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에 관한 공소를 기각한다.
사건정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판결
사건
2023고단1786
판결선고
2025. 7. 24.
범죄사실
피고인은 광양시 C에 있는 D요양병원의 실질 대표로서 상시 15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요양병원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0. 2. 3.부터 2023. 3. 16.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2020년 2월 임금 차액분 298,56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2, 4 기재와 같이 총 3명 근로자들의 임금 합계 26,735,496원을 당사자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F, G의 각 일부 법정진술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E의 진술기재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H의 진술기재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H, B의 각 진술기재
제5회 공판조서 중 증인 I의 진술기재
제5회 공판조서 중 증인 J의 일부 진술기재
제6회 공판조서 중 증인 J, K, L의 각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각 내사자료 입수보고(진정인 E, H, I) 및 그 첨부자료, 각 시정지시, 내사보고(적용법조항 및 임금체불액 정정)
출장복명(휴게시간 관련 현장조사 결과), 휴게시간 적정 여부 판단 설문조사지
각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 병원 단면도, 사진 캡처 사진, 동영상 CD(추가 증거목록 순번 7)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근로자별로 포괄하여), 각 벌금형 선택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근로자 E, H, I(이하 'E 등'이라 한다)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5분의 휴게시간을 모두 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 근로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E 등은 이 사건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사로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E은 2020. 2. 3.부터 2023. 3. 16.까지 물리치료 업무를, H는 2019. 11. 4.부터 2023. 3. 16.까지 물리치료 업무를, I은 2019. 9. 30.부터 2022. 10. 14.까지 작업치료 업무를 각 수행하였다.
이 사건 요양병원과 E 등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재활치료사의 근무 일정은 평일 08:30 ~ 17:30 매 30분씩 총 14회의 재활치료를, 토요일 08:30 ~ 12:30 매 30분씩 총 7회의 재활치료를 수행하되, 1회의 재활치료가 끝날 때마다 5분의 휴게시간을 갖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법리와 인정 사실에 더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5분의 휴게시간은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으로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은 E 등에게 초과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달리 사용자인 피고인이 이를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도 인정된다.
앞서 본 근로계약서(주당 40시간)와 달리 E 등의 실제 주당 근로시간은 38.5시간에 불과하다. 이는 5분의 휴게시간 중 일부를 근로시간으로 보아 그 부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여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5분의 휴게시간은 그 자체로 너무 짧아 근로자들이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근로자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다음 근로를 위하여 휴식을 취하는 최소한의 시간에 해당할 뿐, 실질적인 휴게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활치료사의 업무는 주된 업무인 재활치료와 부수적 업무인 치료차트 작성, 환자 이동, 청소, 월별 환자평가관리, 주 1회 대청소 등으로 나뉜다. 피고인은 실제 재활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이 20분 정도이므로 치료시간 30분 내에 위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요양병원의 '재활센터 공통 매뉴얼'은 재활치료(특히 운동, 매트 및 작업치료의 경우) 시간을 기본 30분으로 정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재활치료 시간을 30분으로 안내하여 왔고,30분간 치료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 청구도 하여 왔다.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치료시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재활치료팀장 등은 E 등을 비롯한 재활치료사들에게 30분을 채워 치료할 것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설령 환자의 컨디션이나 개인 사정 등에 따라 치료가 일찍 끝나는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예외적이고 특수한 사정일 뿐이므로 이를 가리켜 원칙적인 근무 형태라 볼 수는 없다.그렇다면 재활치료사에게 주어진 30분의 치료시간은 주된 업무인 재활치료를 함에 족할 뿐, 각종 부수적 업무까지 수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
재활치료사들은 매 재활치료가 끝날 때마다 환자 치료차트를 작성하였다. 27여 명의 재활치료사들이 몇 대 되지 않는 업무용 PC(최초 3 ~ 4대였다가 점차 늘어나 현재 9대이다)로 치료시간 30분 내에 차트 작성까지 마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E 등은 해당 치료시간 내에 작성하지 못한 차트를 휴게시간, 점심시간, 퇴근 후 혹은 공백이 생긴 치료시간을 이용하여 한꺼번에 몰아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건 요양병원의 재활치료실은 주로 병원 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대해선 재활치료사가 직접 휠체어 또는 이동식 침대로 환자를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업무를 수행한다. 앞서 본 '재활센터 공통 매뉴얼'도'환자 이동'을 재활치료사의 업무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요양병원 건물의 규모와 구조, 승강기 대수 등에 비추어 1명의 재활치료사가 치료시간 30분 내에 재활치료와 더불어 환자 이동 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환자 이송요원이 배치되어 있다고 주장하나, 이들은 재활치료사를 도와 낙상위험이 있는 일부 환자에 투입되었고, 그마저도 1 ~ 2명밖에 되지 않았다. 근로감독관의 2023. 2. 14.자 출장조사에서도 재활치료사들이 휴게시간 동안 환자 이동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여러 건 확인되었다.
근로감독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재활치료사 총 28명 중 25명 참여)에 따르면, '휴게시간 적정 여부'에 관하여 9명(36%)은 '시간적 제약으로 업무 피로도 누적, 환자 이동시간 부족, 행정업무 과다, 낙상 등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부 적정'으로 응답을 하였고, '휴게시간 준수 여부'에 관하여 11명(44%)은 '미 준수'로 응답하였다.
E 등이 근무할 당시 이 사건 요양병원에는 약 27명의 재활치료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제공된 독립된 휴게공간은 의자 3~4개가 있는 좁은 탈의실과 탕비실이 전부였고(그마저도 2020년 중반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재활치료사들은 주로 탈의실과 탕비실의 바닥에 앉아 휴게시간을 보냈다. 때때로 재활치료사들이 안내데스크 또는 빈 치료실에서 휴게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으나, 이들 장소는 근무 공간과 분리되어 있지 않아 업무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실질적인 휴게공간이라 보기 어렵다. 실제로 E 등은 휴게시간에 안내데스크에서 환자 응대, 전화 응답 등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진술하였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근로자들의 초과근무에 관한 임금 합계 2,67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전부 지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휴게시간에 이루어진 근로 제공에 대한 부분을 지급하지 않았던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내용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공소기각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광양시 C에 있는 D요양병원의 실질 대표로서 상시 15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요양병원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B의 입금 합계 421,992원을 당사자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적용법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반의사불벌죄: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공소기각 판결 :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B는 2024. 7. 23. 이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판사 박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