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1992. 10. 28. 선고 92구1156 판결

주문

피고가 1992.6.5 원고에 대하여 한 노동조합규약 변경보완명령은 이를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의 1 내지 4,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의 1ㆍ2ㆍ3, 을 제2ㆍ3ㆍ4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가.

1987.9.3 단위노동조합의 형태로 설립된 원고조합은 1992.4.17 노동조합규약을 개정함에 있어, 제14조 제3항, 제16조 제1항 마호, 제18조 제2항, 제51조를 별지 규약 변경보완 내용표 현행란 기재와 같이 새로 규정(이하 "이 사건 규약"이라 한다)하였다.

나.

이에 M산업 주식회사가 이 사건 규약이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된다며 피고에게 변경명령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하자, 피고는 ① 이 사건 규약 제10조 제1항 마호, 제51조는 노동조합법 제33조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가지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이라는 이유로, ② 이 사건 규약 제14조 제3항, 제18조 제2항은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에 의하여 일정한 경우에 행정기관이 가지는 노동조합의 임시총회 및 임시 이사회를 소집할 자의 지명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이라는 이유로, 경상북도지사를 통하여 경상북도 지방노동위원회에 대하여 별지 규약 변경 보완 내용표 기재와 같이 규약의 변경의결을 요청하였다.

다.

같은 위원회가 같은해 5.26 이를 인정하는 의결을 하자, 피고는 그에 따라 같은해 6.5 원고조합에 대하여 이 사건 규약을 별지 규약 변경보완 내용표 기재와 같이 변경보완하라는 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쌍방의 주장

피고는 ①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5항의 규정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단체협약의 교섭, 체결권한이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규약 제16조 제1항 마호, 제51조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기능에 두고, 협약체결은 위원장이 대표로서 행하며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함으로써,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게 되어, 이 사건 규약의 내용대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한 결과 합의에 이른 사항에 대하여 일일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한다면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대표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고, 또한 그렇게 한다면 무익한 단체교섭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어, 진지하고 책임있는 교섭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규약 제16조 제1항 마호, 제51조는 결국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5항에 위반되고, ②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면, 행정관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으로부터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임시총회 또는 임시대의원회의 소집을 요구받고도 회의의 소집을 고의로 기피하거나, 이를 해태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이들을 소집할 자를 지명할 권한이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규약 제14조 제3항, 제18조 제2항은 위와 같은 경우에 임시총회 소집요청 조합원의 대표자가 임시총회의 조합원 과반수의 지지, 서명을 받은 자 또는 소집 요청시에 미리 지명된 대리소집권자가 임시대의원회의 각 소집권자가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행정기관의 소집권자 지명권을 박탈하는 결과가 되어 이 사건 규약 제14조 제3항, 제18조 제2항은 결국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에 위반되는 것이니,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① 헌법 제33조 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1조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3조는 "노동조합"을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 조직하는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는 바,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노동조합의 본질은 자주성에 있다 할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하여 자주적으로 규약을 제정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5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담당자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며, 따라서 사실행위에 불과한 단체교섭과는 달리 단체교섭권 내지 단체협약체결권은 노동조합 그 자체가 가지는 것으로서, 그 권한의 행사에 관하여 규약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하므로, 이 사건 규약 제16조 제1항 마호, 제51조는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②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으로부터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임시총회 또는 임시대의원회의 소집을 요구받고도 회의의 소집을 고의로 기피하거나, 이를 해태한 경우에 경제력이 취약한 근로자들에게 보다 쉽고 신속하게 그 권리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행정관청에 이를 소집할 자의 지명권을 부여한 보충적 규정이고, 행정관청만이 지명권을 가진다는 강행규정이 아니며, 오히려 원고 조합과 같이 그러한 경우의 소집권자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사실상 필요하고 권장할 만한 것이므로, 이 사건 규약 제14조 제3항, 제18조 제2항은 결국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그 노동조합을 규율하는 규약을 자주적으로 제정할 수 있음은 명백하고, 그것이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만 행정관청이 변경 또는 보완을 명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규약 제16조 제1항 마호, 제51조가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5항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단체교섭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교섭이고, 그러한 단체교섭으로 근로조건 등에 대하여 이루어진 합의가 곧 단체협약인 바,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의 근로자측 당사자는 당연히 노동조합이라고 할 것이지만, 단체라는 성질상 단체교섭의 권한이나 단체협약 체결권한은 대표자 등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5항은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성실한 단체협약 체결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 또는 해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문언의 해석상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권한을 가지며, 한편 사용자측에서는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가진 대표자 등과의 단체협약 체결의 성실의무를 지우는 규정으로서, 그것이 바로 단체협약 체결권한이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있다는 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도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측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가지는 단체교섭권은 어디까지나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단체교섭을 할 권한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이와는 달리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독립하여 사용자측과 단체교섭을 할 권한이 있다거나,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측과 단체교섭을 한 다음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으로부터 아무런 제한을 받음이 없이 합의에 이른 사항을 가지고 독자적 의사로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는 의미로는 해석되지 아니한다(따라서 노동조합에서 조합자체의 협약안을 준비하는 등 대표자에게 일정한 제한을 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협약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으나, 이는 단체법상 대표의 법리에 관한 문제일 뿐이며, 나아가 거꾸로 조합의 위임에 따라 체결된 단체협약에 대하여 사후에 총회의 의결을 거칠 것을 요구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에 제한을 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제 이 사건 규약을 보건대, 제16조 제1항 마호로서 총회의 기능 중 단체협약 및 임금체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은 대표자의 단체교섭권한을 제한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내지 단체협약의 당사자로서 최고의결기구인 총회를 통하여 내부적으로 단체협약 및 임금체결에 관한 사항(협약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제51조로서 단체협약의 체결은 위원장이 대표로서 행하며,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원고 조합이 당초 이러한 규약을 두게 된 의도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 전단은 조합의 대표자인 위원장(규약 제34조 제1항 가호)이 조합의 대표자로서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선언한 것이고, 후단에서 위원장은 단체교섭한 결과를 총회에 보고한 후 사전에 총회의 의결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그 대표권행사에 일부 제한을 가한 것이라고 해석된다(규약 제50조 소정의 총회결의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시에 제안할 노조측 단체협약안에 관한 결의라고 해석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규약 제16조 제1항 마호, 제51조를 해석하는 경우에 그것이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5항에 위반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규약 제14조 제3항, 제18조 제2항이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음은 명백하고, 임시총회 및 임시대의원회의 소집은 노동조합의 조직 내지 관리에 관한 사항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법 제26조 제2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회의의 소집을 요구한 때에는 지체없이 임시총회 또는 임시대의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조 제3항은, 행정기관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같은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회의의 소집을 고의로 기피하거나, 이를 해태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이들을 소집할 자를 지명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노동조합의 본질이 자주성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위 법문의 취지를 살피건대,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은 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 또는 대의원으로부터 회의의 소집을 요구받고도 이를 기피하거나 회피하는 경우에 조합원들에게 법원의 허가없이도 쉽고 신속하게 회의를 소집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행정관청에 회의를 소집할 자의 지명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고, 그러한 경우에 행정관청만이 소집권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는 아니하며, 그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노동조합이 규약으로 소집권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해석되지도 아니한다.

이제 이 사건 규약들을 살피건대, 제14조 제3항은 조합원의 3분의 1이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임시총회의 소집을 요청하였음에도 위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소집요청 조합원의 대표자를 소집권자로, 규약 제18조 제2항은 조합원(대의원)의 3분의 1이 회의에 부의할 사항을 제시하고 임시대의원회의 소집을 요청하였음에도 위원장이 5일 내에 임시대의원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소집을 요구한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지지서명을 얻은 자, 또는 소집요청시 미리 대리소집권자로 지명된 자를 소집권자로 각 미리 정하여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바, 이와 같이 해석하는 이상, 그 규정들이 노동조합법 제26조 제3항에 위반된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규약들이 노동조합법에 위반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