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4. 4. 25. 선고 2013노305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①

E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인은 E에 대해 임금지급의무가 없고, ② 가사 그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E가 D회사의 레미콘 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발생한 미수금이 거액이어서 E가 그 미수금을 정리하고 퇴사하겠다고 하였으나, 미수금 중 일부가 회수되지 않아 피고인이 E에 대한 임금지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임금지급의무를 지체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주시 C 소재 주식회사 D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0여명을 고용하여 레미콘제조 및 폐기물처리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0. 10. 13. 위 사업장을 퇴직한 E의 2010. 8월 임금 4,000,000원, 그해 9월 임금 4,000,000원, 그해 10월 임금 1,677,420원 및 퇴직금 차액 693,820원 합계 10,371,24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에 관한 연장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3.

판단

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한편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상법 제382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만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다(상법 제382조 제2항). 따라서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 그 담당하고 있는 전체 사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한다면, 그 이사는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주식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이는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보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이라 할 수 없으며, 또한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한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위임 사무 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사정을 이유로 하여 이사의 지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6537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나.

인정되는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이하 'D회사'이라 한다)에는 레미콘 사업부를 포함한 4개의 사업부서가 있는데, E는 K회사에 근무하던 중 2009. 2. 1.경 피고인의 영입 제의에 의하여 D회사에 상무이사로 입사하여 레미콘 사업부의 사업부장을 맡아 2009. 5. 1. 이사로 등기되고 2009. 9.경 전무이사로 승진한 후 2010. 10. 15.까지 근무하였다.

2)

E는 2009. 11. 3. D회사의 대표이사 H으로부터 D회사의 주식 10,000주를 양수하여 지분율 8.27%의 주주가 되었다.

3)

E는 레미콘 주문, 출하, 시멘트 구입 등 레미콘 사업부의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매출집계표, 레미콘 주문서 등에 최종 결재권자로서 결재하였으며, 레미콘 사업부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그의 재량 아래 지출할 수 있도록 법인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였다. 그리고 E는 레미콘 사업부 자체의 현금, 예금, 선급금, 외상매출금 등의 유동자산과 차입금, 미지급금, 외상매입금 등의 유동부채를 분석하여 당기 손익 등을 산출한 월말보고서를 작성하였다.

4)

E가 위와 같이 레미콘 사업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4억 원이 넘는 미수금이 발생하여 피고인이 E에게 경영상의 책임을 추궁하기도 하였다.

5)

근로기준법에 따라 D회사에서 근로하는 종업원의 근로조건을 정하기 위해 작성된 취업규칙에 대표이사, 상무이사, 이사는 사용자로서 서명을 하였고 취업규칙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다.

판단

위와 같이 E는 D회사에 입사할 당시부터 상무이사로 영입되어 등기된 이사로서 상법상의 적법한 선임절차를 거쳐 임명된 이사로 추정되고(대법원 1991. 12. 27. 선고 91다4409,91다4416 판결 등 참조), 8%를 넘는 비율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1년 8개월을 넘는 근무기간 내내 레미콘 사업부의 운영에 관하여 상당히 재량권을 가지고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E가 이사 외에 레미콘 사업부 운영에 관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로부터 지시 등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E의 등기 이사로서의 명칭이나 직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E가 담당한 전체 업무의 실질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그친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상법상의 등기이사인 E가 형식적·명목적인 이사에 불과하는 등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거나 E가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었지만 실제로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 기재와 같고,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서경희(재판장) 김일수 남민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