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3. 6. 29. 자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B노동조합(이하 'B노조'라 한다)은 C(이하 'C'이라 한다) 산하 공공분야와 운수분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산업별노동조합이고, 피고는 B노조의 산하조직인 제주지역의 지부이다.
원고는 B노조의 조합원으로서 피고 산하 D지회의 지회장이고, 2015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C 제주지역본부장으로서 C 중앙집행위원회의 간부였으며, 피고의 직전지부장으로서 B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간부였다.
B노조의 규약과 상벌규정 및 피고 운영규정과 상벌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C의 2022년 20대 대선방침 등
C은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C 전·현직 중앙집행위원회 간부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선방침(이하 '이 사건 대선방침'이라 한다)을 마련하였고, 2021. 11. 18.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를 확정하였다. C은 2021. 12. 20.경 이 사건 대선방침을 가맹·산하조직의 대표자들에게 공유하면서 '특히 전·현직 중앙집행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공지하여 달라.'는 내용을 함께 전달하였다.
C이 작성한 '이 사건 대선방침의 해설' 자료에 기재된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생략>
원고의 대통령 선거 관련 활동 등
원고는 E정당에 가입하여 2022. 2. 13. 출범한 F 선거대책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제주권역위원회에서 활동하였다. 위 위원회 출범과 관련한 사항이 2022. 2. 14.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었는데, 해당 기사에는 원고를 포함하여 B노조 조합원 4명이 촬영된 사진이 함께 게재되었다.
원고는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E정당 제주도당에서 G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였는데, 2022. 9. 16. 기준 E정당 제주도당 H위원회 위원장 임명 현황에는 '전 C 제주지역본부장'이 원고의 주요 경력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에 대한 징계의 경위
D지회는 2023. 3. 17. 원고의 대통령 선거 활동 등과 관련하여 피고의 대표자인 지부장 J에게 사실 확인 및 징계 상신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3. 5. 11. 상벌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위 상벌위원회는 2023. 5.16. 원고에게 징계요청이 접수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상벌위원회에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한 사항의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음을 통지하였고, 2023. 5. 25.에는 2023. 6. 2. 개최 예정인 상벌위원회에 출석하여 소명할 것을 통지하였다.
피고의 상벌위원회는 2023. 6. 2. '원고가 이 사건 대선방침을 위반하고 나아가보수정당인 E정당의 당직까지 맡아 그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당일 참석한 상벌위원 중 3명의 제명 의견과 1명의 정직(12개월) 의견으로 징계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는 B노조 상벌규정에 따라 2023. 6. 9. 원고에게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위한 운영위원회 개최 일시(2023. 6. 14. 오후 7시)와 장소를 알리면서 원고가 징계의결에 앞서 서면 또는 구두로 진술할 수 있고, 징계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음을 통지하였다.
이후 피고의 운영위원회는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피고는 2023. 6. 29. 원고에게 그 징계의결 내용이 담긴 '징계의결 내용 통지서'를 발송하였으며, 이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생략>
그러나 원고는 2023. 7. 31.까지 이 사건 징계처분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는 2023. 8. 1. 원고에게 'B노조 상벌규정 제10조의3 제1항에 근거하여 B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승인절차를 진행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징계의결 내용 노조 승인 절차 진행 통지'를 발송하였고, 같은 날 B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 승인을 요청하였다.
B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2023. 8. 2. 피고에게 'B노조 상벌규정 제10조의3 제1항 단서는 중앙 징계위원회의 재심과 관련된 규정인바, 이 사건 징계처분(초심 결정)에 대하여는 재심 신청 기간 내에 재심 신청이 없었으므로, 위 처분은 중앙집행위원회의 승인절차 없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 1, 3 내지 9, 12, 1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주위적 청구(이 사건 징계처분 무효 확인 청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아래와 같은 절차적·실체적 하자로 인하여 위법하므로 무효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유효하다고 다투고있으므로 주위적으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절차적 하자
B노조 상벌규정 제7조 제1항은 징계요청을 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구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징계요청 권한이 없는 D지회가 피고에게 징계를 요청하였다.
또한 B노조 상벌규정 제8조, 제9조는 징계요청서를 접수하는 즉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더라도 진상조사위원회는 원고에게 B노조상벌규정 제9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항을 통지하지 않았다.
실체적 하자
징계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대선방침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금지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그 조합원에 대하여 징계를 하도록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는 조합원에게 이 사건 대선방침을 따르도록 권고하거나 설득하는 정도를 넘어 이를 강제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 따라서 이 사건 대선방침은 무효이고, 원고가 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를 징계할 수 없다. 이 사건 대선방침을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전직 중앙집행위원회 간부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대선방침에서 금지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대선방침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를 징계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징계양정의 부당
원고가 이 사건 대선방침을 위반하였다고 보더라도 그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양정이 과다하여 부당하다.
예비적 청구(조합원 지위 존재 확인 청구)
설령 피고에게 B노조 조합원인 원고에 대한 제명 처분의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B노조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 가.의 1), 2)항에서 본 절차적·실체적 하자로 인하여 위법한데다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종류가 원고의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는 '제명'인 이상 B노조 상벌규정 제10조의3 제1항 단서에 따라 B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유효하게 확정될 수 있는데, 피고는 위 승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법하여 무효이거나 유효하게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피고는 위 징계처분이 유효하게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원고의 조합원 지위를 부정하고 있는바, 예비적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피고의 조합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구한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 항변의 요지
원고는 B노조의 조합원으로서 B노조의 지부에 불과한 피고에 소속되어 있을 뿐이고, 조합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최종적인 권한은 B노조에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주체라고 볼 수 없음에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의 소를 구하는 것은 피고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것이거나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근거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조합원 신분을 박탈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징계처분의 주체는 B노조가 아닌 피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유효하다고 다투는 이상, 원고의 조합원으로서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위 징계처분의 주체인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는 B노조의 산하조직 중 하나이지만,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피고 자체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77. 1. 25. 선고 76다2194 판결, 대법원 2016. 4.28. 선고 2015다223855 판결 등 참조), 독립성 없이 오로지 B노조의 위임 등에 따라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하부조직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고는 B노조에 대하여 조합원의 지위를 갖지만, 피고에 대하여도 그 소속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갖고,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하는 등의 의무를 부담한다(피고 운영규정 제6, 9, 10,13조 등 참조).
B노조 규약 제86조는 징계의 절차, 방법, 징계를 행하는 기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B노조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은「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기본조직 운영규정에서 정한 기관에서 의결하되, 기본조직의 징계절차를 모두 거친 후 14일 이내에 재심요청이 있을 경우 조합원 개인의 조합비 미납에 의한 사유를 제외한 징계 재심은 조합 중앙의 징계위원회에서 다룬다.」 고 정하여 조합원에 대한 징계권한을 원칙적으로 기본조직 운영규정에서 정한 기관에 부여하고 있다. 이에 피고의 운영규정 제23조는 지부 운영위원회가 지부 조합원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함을, 제47조 제1항은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지부 운영위원회 이상의 의결기구에서 의결함을 규정하고, 피고 상벌규칙 제10조 제1항 또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지부 운영규정에 근거하여 지부 운영위원회 이상의 의결기관에서 의결함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B노조가 기본조직인 피고에게 소속 조합원에 대한 징계권한을 부여한 이상 원고가 B노조에 대한 관계에서 조합원 지위를 갖되 다만 그 소속을 기본조직인 피고로 한다고 하여 B노조만이 전적으로 원고를 비롯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권한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B노조 규약 제43조, 제85조, B노조 상벌규정 제6조 제2항, 제10조, 제10조의2, 제10조의3, 제15조, 피고 상벌규칙 제15조, 제16조에 의하면, B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기본조직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초심과 이에 대한 불복절차로서 조합의 중앙 징계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재심을 거쳐 확정되는데, 중앙 징계위원회의 재심 결정이 있기까지는 제명을 포함한 초심의 징계처분의 효력은 계속 유효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 사건 징계처분과 같이 기본조직의 초심 결정에 대한 재심 신청 없이 재심 신청기간<1>이 경과한 경우 초심의 징계처분은 재심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확정된다. 라) 위와 같은 관련 규정들의 취지에 앞서 본 이 사건 징계처분의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를 제명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징계처분은 B노조 중앙 징계위원회의 재심 및 중앙집행위원회의 승인 절차 없이도 피고의 초심 결정에 의해 징계처분의 효력이 발생하였고, 그 후 원고가 피고의 초심 결정에 대한 재심을 신청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이와 같은 경우 이 사건 징계처분의 주체는 재심 기관인 B노조가 아니라 피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된 B노조 및 피고의 조합원 지위가 박탈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의 주체인 피고를 상대로 소로써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하겠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단결권을 보장받고 있는 노동조합은 그 조직을 유
지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조합의 내부질서가 확립되고 강고한 단결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안 되고 따라서 노동조합은 단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조합원에 대하여 일정한 규제와 강제를 행사하는 내부통제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지만, 노동조합이 그 내부통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구성원인 조합원이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나 다른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아야 할 내재적 한계 역시 존재하는 것이고(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도227 판결 등 참조), 특히 제명의 징계처분은 조합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으로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지위도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한 단결권으로서 보장되는 것이므로, 제명처분이 노동조합의 내부통제권이 허용되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조합원의 단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를 들어 ① 노동조합 스스로 제정한 징계사유 및 절차에 관한 내부규율을 위반하거나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 ② 징계의 근거가 된 내부규율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기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침해하거나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경우, ③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징계양정이 규율위반의 정도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공정성이나 균형을 결한 경우 등에는 그 제명처분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위법한 단결권 침해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위법한 제명처분에 대해 법원에 무효확인의 소 등을 제기할 수 있으며, 조합원에 대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징계처분이 적법함을 주장하는 노동조합에 있다.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B노조 상벌규정 제7조 제1항은 조합원에 대한 징계요청을 할 수 있는 자로, '위원장, 기본조직 대표자, 사업조직 대표자(협의회 의장 제외), 기본조직 내 30명 이상 조합원, 타 기본조직 및 조합원은 조합 내 100명 이상 조합원'을 열거하고 있고, 제8조, 제9조는 징계요청서를 접수하는 즉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요청권한을 갖는 피고의 대표자인 J이 D 지회의 원고에 대한 징계 상신 공문<2>을 접수한 뒤 2023. 4. 20. 피고 운영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청함으로써 징계절차가 개시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4호증), ② 피고 상벌규칙은 제2장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상응하는 기구인 상벌위원회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바,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를 위한 상벌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징계절차를 진행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 사유를 조사·심의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징계절차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음을 통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실체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이므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치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며, 노동조합이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로 결정하고 노동조합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조합원에 대하여 노동조합의 결정에 따르도록 권고하거나 설득하는 행위
도 그 한도에서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일환으로서 허용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아래에서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민주적 정치참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본질적인 수단이고, 국민의 주권행사를 의미하는 선거과정에의 참여행위, 그 중에서도 어느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할 것인지에 관한 정치적 의사의 결정은 다른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방해받거나 제한될 수 없는 선거권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정치활동을 고유의 목적으로 삼는 정치적 결사체도 아닌 노동조합이 그 구성원인 조합원 개개인에 대하여 노동조합의 결의 내용에 따르도록 권고하거나 설득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를 강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도22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B노조 규약 제3조는 'B노조는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과 굳건한 연대로 선언과 강령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위 규약 전문은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과 전진, 단결권·노동기본권의 완전쟁취를 선언하는바, 이 사건 대선방침은 B노조가 그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노동자의 권익향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의 친노동자적 정책을 제시하는 진보정당을 지지할 것을 표명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일환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대선방침은 C 전현직 중앙집행위원회 간부로 하여금 '그 지위를 이용하여'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 조합원 개인이 자신의 지위와 무관하게 정치적 의사 결정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행위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아니하는바, 위 지침 자체는 B노조 등 C 소속 노동조합이 강고한 단결력을 확보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내부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제1심 증인 K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원고의 규율위반 정도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공정성이나 균형을 결하여 피고의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 상벌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사유로 ① 조합 규약과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조합원의 의무 위반, ② 조합과 산하조직의 결의사항과 의무 위반, ③ 조합의 지시 및 결의사항에 명백히 반하는 행동, ④ 반노동자적 행위 및 반조직,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열거하였는데, B노조 규약 제84조 제2항 제3호 및 상벌규정 제6조 제3호, 피고 상벌규칙 제8조 제4호에 의하면 위 ①, ②의 사유는 제명처분의 징계사유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한편, B노조 규약 제84조 제4호, 제7호, B노조 상벌규정 제5조 제4호, 제7호, 피고 상벌규칙 제7조 제4호, 제7호는 '조합과 지부의 지시 및 결정사항에 명백히 반하는 행동을 하여 조합운영을 방해할 경우'와 '기타 반노동자적 행위, 반조직 행위,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로 조직에 위해를 가했을 때'를 제명의 징계까지 할 수 있는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징계처분의 사유가 된 원고의 행위는 ① C이 '보수정당'으로 분류한 E정당에 가입하여 F 선거대책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제주권역위원회에서 활동한 행위, ②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E정당 제주도당에서 G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행위라는 것인바, 위 행위가 '조합과 지부의 지시 및 결정 사항에 명백히 반하는 행동' 또는 '반노동자적 행위 및 반조직,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원고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B노조의 운영이 방해되었다거나 그 조직에 위해가 초래되었다는 사실까지 인정할 만한 별다른 자료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대선방침에서는 전현직 중앙집행위원회 간부들이 '지위를 이용하여'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는 징계 대상이 된다고 표명하고 있다. 위 지침에서의 '지위를 이용하여'라는 개념은 전현직 중앙집행위원회의 간부들이 개인의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간부로서의 지위를 결부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그 지위에 수반되는 신분상의 지휘감독권, 직무권한, 담당사무 등과 관련하여 조합의 내외부의 사람에게 작용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피고는 막연히 원고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조합원을 선동하고 보수정당을 지지하였다고 주장할 뿐, 그 구체적인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 주장의 징계사유를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대선방침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주요 증거로 을 제2호증(신문 기사)의 기재를 들고 있으나, 위 기사에 의하면 원고가 2022. 2. 14. F 선거대책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제주권역위원회 출범식에 참여한 사실 및 위 출범식에 원고 외에도 K 등 3명의 B노조 조합원이 참여하였던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위 증거만으로 원고가 당시 B노조의 전직 중앙집행위원회 간부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였다는 사실까지 인정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피고는 원고가 위 조합원 3명을 선동하여 위 출범식에 참여하게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는 원고가 조합원 3명과 함께 출범식에 참여한 것에 관한 피고의 추측에 불과할 뿐, 원고가 전직노조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조합원들에게 출범식 참여를 선동하였음을 뒷받침할 만 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오히려 K은 제1심에서 '저희 집안이 대대로 E정당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제주권역위원회의 L 공동위원장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해서 자의로 위 출범식에 자녀들까지 데리고 참가하게 되었을 뿐, 원고가 저에게 E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거나 위 제주권역위원회 출범식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을 뿐이다).
원고는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E정당 제주도당에서 G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였고, 피고는 E정당 제주도당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2022. 9. 16. 자 'E정당 제주도당 H위원회 위원장 임명 현황'에 원고의 주요 경력으로 '전 C 제주지역본부장'이 기재되어 있음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대선방침을 위반하였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대선방침은 2022년 대선에 대응하기 위하여 수립된 것으로 위 대선이 종료된 2022. 3. 9. 이후에도 C 산하 조합원에 대한 행동치침으로서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설령, 이 사건 대선방침의 효력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경력 기재가 단순한 이력 소개를 넘어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지위를 이용하여'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피고는 제명처분 이전에 피고가 원고에게 E정당 제주도당 G위원장직을 자진사퇴할 것을 권고하여 징계를 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한 점을 들어 이 사건 징계처분이 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중앙집행위원회의 전현직 간부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E정당을 지지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으므로, 위 자진 사퇴 권고는 원고에게 정당한 징계 처분을 면할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개인 자격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가입과 지지를 표명한 원고에 대하여 현재 맡고 있는 당직을 자진 사퇴하지 아니할 경우 조합원 신분을 박탈할 것임을 경고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결의 내용에 따르도록 권고하거나 설득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를 강제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나아가 피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조합원에 대한 제명의 징계처분은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조합원의 행위로 인하여 조합의 목적 달성이 어렵게 되거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허용되어야 하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전직중앙집행위원회 간부의 지위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E정당의 선거운동에 참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상 원고의 행위로 인해 조합의 목적 달성이 위태롭게 되었다거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원고의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B노조 및 피고의 조합원 지위를 박탈당함으로써 조합원으로서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명일로부터 3년 내에는 B노조에 재가입할 수도 없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불이익을 입게 된 반면,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행위로 인한 노조 운영의 방해나 조직에 대한 위해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방해나 위해가 객관적으로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별다른 자료도 없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징계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피고의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설령 일부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고에 대한 피고의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피고의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할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권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이상, 이와 전제를 달리하여 주위적 청구와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송오섭(재판장) 강민수 강미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