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상시근로자 약 10명을 고용하여 택시운송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로 C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 D지부 전남지회에 가입한 조합원이다.
피고는 2019.경 피고 소속 근로자 6명과 사이에 아래와 같이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사납금 및 기준금을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며 피고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피고는 2019. 2. 7. 원고에게 피고가 제시한 근로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자동차 열쇠를 회수하고 원고에게 대기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 조치를 하였다.
노동조합은 2019. 2. 18. 피고를 상대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대기발령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19. 4. 12. 기각 판정을 받았다. 노동조합은 2019. 5. 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7. 5.경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가 유효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직장질서 유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사용자의 인사재량을 일탈하여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이익금지 및 지배․개입,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2019. 4. 15.경부터 복귀하여 배차를 받고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4,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의 요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바, 피고가 제의한 새로운 근로계약은 사납금을 인상함으로써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고, 택시발전법 제12조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유류비를 부담시키는 등 위법·부당한 내용이 포함된 것이며, 취업규칙이 적법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자가 이에 동의할 의무는 없는 것이므로, 원고에게는 변경된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기존 근로계약의 효력이 계속되고 있었다고 할 것인바, 피고가 원고의 근로 수령을 거부하고 대기발령을 한 것은 위법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9. 2. 7.부터 2019. 4. 14.까지의 미지급 임금인 4,110,210원(= 원고의 2018년도 초과운송수입금 및 월급을 기준으로 산정한 1일 평균 임금 63,953원 × 67일 – 피고가 휴업수당 명목으로 지급한 174,62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 5. 선고 99다70846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7764, 47771, 47788 판결 등 참조).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을 제2, 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위법하게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여 원고의 정당한 근로 수령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2019. 1.경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임금규정을 제정하여 기존 근로계약에서 정하였던 임금 관련 근로조건을 변경하기로 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에게 이를 설명하였고, 총 10명의 근로자들 중 과반수에 해당하는 6명이 위 개정에 동의하여 취업규칙이 개정되고 새로운 임금규정이 제정되었다.
새로운 임금규정에 의하면, 종전에 회사에 납부하던 기준금을 1일 87,000원으로 하고, 기본급을 1일 2시간, 1월 15일 만근을 기준으로 270,000원을 지급하던 것에서, 회사에 납부하던 기준금을 1일 90,000원으로 올리는 대신 기본급도 1일 2시간, 1월 15일 만근을 기준으로 317,000원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비록 근로자들이 회사에 납부해야 할 기준금의 액수가 증액되기는 하였으나, 월 단위로 보았을 때 근로자가 15일을 근무하는 것을 기준으로 기준금은 총 45,000원이 인상된 반면, 근로자들이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기본급도 47,000원이 인상된 것이기 때문에, 대가성와 연계성이 있는 관련 규정을 함께 고려하면 근로조건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취업규칙 변경 및 새로운 임금규정 제정에 반대한 근로자는 원고를 포함하여 총 4명이었는데, 이들은 기존의 근로조건을 계속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기준금의 폐지 및 완전월급제 시행과 같은 새로운 임금체계의 적용을 주장하며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으나 다른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는 기존 기준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기준금과 기본급을 함께 상향하기로 하는 근로조건의 변경에 동의하였다.
피고는 2019. 2.경 새로운 임금규정에 따라 변경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변경된 근로계약의 체결을 거부한 4명에 대하여는 그들과 변경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 사이에 회사에 납부할 기준금의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명하였고, 대기발령기간 동안 원고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였다. 이후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4명에게 복귀를 요청하여 원고는 대기발령으로부터 약 2개월만인 2019. 4. 15.경부터 다른 근로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배차를 받아 택시운행을 시작하였다.
피고가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임금규정을 제정하였고, 변경된 취업규칙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이상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위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이라고 할 것인 점(대법원 2003. 12. 18. 선고 2002다284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아예 기존 임금제도와 다른 기준금 폐지 및 완전월급제의 시행을 주장하며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를 비롯한 소수에 대하여만 다른 근로조건을 적용할 경우 새로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다수의 근로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점, 통일적인 근로조건의 적용, 직장질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임시적으로 대기발령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대기발령을 한 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로 2019. 3.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어 단체교섭이 진행되었고, 2019. 4. 15.경에는 원고가 복귀하여 다시 근로를 시작하였는바, 대기발령이 지나치게 과도한 기간 동안 지속되어 그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도 노동조합이 피고의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사안에서, 대기발령 등 인사명령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합당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는데, 이 사건 대기명령은 원고 등이 유효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직장질서의 유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행해진 것으로서 위 인사재량을 일탈하여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다음, 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채승원
판사 박주영 김수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