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17. 7. 12. 선고 2016나9168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8,436,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 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주식회사 광신종합건설로부터 화순 C 아파트 신축공사 중 내장목공사를 하도급받아, 2015. 1. 9. D과 계약금액을 520,000,000원으로 하여 위 내장목공사 중 노무 등(재료비를 제외한 노무비, 철물비, 식대 등 포함)을 D에게 일괄 하도급하는 내용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15. 4. 9. D과 내장목공사 중 천장공사에 관하여 노무비를 평당 단가 10,500원으로 하는 내용의 노무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5. 4. 11.부터 2015. 9. 11.까지 천장공사를 모두 마무리하였다.

다.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천장공사를 하고 지급받아야 할 노무비 합계액은 32,388,929원이다. 원고는 그 중 D으로부터 2015. 6. 2. 2,895,520원, 2015. 8. 1. 4,362,700원, 피고로부터 2015. 6. 30. 3,852,630원, 3,937,630원, 2015. 8. 31. 4,349,825원, 2015. 9. 25. 2,342,214원, 2015. 10. 2. 2,212,410원 합계 23,952,929원만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 청구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로서 원고에게 미지급 노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제1예비적 청구

원고는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는 D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표현대리 책임에 따라 원고에게 미지급 노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제2예비적 청구

피고는 D에게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도록 하였고, 원고는 D이 피고의 기술이사인 것으로 믿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피고는 명의대여자 책임에 따라 원고에게 미지급 노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제3예비적 청구

피고는 D에게 내장목공사 중 노무 등을 하도급 준 자인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은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직상수급인에게 임금지급의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직상수급인으로서 D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D과 노무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일 뿐, 피고와 어떠한 계약관계가 없다. 또한, D은 피고로부터 내장목공사 중 노무 등을 하도급받은 자일 뿐 피고의 직원이 아니므로, D은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없으며, 피고가 D에게 명의를 대여한 바도 없으므로, 표현대리 또는 명의대여자의 책임도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노무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하고(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참조),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확정해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 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83199, 83205 판결 참조).

피고가 원고에게 직접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노무비 명목으로 2015. 6. 30. 3,852,630원, 3,937,630원, 2015. 8. 31. 4,349,825원, 2015. 9. 25. 2,342,214원, 2015. 10. 2. 2,212,410원을 각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따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공사기간 중 피고 사업장 명의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며, 피고는 2016. 5. 25. 제2차 변론기일에서 'D은 피고의 등기이사는 아니나, 일을 하면서 명함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 준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은 원고와 D 사이에 구두로 체결되었고,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피고 명의의 계약서 또한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피고가 아닌 피고로부터 내장목공사 중 노무 등을 일괄 하도급받은 D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직접 원고에게 노무비를 지급한 것은 노무비를 직불해달라는 D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피고 사업장 명의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것 또한 D이 건설업 면허 또는 사업자등록 없이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가 피고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1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표현대리 책임 성립여부)

민법상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제3자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거나(민법 제125조), 대리인이라 칭하는 자에게 기본대리인이 있을 것(민법 제126조)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직접 D에게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만들어 준 것은 위에서 본 표현대리 성립을 위한 요건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가 D에게 위 명함을 만들어 준 것은 단순히 일을 하면서 명함이 필요하다는 D의 요청에 따른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들어 곧바로 피고가 D에게 피고를 대리할 어떠한 권한을 수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제2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명의대여자 책임 성립여부)

상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데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8309 판결 등 참조).

피고가 D의 요청에 따라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D에게 만들어 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법인등기부에 D이 등기되어 있지 않은 점, ② 원고는 D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이 기재된 명함만을 믿고 D이 피고의 직원이라고 그대로 믿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피고의 법인등기부를 열람하거나, 피고에게 직접 D과의 관계 등을 확인한 사실이 없는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최초로 지급받은 노무비 명목의 금원은 D 개인 명의로 이체되었고, 그 이후에도 피고 명의가 아닌 D 개인 명의로 노무비 명목의 금원이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명의대여에 관한 선의의 제3자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명의대여자책임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제3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근로기준법 제44조의 2 제1항에 따른 책임)

1)

근로기준법 제44조의 2 제1항은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건설산업기본법」제2조제11호에 따른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피고가 주식회사 광신종합건설로부터 화순 C 아파트 신축공사 중 내장목공사를 하도급받아, 위 내장목공사 중 노무 등을 D에게 일괄 하도급한 사실, 원고가 D과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위 내장목공사 중 천장공사를 완료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 2 제1항에 따라 하수급인과 직상수급인에게 연대하여 임금 지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자가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원고는 D과 노무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원고를 D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아닌 재하수급인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호증의 1 내지 71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D과 이 사건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면서 공사(노무)대금을 정한 것이 아니라, 평당 단가를 10,500원으로 책정하여 노무비를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는데, 이는 공사(노무)대금을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해석함이 상당한 점, ② 원고는 노무를 제공할 다른 근로자를 공급하거나 투입한 것이 아니라 원고 자신이 직접 일을 하여 노무를 제공하였고, 일일 단위로 작성되는 작업일보에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공사를 수행한 날에 그 공사 수행 내역을 기재한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공사기간 중 근로자의 지위로 피고 사업장 명의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이는 D이 건설업 면허 또는 사업자등록 없이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재하수급인이 아닌 피고로부터 내장목공사를 일괄하도급받은 하수급인인 D에게 고용된 근로자의 지위에서 노무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 2 제1항에 따른 직상수급인으로서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인 D이 사용한 근로자인 원고에게 위 D과 연대하여 미지급 임금 8,436,000원(= 32,388,929원 - 23,952,929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6. 1. 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제1, 2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고 제3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그 이유가 기재되지 아니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어느 청구를 인용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이 없으므로 일응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만일 제1심판결이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고, 제1, 2, 3예비적 청구 중 어느 하나를 인용한 것이라면 이는 주위적 청구를 먼저 판단하지 않고 어느 하나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만 판단한 것으로 법률상 허용되지 아니하며, 그 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되면 판단이 누락된 주위적 청구 부분도 상소심으로 이심이 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2225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제1심판결이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것이라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양청구의 견련관계가 밀접하여 이를 분리하여 심판할 수 없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주문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것은 부적법하므로 제1심판결은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

판사 이태웅(재판장) 이강호 김희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