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도로의 설치·관리,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함으로써 도로 정비를 촉진하고 도로교통의 발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주된 사무소(본사) 외에 7개의 지역본부와 45개 지사 등으로 이루어졌다(한국도로공사법 제1조, 제2조).
피고는 2007년 6월경 피고 소속 현장직 안전순찰원이 수행하던 고속도로 안전순찰 업무 등을 외주화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신청한 15년 이상 근속 피고 소속 직원 중 정년이 3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외주사업체 운영적격자를 선정하였다.
외주사업체 운영적격자로 선정된 직원(이하 이러한 직원 및 피고와 아래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를 통틀어 '외주사업주'라 하고, 외주사업주가 설립한 사업체를 '외주사업체'라 한다)은 피고에게서 외주사업체를 설립·운영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은 후 사업자등록을 마친 다음, 해당 외주사업체 명의로 안전순찰원을 채용하였다.
피고는 외주사업체와 사이에 '피고가 외주사업체에 피고 지사 관할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 등을 위탁한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 용역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용역계약').
원고들은 [별지3] 원고별 고용의무 발생일 표 '입사일'란 기재 각 일자에 같은 표 '회사명'란 기재 각 외주사업체(복수의 외주사업체가 기재된 때에는 가장 왼쪽에 기재된 외주사업체를 지칭한다)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 외주사업체 사무실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였다. 이후 외주사업체 운영기간이 만료한 경우 새로운 외주사업체가 원고들과의 고용관계를 그대로 승계하여, 원고들은 위 입사일부터 현재까지 사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구 파견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6, 12~33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각 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포함한다.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및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용역계약은 파견법 제2조가 정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함에도, 외주사업체는 근로자 파견사업에 관한 고용노동부장관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피고에게 원고들의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하였으므로, 피고는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4호 또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피고는 위 고용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위 고용의무가 발생한 시점이나 2014년 5월 중 나중에 도달하는 날부터 2017. 12.까지 소속 근로자에게 지급했을 임금과 원고들이 실제로 외주사업체에게서 지급받은 임금 차액에 해당하는 [별지2] 청구금액 표 '합계'란 기재 각 돈을 원고들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과 훈련, 작업·휴게 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필요한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1161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기초로 먼저 원고들과 피고의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채택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 사건 외주사업주 상당수는 외주사업체 설립 전에 다른 사업체 운영 경험이 없던 사람들로서 피고에게서 사업자등록, 취업규칙 작성, 직원 모집과 운영 등 외주사업체 준비 과정, 인건비 결정과 지급, 노무관리 등 외주사업체 운영 방법 등을 교육받았고, 근태신청서, 근로계약서, 취업동의서, 취업규칙 등 용역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서식도 제공받았다. 원고들도 업무를 시작할 당시 피고의 업무담당자에게서 안전순찰원 근무편성방법이나 그에 관련된 서식을 제공받아 근무편성을 하여 피고 직원의 사전심사를 받았다.
이 사건 외주사업주는 외주사업체 설립 과정에서 이 사건 용역계약 이행에 필요한 주요 시설과 장비인 안전순찰차량, 업무용 전화기, 기타 사무실 비품(책상, 의자, 캐비닛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피고는 외주사업체에 적용될 직책별 임금설계를 마련하였다. 위 임금설계에서는 외주사업체 소속 직원들의 직책별 기본급, 식비, 교통비 등의 금액을 정하면서, 사무원들의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정했고,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했으며, 시간외 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외주사업주들은 위 기준에 따라 사무원의 근로시간을 정하고 임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 용역계약 특수조건에서는 사무원을 포함하는 과업 인원이 피고의 조직체계에 따라 증감될 수 있고, 과업 인원이 부족하면 피고에게 그 사유를 통보하고 수일 내에 충원해야 하며 과업 인원이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할 경우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으며, 피고의 이미지 손상 등이 있는 경우 피고가 과업 인원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피고는 안전순찰 외주용역 정기점검 계획안을 마련하였는데 위 계획안에 포함된 점검 체크리스트에는 '외주사업체의 사무원이 지사에 상주하고 있는지', '과업 인원 부족 시 사유를 제출했는지', '근태대장을 관리했는지' 여부 등을 월 1회 이상 수시로 점검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피고는 외주사업체가 작성한 근태대장을 점검하기도 하였다.
피고가 외주사업체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전 안전순찰원을 직접 고용할 당시에는 피고 직원이 안전순찰업무와 관련된 근무편성표 등 각종 자료를 작성하고 안전순찰업무를 위한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했다. 원고들은 외주사업체에서 피고 직원이 위와 같이 종전에 수행하였던 자료 작성 및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했다.
이 사건 용역계약과 표준 매뉴얼에서는 외주사업체가 이행해야 할 업무에 '피고가 지사 운영과 관련하여 요구하는 각종 자료의 제출업무', '피고가 지사 운영을 평가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평가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피고 직원은 외주사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원고들에게 수시로 구두,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해 직접 외주사업체 실적보고서 등 자료 작성을 지시했고,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가 정한 양식에 따라 외주사업체의 경영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안전순찰원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거나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하는 소송(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3가합1392호,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5가합15248호 등)을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이 파견법 제2조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므로, 안전순찰원들이 피고의 근로자지위에 있거나 피고가 안전순찰원들을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들의 주장은 손해배상의무 등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수행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이 사건 용역계약 특수조건에서는 사무장을 '계약상대자 즉, 외주사업체를 대리하는 근무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외주사업체에 적용되는 취업규칙에서도 사무장의 역할을 '대표를 보좌하고 대표 유고 시 대표 직무를 수행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취업규칙에서는 원고들과 같은 사무원의 역할을 '사무장 보조 및 행정업무'로 정하고 있다. 즉 위 취업규칙에서는 원고들을 '외주사업체를 대리 내지 보좌하는 사람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외주사업주의 이행보조자'와 유사한 지위로 규정하고 있어, 외주사업주나 사무장이 원고들에게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명령을 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안전순찰원들이 수행한 도로 관리업무는 긴급성, 신속성을 요구하는 특성상 안전순찰원들과 피고 직원의 상호 유기적인 보고, 지시, 협조가 중요한 것이고, 이를 위하여 피고가 안전순찰원들을 지휘·명령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은 외주사업체에 소속된 안전순찰원이 피고의 안전순찰업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원고들과 같은 사무원은 외주사업주의 사업체 운영 업무를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안전순찰원이 관련 사건에서 피고의 파견근로자라고 인정받았다는 것이 원고들 지위 판단에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과 같은 외주사업체 사무원들이 보고서를 작성해 피고에게 전달하는 업무는 피고에게서 용역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실제로 이행된 용역의 내역을 사후적으로 알리는 절차에 불과하지 이를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은 원고들이 파견업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피고 직원이 외주사업주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무원들에게 보고서 작성을 요구한 것은 업무상 편의를 위해 관련 실무자와 직접 연락을 한 것일 뿐이다.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수행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앞서 본 것처럼 외주사업체의 시설과 장비를 피고가 제공해 준 것이기는 하나, 그 제공 이후로 위 시설 등은 외주사업체의 관리 하에 있었다. 피고의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 수행을 위하여 피고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에서 순찰업무를 수행한 안전순찰원들과 달리, 원고들은 외주사업체의 사무실에서 근무하여 피고 직원들과 근무장소가 명확히 구분된다.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 선발, 근로자 수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피고가 산출내역서를 통해 계약 인원을 정하고 노무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였고 원고들의 업무 초기에 그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외주사업주들이 사무원을 채용할 당시 피고가 실제로 개입하여 권한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 오히려 외주사업주 상당수는 별도의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배우자, 자녀, 친척 내지 지인이 소개한 사람을 사무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1일 8시간,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 정한 근로시간 상한선에 불과하다. 단순히 외주사업주의 업무를 보조하여 서류 작성 내지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는 사무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간외 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이 필요하지도 않아 보인다. 원고들은 안전순찰원들의 대근(代勤)을 실시하기 위해서 피고와 협의 등을 거처야 한다는 점을 피고가 사용사업주인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으나, 안전순찰원들의 대근을 실시할 때 피고와 협의 등을 거친 사람은 안전순찰원들일뿐 사무원인 원고들이 아니다.
한편 피고는 안전순찰 외주용역 정기점검 계획안을 마련했고, 위 계획안에 포함된 점검 체크리스트에는 '외주사업체의 사무원이 지사에 상주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내용도 있으며, 피고가 외주사업체가 작성한 근태대장을 점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투입된 용역 인원 및 시간에 따라 용역대금이 정해지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특성상 외주사업체가 과업 수행을 적절히 하여 계약에서 정한 용역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점검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두고 피고가 사무원에 관한 인사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피고 직원의 지시를 받았던 안전순찰원들과 달리 원고들과 같은 사무원이 피고의 근무태도 점검을 받았다고 볼 증거도 없다.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필요한지
원고들과 같은 사무원의 업무에 전문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무원은 일반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한 각종 부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직위에 불과하다. 실제로 원고들이 수행한 안전순찰원 편성표 작성, 실적보고서, 경영평가보고서 등 작성 업무도 사업체 운영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업무이다. 원고들이 외주사업체 근무 초기에 피고에게서 각종 서류 작성 방법 등을 교육받고 서식도 제공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도급인인 피고의 요구에 따라 피고의 업무방식에 따라 용역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안전순찰원들이 피고의 안전순찰업무를 수행한 반면, 원고들은 외주사업체에 소속된 안전순찰원들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도 어느 정도 구분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반정우(재판장) 봉지수 이현석
각주1) [별지1] [별지2]
각주2) [별지3]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