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2. 11. 24. 선고 2021노310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고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인이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의해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부분과 함께 당심에 이심되기는 하였으나, 이유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지 않음으로써 이미 당사자 사이의 공격․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하였으므로, 이 법원이 위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다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501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한정되므로, 원심판결의 이 유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하지 아니하고 원심판결에 따른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피고인은 한의사인 피해자와 사이에, 기본급, 각종 수당, 퇴직금 등을 포함하여 세후 600만 원을 임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넷(net) 계약’ 형태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매달 약 53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약 70만 원은 퇴직금으로 매월 적립해두었다가 2018. 1. 26. 및 2019. 3. 7. 피해자에게 이를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미지급한 퇴직금이 없다.

나.

설령 사후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민사상 채무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퇴직금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믿고 있었으므로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은 목포시 B에 있는 C의료재단 D요양병원 대표로서 상시 3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병원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1. 19.부터 2019. 1. 11.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13,157,910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을 비롯한 판시 증거들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4도8722 판결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C의료재단 D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이 피해자가 운영하던 I요양병원을 인수하게 되면서, 피고인은 2017. 1. 19.부터 피해자를 봉직의사로 채용하였는데, 급여는 매월 세금 등을 제한 후 6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구두 약정하였다.

②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 1. 19.자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은 평일 09:00부터 18:00까지, 토요일 09:00부터 12:00까지, 급여는 총액 500만 원의 ‘포괄월급제’로, 퇴직금은 ‘법정’으로 각 기재되어 있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 근로계약서상의 급여 총액 500만 원에서 세금과 공과금을 제한 약 430만 원을 공식적인 급여로 지급하였고, 당초 약정한 세후 600만 원의 급여를 맞추기 위해 매월 현금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였으며, 공식적인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세금 등 상당액인 약 70만 원은 매월 따로 적립(이하 ‘이 사건 적립금’이라 한다)해두었다.

④

피해자가 2018. 1.경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적립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은 2018. 1. 26. 피해자에게 7,891,020원을 지급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선지급 확인서’를 교부받았는데, 위 확인서에는 ‘퇴직 시 퇴직금에서 정산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⑤

한편 피해자는 사기죄 등으로 2019. 1. 11.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자, 피고인에게 ‘㉠ 2018. 12.분 급여 100만 원, ㉡ 2019. 1. 1.부터 2019. 1. 10.까지의 급여, ㉢ 퇴직금’의 지급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고, 피고인은 2019. 3. 7. 피해자가 지정한 사람들 명의의 계좌에 합계 12,899,822원을 이체하였다.

3)

구체적인 판단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는 피고인과 사이에 급여는 세후 6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약정하였으나, 여기에는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서명한 2018. 1. 26.자 확인서의 ‘선지급’ 및 ‘퇴직 시 퇴직금에서 정산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점, 피해자는 2019. 1. 11. 구속된 후 피고인에게 임금 등의 지급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면서 2018. 1.분 및 2019. 1.분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는데 만일 이 사건 적립금이 퇴직금에 갈음한 금원이 아니라 매월 받지 못한 임금이었다면 피해자로서는 2018. 1.분 및 2019. 1.분 미지급 임금에 이 사건 적립금 상당액을 더한 임금과 별도의 퇴직금의 지급까지 요구해야 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는 이 사건 적립금 상당액을 퇴직금으로 지칭하면서 이에 대한 지급만을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법정 퇴직금의 액수와 관계없이 이 사건 적립금을 퇴직금에 갈음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인다.

②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가 작성한 2017. 1. 19.자 근로계약서에는 퇴직금은 ‘법정’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긴 하나, 피해자는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것과는 달리 토요일에는 따로 근무하지 않았던 점,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급여는 500만 원이었으나 피해자와 피고인이 합의한 급여는 600만 원으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현금 100만 원을 별도로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근로계약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단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만을 증명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③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이른바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그러한 취지의 약정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여 강행법규 위반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21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민사상 퇴직금지급채무를 지고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에게 각종 수당과 퇴직금 등이 모두 포함된 임금을 지급할 의사였고 피해자 역시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므로, 법률가가 아닌 피고인으로서는 위 근로계약이 유효하고 이에 따라 퇴직금 상당액을 모두 지급하여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을 파기하고,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사건인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기로 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1.

이 사건 공소사실

가.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은 목포시 B에 있는 C의료재단 D요양병원 대표로서 상시 3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병원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1. 19.부터 2019. 1. 11.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E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1,451,83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제3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가.

근로기준법위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심 증인 E의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작성된 연가신청서보다 많은 일수의 휴가 내지 연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E은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기간, 해외여행, 경조사 등에도 병원 측의 승인을 받아 결근하였으나 이에 관하여 따로 문서가 작성되지는 않은 점, ③ E이 평일뿐만 아니라 토요일이 근로시간으로 기재된 근로계약서에 임의로 서명한 점 등과 이 사건 병원의 관행 등을 종합하면, 단지 연가 관련 결재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제3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평호(재판장) 김지영 김대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