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한국전력공사법에 기하여 전력자원의 개발, 발전‧송전‧변전‧배전 및 이에 관련되는 영업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원고는 피고의 ‘2019년도 2차 연구직 직원 채용공고’에 따라 ‘B’의 일반연구원 채용에 지원하였고, 2019. 5. 28. 1차 서류심사 합격자 7명 중 1명으로 선정된데 이어, 2019. 6. 3. 직무능력검사 및 인성검사, 2019. 6. 11. 연구역량면접을 거쳐 2019. 6. 18. 2차 심사 합격자 2명 중 1명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원고는 3차 종합면접 결과 2019. 7. 2. 최종 합격자로 선정되었고, 2019. 7. 17.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C연구소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위 채용공고에서 “지원서 허위 작성, 가점사항 허위 또는 착오 입력, 증빙서 위․변조, 시험부정행위자의 경우에는 불합격 처리하고 향후 5년간 당사 입사지원을 제한함.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한 부정청탁으로 인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해 합격을 취소할 수 있으며, 향후 5년간 공공기간 채용시험 응시자격이 제한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고조항‘이라 한다).
피고가 2019. 8. 29. 제정한 채용업무관리지침(이하 ‘이 사건 채용지침’이라 한다) 및 원고가 채용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편, 이 사건 채용전형 당시 원고의 부친 D는 피고의 전력연구원 연구전략실의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자체감사 결과 2019. 11. 25. D에게 “원고의 연구역량면접을 앞둔 2019. 6월경 내부 심사위원 후보들에게 원고의 인적사항 및 연구논문 등의 정보를 알려주면서 부정한 청탁을 하였음”을 이유로 정직 6월의 징계를 하였고, 위 처분에 대하여 D는 인사관리규정에서 정한 항고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2019. 12. 18. 원고에게 “원고의 부친의 부정청탁 사실이 감사결과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민법 제109조에 의하여 2019. 7. 17. 이루어진 원고의 채용을 취소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용취소’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5, 9, 13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의 부친 D는 지인들에게 피고의 1차 서류심사에서 원고가 합격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을 뿐 원고의 채용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
설령 E이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가 지원자에게 징구한 윤리서약동의서나 수험자 서약서의 ‘인사청탁’에 본인이 아닌 제3자(부친)가 청탁을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이 사건 공고조항 및 이 사건 채용지침은 ‘부정한 청탁으로 인하여’ 합격되었을 경우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의 채용과 E의 부정한 청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마지막으로 채용과정에서의 부정행위의 존부는 근로계약의 중요부분이라 할 수 없어서 민법 제109조의 착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피고
원고의 부친 E은 원고를 위하여 연구역량면접 심사위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이는 피고의 이 사건 공고조항, 원고에게 징구한 윤리서약 동의서 및 수험자 서약서 및 이 사건 채용지침에서 정한 채용취소사유에 해당한다.
피고는 채용전형의 공정성에 일체의 부정행위가 없을 것을 전제로 원고를 채용하였는데, 원고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D의 부정청탁 사실을 알았더라면 원고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는 원고와의 근로계약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채용취소를 통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판단
원고의 채용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을 제6 내지 8,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D는 2019. 6. 7. 원고가 지원한 ‘B’의 연구역량면접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C연구소 선임 직원에게 ‘자녀(원고)가 B분야에 지원을 했고, 연구분야는 F 관련이다.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D는 C연구소 G연구실 선임직원들에게도 ‘원고가 서류심사에 합격했는데 심사위원으로 가게 되면 도와달라’고 하면서 원고의 수험표를 보여주거나 논문제목을 알려주었다.
또한 D는 H연구소 선임직원에게 원고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 도와달라’고 하였다.
D는 원고가 지원한 ‘B’의 연구역량면접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I연구소 책임직원에게 ‘자녀(원고)가 피고의 서류심사에 합격했다’고 하면서 서면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기도 하였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D가 원고의 연구역량면접을 앞두고 원고에 대한 연구역량면접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피고의 직원들을 만난 점, D가 이들에게 면접대상자들 가운데 원고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논문주제 등)를 제공하면서 ‘(원고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한 점, 실제로 D가 만난 직원들 중 2명이 원고에 대한 연구 역량면접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는데, 원고의 연구역량명접 심사위원 4명 중 외부 심사위원이 2명이어서 결국 D는 사내 심사위원 전원에게 원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D의 행위는 피고의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된다.
원고의 부친의 청탁을 원고 본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지 여부
먼저 이 사건 공고조항에서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한 부정청탁으로 인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해 합격을 취소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타의‘에 의한 부정청탁은 지원자 이외의 자의 부정청탁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피고가 채용지원시 징구한 윤리서약 동의서 및 수험자 서약서는 지원자 본인이 동의 및 서약하는 형식이나, 공공기관인 피고의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한 취지 및 이 사건 공고조항과의 조화로운 해석에 비추어 볼 때 응시자가 직접 청탁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응시자를 위하여 청탁행위를 한 경우에도 채용과정에서의 불이익을 받게 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의 부친으로 원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D가 원고의 연구역량면접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에게 원고에 대한 청탁을 한 것은 이 사건 공고조항, 윤리서약 동의서 및 수험자 서약서에서 정한 인사청탁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
원고의 채용과 부정한 청탁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먼저 이 사건 채용지침이 이 사건 채용취소의 근거 규정이 될수 있는가에 관하여 보건데, 이 사건 채용지침은 피고가 원고를 채용한 이후 제정된 것으로서 제정 이후의 인사관리에 있어 피고를 구속한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제정 이전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을 규율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채용취소의 근거는 이 사건 공고조항, 피고가 채용지원시 징구한 윤리서약 동의서 및 수험자 서약서가 되는데, ① 이 사건 공고조항 후문은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합격을 취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② 윤리서약 동의서는 ’청탁 등을 통하여 합격자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채용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를 할 경우 채용취소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③ 수험자 서약서는 ’인사청탁시는 전형단계 및 점수에 관계없이 전형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각 채용취소가 가능한 청탁행위와 채용 사이의 인과관계의 정도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고조항의 전문에서 ’지원서 허위 작성, 가점사항 허위 또는 착오 입력, 증빙서 위․변조, 시험부정행위‘의 경우 이러한 채용관련 비위로 인하여 합 격하였는지 여부를 불합격 처리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데, 지원서 허위작성 등의 부정행위와 부정한 청탁으로 인한 채용의 취소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채용과 비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요부를 달리 판단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근로자의 채용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 등의 비위가 개재된 경우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피고와 같은 공공기관의 직무의 염결성과 그에 대한 공중의 신뢰를 중대하게 훼손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고조항, 윤리서약 동의서 및 수험자 서약서의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부분을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E의 부정한 청탁으로 인하여 채용된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앞서 설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2차 전형은 직무능력검사(100점, 직무능력검사 점수), 인성검사(적·부 판정) 및 연구역량면접(100점)으로 구성되는데, 직무능력검사는 객관적인 검사점수에 의하여 결정됨에 반하여 연구역량면접의 경우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그대로 점수에 반영되고, 2차 심사의 동점자 처리기준에서도 직무능력검사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점, D는 원고에 대한 연구역량면접 심사위원 4명 중 외부 심사위원 2명을 제외한 사내 심사위원 전원에게 원고의 정보를 제공하며 청탁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E의 부정한 청탁은 피고의 ‘미세먼지 저감분야’ 연구원 채용의 과정에서 합격자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채용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인정되므로, 규범적 의미에서 E의 부정한 청탁과 원고의 채용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1차 서류심사, 2차 직무능력검사, 인성검사 및 연구역량면접, 3차 종합면접을 순차적으로 실시한 것은, 각 단계별로 공정한 절차를 거쳐 업무능력을 실증하기 위함인데, E이 이중 연구역량면접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심사위원들에게 청탁한 것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E이 만난 심사위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들과 피고의 인사권자들은 위와 같은 부정행위로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음을 알지 못한 채 원고가정당하게 2차 채용전형을 합격하였다고 착오에 빠져 원고를 최종합격자로 결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피고가 원고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이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여 피고는 위 착오를 이유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채용취소를 통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그 무렵 효력이 소멸하였다.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채용취소의 무효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혜림
각주1) 사립대학교의 정시모집전형에서의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같은 취지로 설시한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참조
각주2) 근로계약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