급받았다는 급여의 상당부분이 C이나 D 법인의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 계좌를 통하여 입금된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는 같은 기간 동안 C이 아닌 다른 기업체의 사원으로 등록하여 4대보험에 가가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 ㉱ 기술업체는 그 보유 기술인력의 수에 따라 입찰자격 등이 정해지는 경우에 대비하여, 실제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사례비를 지급하고 직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자격증 대여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는데(국가기술자격법 제26조 제3항 제1호), 원고는 스스로 자신의 통신기술자격을 다른 회사에 대여해 주었다고 자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단순히 C이나 D의 근로자가 아니라, 피고와 같은 학교법인의 계약상대방 자격을 갖추기 위해 C이나 D 등의 법인 명의를 빌려 이 사건 각 도급계약을 체결한 실제 수급인이자 독립된 사업자로 보인다.
원고는 B 내 정보전산원 업무요청 시스템에 전화 통신선로 장애발생 사실이 등록되면 이를 직접 확인하여 보수 작업을 수행하거나, 피고 소속 근로자로부터 직접 전화 통신선로 보수 요청을 받아 보수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각 도급계약에 따른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와 직접 의사연락을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피고의 업무지시로 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이 사건 각 도급계약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법 제669조가 도급인의 업무 지시를 예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도급인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수급인 또는 그 이행보조자에게 필요한 경우 도급업무의 이행을 지시하거나 그 이행에 따른 결과의 확인·검수를 요청할 수 있고, 도급인이 수급인이나 그 이행보조자에게 지시권을 행사하였더라도 수급인이 그의 책임 하에 그 일을 완성하였다면 그들 사이에 업무상의 지휘·감독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C이나 D와 같은 수급업체가 피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의사연락 내지 업무지시가 업무상 지휘·감독관계의 징표에만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비록, 원고가 휴가를 사용하기 전에 피고 소속 직원에게 '해당 날짜에 휴가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물은 후 휴가를 사용하거나, 정보전산원의 업무량 과다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원고가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중단 없는 역무제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통신선로 유지·보수 업무의 특성상, 원고와 피고 소속 전산정보원 근로자들 사이에 휴가 일정을 조율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뿐,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현(재판장) 도우람 황성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