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1억 2,703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6. 16.부터 2019. 6. 27.까지는 연 5%, 2019. 6. 28.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반소피고)의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하고, 반소로 인한 부분 중 19/20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 1/20은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관계
원고는 2014. 11. 28. 발주자인 주식회사 C로부터 경산시 D아파트 신축공사(이하 '본건 아파트 신축공사'라 한다)를 62억 3,030만 원에 일괄하여 도급받았다.
피고는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가 원고로부터 본건 아파트 신축공사 중 형틀목공·비계·철근·콘크리트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도급 받을 경우에 E의 현장책임자로 근무하려는 생각으로, 'E 기술상무'로 직책이 기재된 명함을 사용하면서 원고와 위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도급인으로 기재되고 수급인이 공란으로 된 2015. 3. 8.자 이 사건 공사계약서에 수급인의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을 하였다.
원고는 2015. 3. 8.경 E에 이 사건 공사를 13억 1,000만 원에 하도급주려고 하였으나, 부가가치세 부담 등에 관한 의견의 불일치로 계약 체결이 무산되었다.
피고는 2015. 2.말경부터 2015. 6. 중순경까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상근하였다.
관련된 확정 판결
제1 판결
F은 2016. 7. 20. 원고·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식대로 피고에게 32,516,500원, 원고에게 피고와 연대하여 위 돈 중 1,000만 원의 지급을 명한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한 원고·피고의 항소·상고는 모두 기각되었다.
위 판결의 1심(대구지방법원 2015가단30746)은 '① 원고와 E 사이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하도급계약이 체결된 사실, ② 피고가 위 하도급계약상 E의 연대보증인인 사실'을 전제로 판단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의 지위에서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그렇다고 하여 그가 맡은 부분의 공사에 관하여 독립적 지위에서 하도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고용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의 2심(대구지방법원 2016나9474)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위 ①, ② 사실 및 피고가 원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가 실질적으로는 원고와 이 사건 하도급 계약을 수행하는 지위에 있었다.'라고 판단하였다.
제2 판결
주식회사 G·H·I·J(이하 'H 등'이라 한다)은 2016. 8. 12.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자재 등 대금 72,957,655원의 지급을 명한 판결을 선고받았고(원고에게 같은 금액의 지급을 구한 주위적 청구는 기각되었다), 이에 대한 H 등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피고의 항소 중 H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다.
위 판결의 1심(대구지방법원 2015가단123037)은 '피고가 E 명의를 빌려 이 사건 공사를 한 실질적인 하도급계약의 당사자'임을 전제로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인부들을 동원하는 등 노무를 제공하였을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의 2심(대구지방법원 2016나308515)은 '원고가 E에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가 원고로부터 고용을 전제로 임금 액수 등을 정하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가 원고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실질적 당사자라고 판단하였다.
제3 판결
피고와 원고의 대표이사였던 K은 2017. 8. 10.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근로자 61명의 임금을 미지급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한 피고·K의 항소·상고는 모두 기각되었다.
위 판결의 1심(대구지방법원 2016고단6653) 및 2심(대구지방법원 2017노3599)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은 사실' 및 '피고가 원고로부터 고용을 전제로 임금 액수 등을 정하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가 원고에게 고용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제4 판결
L 외 15명은 2018. 2. 20. 이 사건 공사 현장과 관련한 임금으로 원고·피고가 연대하여 합계 3,457만 원의 지급을 명한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만 항소하였다가 이를 취하하였다.
위 판결의 1심(대구지방법원 2016가단41484)은 '피고가 E 명의로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기로 구두로 약정한 사실' 및 '피고가 원고로부터 고용을 전제로 임금 액수 등을 정하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았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원고의 지급 내역
원고는 2017. 4. 27.경 및 2017. 7. 20.경 제3 판결의 근로자 중 M·N·O·P·Q·R·S·T·U에게 임금 합계 462만 8,00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8. 2. 8. 제1 판결의 당사자인 F에게 식대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8. 5. 11. 제4 판결의 당사자인 L 외 15명에게 임금 합계 1,8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5. 4. 23.부터 2018. 5. 29.경까지 V(W)에게 가설자재 임대료 합계 6,5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8. 10. 9. X에게 X 및 제3 판결의 근로자 중 Y·Z·AA·AB·AC·AD·AE·AF·AG·AH의 임금 합계 1,980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의 지급 내역
피고는 2017. 10. 20. 및 2018. 6. 4. 제1 판결의 당사자인 F에게 식대 3,000만 원 및 소송비용 3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주식회사 AI은 2016. 9. 29.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물품대금 27,143,820원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주었음'을 전제로 청구가 기각되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5가단14161 판결). 피고는 2017. 11. 9. 및 2018. 3. 28. 주식회사 AI에 위 물품대금으로 합계 2,5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7. 12. 6., 2017. 12. 7., 2018. 4. 28., 2018. 6. 15. 제2 판결의 당사자인 H 등에게 자재 등 대금 합계 5,318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7. 12. 6. 제3 판결의 근로자 중 Q·AJ에게 임금 합계 205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8. 5. 11. 제4 판결의 당사자인 AK 등에게 임금 합계 1,680만 원을, 위 사건과 관련하여 법률구조공단에 인지대 등으로 1,651,200원을 각 지급하였다.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1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16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 청구에 대한 판단
청구원인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하수급인인 피고를 위하여 위 1.다.항과 같이 합계 117,428,000원을 대위변제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위 돈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 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민법 제425조 제1항), 이 때 '부담 부분'은 연대채무자가 내부관계에서 출재를 분담하기로 한 비율을 의미하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연대채무자가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원고·피고의 관계가 하도급관계인지 근로관계인지에 상관없이 대외적으로 적어도 임금지급채무는 연대채무관계이고, 자재대금·식대 등의 지급채무는 앞서 본 관련 판결에 따라 연대채무관계에 있다. 그러나 원고·피고의 내부관계에서 피고의 부담 부분에 관하여 특정한 비율을 정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7·8·9·1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피고의 내부관계에서는 피고의 부담 부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에게 지급한 하도급대금은 없으나, 피고에게 2015. 4. 6. 선급 비용으로 2,000만 원 및 그 이후 임금으로 약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자인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사전에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자재대금·임금 등 모든 비용을 자신이 채권자들에게 직접 지불하기로 약정하고, 이에 따라 전액 직불하였다.
원고가 직불 과정에서 확인서·합의서·직불동의서·위임장 등의 제목 하에 '피고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부동문자로 기재한 후 채권자들의 서명·날인을 받았으나, 이는 채권자들이 중복하여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고·피고의 채무가 연대채무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일 뿐 원고·피고의 내부적인 부담 관계에 관한 증거가 아니고, 작성 경위 및 채권자들이 내부 부담 관계를 알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원고가 변제하여 피고도 공동면책이 되었으나, 약정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출재를 부담하는 부분이 없는 이상, 원고의 변제로 피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다.
한편,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15호증, 을 제1~16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피고의 관계는 하도급관계가 아닌 근로관계인바, 비록 대외적으로 원고·피고가 연대하여 임금 등 계약상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함에 따라 피고의 사용자인 원고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 근로자인 피고에 대하여 구상금채권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러한 점에서도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고용보험을 가입하였고, 2015. 4. 16. 및 2015. 5. 16. 피고에게 합계 10,630,660원(2015. 3월 및 4월 근무 부분)의 임금을 지급하였다. 이는 원고·피고의 법률관계가 근로계약관계임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징표이고, 하도급관계로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사정이다.
원고·피고의 법률관계가 하도급관계라면,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인 하도급 금액 및 그 지급 방식에 대한 합의의 존재가 핵심 요건이다. 그런데 '하수급인'이 공란이고 피고가 하수급인의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된 계약서(을 제7호증)만 있을 뿐 원고·피고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게다가 하수급인이 부존재하여 주채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부종성에 따라 원고·피고 사이의 연대보증계약도 성립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는 피고와 하도급 금액이 13억 1,000만 원인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와 하도급 금액을 그와 같이 정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①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는 점은 하도급계약이 아닌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음을 나타낸다. 게다가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한 이후에 하도급대금의 정산 등을 요청한 적이 없다. 이는 피고와의 관계에서 하도급 금액을 정한 적이 없기에 정산할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원고는 하도급 금액 중 피고에게 지급한 돈이 없음을 자인하였다. 그렇다면 하도급 금액의 지급방식은 을 제7호증의 기재 내용과도 다른데, 이는 곧 하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음을 의미한다.
제1 판결은 'E이 하수급인이고 피고가 그 연대보증인'이라는 사실(판결문 제2, 3면)을 인정하고서도 '피고가 형식적으로 연대보증인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도급공사 업무를 수행하는 지위에서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라고 사실을 인정하여(판결문 제4면), 피고의 법률상 지위가 하수급인이라는 것인지 하수급인의 연대보증인이라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게다가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로서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피고가 맡은 부분의 공사에 관하여 독립적 지위에서 하도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근로계약과 하도급계약이 병존할 수 있는 것처럼 판단하였는바(판결문 제4면),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특정한 계약의 법적성질이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를 병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원고·피고 사이에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라는 사실 판단에 구속력을 부여하기 어렵다.
제2 판결은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하도급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라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은 점 및 하도급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은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 판단에 구속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피고가 E의 명의를 빌렸다'라거나 '원고가 E에 이 사건을 하도급하였다'라는 사실 인정은 객관적인 증거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제3·4 판결은 물론 이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다.
피고가 작성한 '직불동의서'는 원고가 직불을 약정함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돈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가 부동문자로 작성한 서류에 피고가 서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서류의 형식적인 존재와 부동문자의 내용이 하도급계약의 존재를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이 될 수는 없다.
제3 판결이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았다.'라고 사실 판단을 하면서 근거로 든 간접사실들(판결문 제4, 5면)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계약과 양립할 수 없이 오로지 하도급관계에서만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사실 판단에 구속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피고가 E의 상무이사 명함을 사용하면서 E 명의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던 정황이나 미완성된 하도급계약서 및 공사포기각서의 작성 정황은 원고·E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상, '원고·피고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에 대한 간접사실로 섣불리 전용할 수는 없다. 즉, 원고·E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무산되었으므로, 그 이후에 피고가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은 물론 제3 판결 과정에서도 'E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E 소속 현장소장으로 근무할 예정이었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의 법률상 지위·역할·시공 및 자금조달능력 등에 비추어, 원고·E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무산됨에 따라 피고가 원고의 수급인에 소속된 근로자로 근무하려던 것에서 피고가 원고의 수급인으로 격상되었다기보다는 여전히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되 단지 사용자만 E에서 원고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업무를 총괄하였다는 사정은 하도급관계 하에서만 인정되는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 원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였더라도 인정될 수 있는 정황이다. 오히려 피고가 원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에 다툼이 없는 이상(제3 판결에서는 이와 달리 '피고가 원고와 고용을 전제로 임금 액수 등을 정하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었다.'라고 사실 인정을 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업무를 총괄하였다는 사정은 피고가 원고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재량·권한을 가진 상태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음을 추단케 한다.
'피고가 원고로부터 선급 경비로 2,000만 원을 받아 임의로 사용하였다.'라는 사실 인정은 피고가 2015. 3. 8.경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의 인부들의 숙소의 임대차보증금·차임·생필품 등의 비용으로 1,000만 원 이상을 먼저 지출한 후 2015. 4. 8. 원고로부터 2,000만 원을 보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1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피고가 원고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인부 고용, 자재 구입, 장비 거래처 선정, 조달일자·조달물량 결정을 하였다.'라는 사실 인정 역시 원고가 장비대금·자재대금·임금을 모두 직불하기로 피고와 약정한 후 실제로 전액 직불하였던 사정과 맞지 않다. 원고가 인부 고용, 자재 구입, 장비 거래처 선정 등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하여 직불 약정을 할 이유가 없고, 근무 내역이나 자재·장비 구입 내역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불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본건 아파트 신축공사의 발주자인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인 AL은 원고의 대표이사였던 K의 아버지 겸 원고의 실질적 사주인데, 이 사건 공사현장에 거의 상주하면서 원고 소속 직원들과 함께 근무 내역·자재 구입 및 장비 거래처 선정 등까지 확인하면서 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원고와 별도의 컨테이너 사무실을 두고 현장을 관리하였다는 정황은 오히려 원고가 피고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이다. 즉, 일의 완성과 그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면, 원고가 굳이 별도의 컨테이너 사무실을 두고 있을 이유가 크지 않다. 피고가 현장소장으로 상주하는 사무실과 별도로 원고가 컨테이너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측이 자재 구입, 장비 거래처 선정 등 대부분의 사항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사전 승인·확인을 하였다는 정황이다.
피고가 원고의 직불과 관련하여 작성한 '위임장'은 원고가 일방적으로 부동문자로 작성한 후 피고가 서명·날인을 한 것인데, 원고가 피고에게 직불을 약정한 이상, 피고가 그 내용의 세부적인 사항에 관하여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그 기재 내용의 증명력은 매우 낮다. 또한 원고의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은 피고가 입원 중에 발송된 것으로, 그 시기 등에 비추어 피고가 아닌 제3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여 역시 그 세부 내용의 증명력은 매우 낮다.
AN은 기본적으로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이고, 원고·피고의 내부적 관계나 원고·E·피고의 법률적 관계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풍문이나 단편적인 언급을 듣고 전하는 것에 불과하여 역시 증명력이 낮다.
제4 판결은 제3 판결의 내용과 사실 인정은 물론 판단의 근거까지도 거의 동일한바, 위 ⑤항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았다.'라는 사실 인정에 구속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피고는 AL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반면 원고의 대표이사였던 K의 조사·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진술이 기재된 증거는 모두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이를 숨긴 채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서 'E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라고 계속 진술을 하다가 이와 배치되는 객관적인 증거·정황이 드러나자 '피고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한 것이고, AL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강한 의심이 들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청구원인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주었다면, 피고가 위 1.라.항과 같이 원고가 직불하여야 할 자재대금·임금 등 합계 131,681,200원을 대위변제하였기에 부당이득 또는 하도급대금으로 원고에게 위 돈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는 자재대금·임금 등을 직불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이 지급한 131,681,20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판단
피고의 반소 청구원인 중 3.가.1)항에 대한 판단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피고의 관계는 하도급관계가 아닌 근로관계인바, 하도급관계를 전제로 한 피고의 이 부분 반소 청구는 그 자체로 이유가 없다.
피고의 반소 청구원인 중 3.가.2)항에 대한 판단
원고가 피고를 현장소장으로 고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피고에 대하여 식대·자재대금·임금·크레인 작업비 등을 모두 직불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실제로 피고가 이에 대하여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원고 측의 사전 승인·확인을 거쳤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선급 경비 명목으로 2,000만 원 및 임금 합계 10,630,660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돈을 지급받은 적이 없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원고·피고가 외부적으로 연대하여 임금·식대·자재대금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원고가 이를 전부 부담하되 피고는 부담 부분이 없는 것으로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자신의 직불 약정과 달리 피고가 지급한 식대·자재대금·크레인 작업비·임금 합계 1억 2,703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최종지급일 다음날인 2018. 6. 16.부터 원고가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19. 6. 2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인 2019. 6. 28.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피고는 원고에게 F에게 소송비용 명목으로 지급한 300만 원 및 법률구조공단에 지급한 소송비용 1,651,200원의 지급도 구하나, 이는 원고가 직불하기로 약정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부분도 아니므로, 피고의 이 부분 반소 청구는 이유가 없다.
판사 최누림
각주1) 피고는 그 무렵 E의 기술상무로 근무하지 않았고, E로부터 급여 등을 지급받지도 않았으며, 위 명함은 단지 공사 수주를 위해 피고·E이 제작·사용을 서로 용인한 것일 뿐이다.
각주2) 원고·피고가 근로관계에 있는 경우,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서 그가 채용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이와 같은 피고의 임금지급의무는 사업주로서 원고의 임금지급의무와 연대채무관계에 있다. 즉,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더라도, 관련 판결문에서 인정된 임금에 대하여 피고도 연대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각주3) 원고가 피고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되지만(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이와 반대로 원고가 피고를 고용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의 근로자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간접사실에 해당한다.
각주4) 갑 제8호증의 5·6·8·9은 물론 을 제5·6호증 중 'AM'와 관련된 대구지방법원 2016가단10626 판결에는 이와 같은 정황이 더욱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
각주5) = 위 1.라항의 변제 및 지급 내역 합계 131,681,200원 - F에게 지급한 소송비용 300만 원 - 법률구조공단에 지급한 소송비용 1,651,200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