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1995. 9. 1. 피고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C대학교(이하 '피고 대학'이라 한다)에 전자공학과 전임강사로 채용되었다. 원고는 피고 대학에서, 2003. 12. 31. IT 전자공학부 조교수로 임용되었다가, 2005. 9. 1. 전자공학부 조교수로 재임용되었고, 2006. 4. 1. 전자공학부 부교수로 임용된 후 철도운전제어학과로 부서를 이동하였다가, 2012. 3. 1. 철도운전제어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원고는 2017. 11. 14. 피고에게 재임용심의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2017. 12. 26. '교수업적평가 연구논문 실적이 0점으로 재임용청구요건에 미달함'을 사유로 원고를 재임용하지 아니할 것을 통지(이하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이라 한다)하였다.
피고 대학의 교원인사규정(이하 '피고 교원인사규정'이라 한다) 제30조에서는 '교원의 재임용청구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종전 규정에는 논문편수를 기준으로 연구논문실적을 산정하는 요건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였으나, 2015. 9. 1. 개정 규정에서는 교수의 경우 연 논문 0.5편 이상의 연구논문실적이 인정되어야 재임용청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하 '이 사건 개정규정'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다. 그 밖에 피고 교원인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3호증의 2 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개정규정은 교원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종전의 규정보다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으므로, 그 효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인 교원들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그와 같은 동의 없이 개정되었으므로 효력이 없고, 무효인 이 사건 개정규정에 터 잡아 이루어진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사립학교법 등 이 사건에 관련된 법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한편 사립학교법의 위와 같은 규정 취지는, 정년보장으로 인한 대학교원의 무사안일을 타파하고 연구분위기를 제고하는 동시에 대학교육의 질도 향상한다는 기간임용제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헌법 제31조 제6항의 취지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의 재임용 거부사유, 재임용 거부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구제절차를 법률로 정하여 교원의 신분이 부당하게 박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호의무를 다하고자 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3. 2. 27. 선고 2000헌바2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교수업적평가기준의 불이익한 변경과 교원의 동의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교원인사규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 소정의 취업규칙이라고 보기 어렵고, 교수업적평가기준인 이 사건 개정규정의 신설로 불이익을 받는 교원의 동의를 받아야만 당해 교원에 변경된 교수업적평가기준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관련 규정과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명칭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한편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아래 사항을 취업규칙에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다수의 개별적 근로관계의 처리상 편의를 위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는 사항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고,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이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구체적으로,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근로기준법 제97조). 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어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판결).
사립학교 교원의 재임용 기준에 관한 법리
헌법 제31조 제4항의 대학의 자율은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이라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특히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한다(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33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 사립학교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임면권자인 학교법인에게 교원의 임용기간이 만료되면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을 심사하여 다시 임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임용기간이 만료된 자를 다시 임용할 것인지 여부는 결국 임용권자의 판단에 따른 자유재량행위에 속한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7069 판결).
나아가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 전문에서 재임용심의사유를 학칙이 정하는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재임용 여부의 결정에서 개별 대학의 임용권자가 재량권 행사 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재량준칙의 실질을 가지는 재임용심사기준을 객관적인 규정으로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재임용심의사유의 규정형식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져 있다고 볼 것으로, 반드시 사립학교법 제26조의2 제1항에 규정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학칙'의 형식을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두1835 판결 참조). 다) 피고 교원인사규정을 보면 교육, 연구 외에도 봉사 등을 고려하여 평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재임용 대상 교원의 경우, 피고 교원인사규정이 강의와 연구 등 교원 본연의 복무뿐만 아니라 그 외의 복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본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에 관한 규정과 사립학교법상 교원 재임용에 관한 규정의 각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교원인사규정은 피고가 교원 재임용에 관해 가지는 재량권을 행사할 때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취업규칙에 명시되는 근로조건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보인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처럼 교수업적평가기준 변경 시 동의 여부에 따라 기존 교원과 새로 임용되는 교원 사이에 재임용에 관하여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 오히려 재임용 기준이 불확실해지거나 심사방법이 예측하기 어려워져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사립학교법에도 재임용 평가기준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개정규정의 합리성에 관한 판단
설령 이 사건 개정규정을 취업규칙의 일종이고, 종전에 규정되어 있지 않던 연구논문실적을 규정하여 피고의 교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가 운영하는 피고 대학의 질적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재임용과 관련한 평가가 불가피하고, 그 평가와 관련하여 피고가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지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개정규정은 재임용심사청구를 할 수 있는 최소조건을 정하면서 연구논문실적을 1년당 논문편수로 수량화하여 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고, 요구되는 논문편수도 1년에 0. 5편으로 교원의 강의 및 연구를 독려하는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이 사건 개정규정은 개정 이전인 2015. 6. 23. 개최된 전체교수회의와 2015. 8. 15. 피고 대학의 홈페이지 사전예고를 통하여 피고 대학의 교원들에게 사전 예고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개정규정은 종전과 비교하여 사회통념상 객관성 내지 합리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규정은 피고 대학 교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도 그 효력이 인정된다.
한편, 원고는 2018. 11. 22.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 사건 개정규정이 교원인 원고에 대한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개정규정이 그 시행 이전에 원고를 비롯한 교원들에게 고지되었고 이 사건 개정규정은 시행일인 2015. 9. 1. 이후의 원고의 논문실적에 관해서만 적용되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개정규정의 특성과 그 내용의 합리성, 재임용청구요건이 이 사건 개정규정과 같은 내용으로 변경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원고에게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개정규정이 교원인 원고에 대한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음을 부가적으로 밝혀 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경환(재판장) 권형관 박노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