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2. 11. 23. 선고 2021가단3182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3. 11. 1.부터 2015. 1. 13.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C 구미대리점(이하 ‘이 사건 대리점’이라 한다)의 명의상 공동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었고, 2003. 11. 1.부터 이 사건 대리점에서 퇴직한 2020. 4. 29.까지 이 사건 대리점의 영업사원으로서 거래처로부터 납품대금을 수금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피고는 C 본사에 채권조사를 의뢰하여 2019. 2. 20. 원고가 관리하는 거래처에 대하여 장부상 수금액과 실제 수금액을 비교하는 1차 채권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채권조사 결과에 따라 원고가 거래처로부터 수금한 납품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2000. 1. 1.부터 2019. 2. 19.까지 거래처로부터 수금한 납품대금을 횡령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388,450,733원을 유용하여 손해를 끼쳤음을 자인한다’는 내용의 자인서, ‘50,000,000원은 2019. 2. 20.까지, 338,450,000원은 2019. 5. 2.까지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변제각서 등을 각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다.

원고는 2020. 3. 31.까지 피고에게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합계 32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라.

그 후 피고는 또 다시 채권조사를 의뢰하여 원고가 관리하는 거래처의 장부상 수금액과 실제 수금액을 비교하는 2차 채권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원고는 장부상 수금액과 실제 수금액과의 차액을 변제하겠다는 취지로 2020. 4. 28. ‘장부상 수금액에서 실제 수금액을 공제한 금액이 합계 52,740,611원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채권·재고 조사 집계표(이하 ‘이 사건 집계표’라 한다)를 작성한 후 이에 서명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집계표에 기재된 실제 수금액에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 30,000,000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

원고는 2020. 4. 28. ‘이 사건 대리점 재직기간 중 발생한 손해액 52,740,611원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해주었다.

바.

피고는 2020. 4. 28. 원고에게 액면가 3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하였고, 2020. 4. 30. 구미세무서에 퇴직소득 30,000,000원, 퇴직소득세 900,000원으로 산정한 퇴직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및 그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였으며, 2020. 7. 10. 원고의 퇴직소득세를 납부한 후 2020. 7. 13. 원고로부터 위 퇴직소득세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다.

사.

한편, 피고는 ‘원고의 연장근로수당 등 합계 12,761,772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약식기소되어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으나, 이에 불복한 피고의 정식재판 청구로 인해 형사재판이 진행되어 2022. 5. 19. 위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000원에 처하는 판결(위 법원 2021고정145호 판결, 이하 ‘관련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았다.

아.

관련 판결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퇴직금 30,000,0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부분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자.

관련 판결에 대하여는 검사가 불복하여 항소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항소심 법원(대구지방법원)에서 그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6, 9,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이하 ‘이 사건 상계’라 한다)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상계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유효한 상계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원고는 이 사건 대리점에서 2020. 4. 29. 퇴직하였는데,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30,000,000원의 퇴직금채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이 사건 상계는 위 퇴직일 이전인 2020. 4. 28.에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근로자인 원고의 퇴직금채권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위배된다(이하 ‘제1 주장’이라 한다).

②

원고는 사용자인 피고의 강요와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집계표 등을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해주었으므로, 이 사건 상계는 근로자인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이하 ‘제2 주장’이라 한다).

3.

판단

가.

제1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1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상계가 2020. 4. 28.에 이루어졌고, 원고가 이 사건 대리점에서 퇴직한 날은 그보다 하루 뒤인 2020. 4. 29.인 것을 전제로 하는 점, 그런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함에 따라 이루어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이미 2020. 4. 28. 피고에게 자신의 납품대금 횡령사실을 인정하고 퇴직의사를 밝혔으나, 피고는 원고의 퇴직일자를 2020. 4. 29.로 정하여 위 일자까지의 기간을 원고의 근속기간으로 보아 퇴직금을 산정하기로 원고에게 제안하였고, 원고 역시 이에 동의함에 따라 원고의 퇴직일자가 2020. 4. 29.로 정하여진 것으로 보이는 점,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퇴직일자는 실질적으로 2020. 4. 28.로 볼 수 있어 같은 날 이루어진 이 사건 상계로 인하여 원고가 자신의 퇴직금채권을 사전에 포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한편, 이 사건 상계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갖는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다만 이를 실제로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대신 위 돈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중 일부를 변제하는 차원에서 대등액에서 상계하기로 한 것에 불과한 점(만일 원고의 이 부분 주장처럼 ‘포기’로 본다면 이 사건 상계의 수동채권이라 할 수 있는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이 부존재하게 되어 상계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제1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2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22061 판결 등 참조). 예외적으로 상계가 가능한 경우에도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는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임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1다7729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그러한 경우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상계계약 또는 합의에 의한 상계에 해당하고, 민법 제497조가 금지하는 단독행위인 ‘상계’라고 볼 수 없다.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사용자인 피고의 강요와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집계표 등을 작성한 것이어서 이 사건 상계에 관하여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정되려면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등에 해당하여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가 위법한 강박행위에 해당하고, 상대방이 그 해악의 고지로 인하여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 점, 그런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그 입증책임이 있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상계 당시 원고에 대하여 위법한 강박행위를 하였다거나 이로 인해 원고가 공포를 느끼고 이 사건 상계에 관하여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오히려 원고는 이 사건 집계표 등을 작성한 때로부터 수개월이 경과한 후 원고의 퇴직소득세를 납부한 피고에게 그 퇴직소득세 상당의 돈을 지급하기도 한 점,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관련 판결 역시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상계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동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제2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하석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