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4. 10. 23. 선고 2013노401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E은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어 실제로 임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설령 E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E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하였고, E은 이 사건 회사가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해준 8,000만 원 상당을 수령하였다. 그럼에도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E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524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78466 판결 등 참조),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2)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이 인정된다.

가)

E은 피고인으로부터 고용되어 1981. 10. 9.부터 이 사건 회사의 전신인 L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여, 피고인이 1997. 12. 23. 이 사건 회사를 설립하고 설립등기를 마친 1998. 1. 1.부터 퇴직 시인 2012. 5. 1.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E은 이 사건 회사 설립 당시 생산직 일반사원으로 입사하였고, 이후 부장을 거쳐 공장장으로 근무하였는데, 그 주된 업무는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것이었고, 입사 시부터 퇴사 시까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였으며, 공장장이 된 이후 생산현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도 수행하였으나 생산 작업과 기계수리 등의 업무 또한 계속해왔다.

나)

E은 퇴직 시까지 근로의 대가로 매월 기본급과 함께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던 일정한 연·월차수당과 휴일근로수당 등을 급여로 받아왔을 뿐 주주총회에서 정한 임원으로서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회사는 E에게 매월 지급한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등을 원천징수하였다.

다)

E은 근로자만이 가입대상인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고용보험 상의 직종 또한 '기능원 및 관련 근로자'로 구분되어 있었다(증거기록 제149면 고용보험시스템상사업장별 취득자 목록 조회).

라)

E은 2000. 3. 6. 이 사건 회사의 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등기되어 퇴직 시까지 등기부상 이사 내지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이사로 등기된 이후에도, 위 ②에서 본 바와 같이 실제 수행한 업무내용, 근무 장소, 근무시간, 보수 등의 복무내용에는 변동이 없었고, 피고인은 E이 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기간 이사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으며, E 역시 피고인에게 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

마)

주식 등 변동 상황 명세서상 이 사건 회사의 주식 중 20%가 E 명의로 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E이 자신 명의로 된 위 주식을 사실상 타에 양도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실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E이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주주총회가 개최된 적이 없고, 주주로서 이익배당을 받은 사실도 없다), 이 사건 회사는 공부상의 주식 명의와는 관계없이 사실상 피고인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는 1인 회사였다(H의 당심 법정진술).

위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이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거나 이 사건 회사의 일부 주식 명의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대표인 피고인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지위에 있었다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E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연차수당 미지급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0. 6. 30. 이전 연차수당 미지급의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E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2010. 6. 30.경 직원들과의 사이에 그 때까지의 미지급 연차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날 미지급 연차수당을 지급하였는데, E에게도 연차수당 3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변소하고 있다.

E의 당심 법정진술을 비롯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직원들에게 2010. 6. 30.까지 발생한 연차수당을 계산하여 이를 지급하고, 직원들로부터 수령확인을 받은 사실, 그 수령확인서(증거기록 제47면) 중 직원들의 수령인 서명 란에 "E상무(E) 3,000,000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는 당시 직원들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하는 업무를 처리하였던 경리직원 M이 기재한 것인 사실이 인정되어 피고인의 변소와 부합한다. 나아가 E은 당심 법정에서 '위 수령확인서의 기재와 같이 당시 연차수당 300만 원을 받았는지받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와 다른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E이 2010. 6. 30.까지 발생한 연차수당을 이미 지급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E에게 2008. ~ 2010. 6. 30.까지 발생한 연차수당도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다.

퇴직금 부분

1)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오랜 기간 재직해왔으며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어 있던 H, E이 회사를 퇴사할 경우 이 사건 회사가 그 퇴직금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시점부터 퇴직금 등의 지급 명목으로 H과 E 명의의 각 대구은행 계좌로 매월 100만 원의 적금을 납입해주었다.

나)

H과 E은 이 사건 회사에서 2006. 1. 5.부터 2008. 12. 5.까지 매월 100만 원씩 36회에 걸쳐 H과 E의 대구은행 계좌로 각 입금한 적금 36,000,000원을 2009. 1. 5. 각 해약하고 지급받았고, H은 이 사건 회사에서 2009. 1. 7.부터 2011. 7. 5.까지 매월 100만 원씩 31회에 걸쳐 H의 대구은행계좌로 입금한 31,000,000원을 2011. 8. 16. 해약하여 지급받았으며, E은 이 사건 회사에서 2009. 1. 6.부터 2011. 11. 17.까지 매월 100만 원씩 36회에 걸쳐 E의 대구은행계좌로 입금한 36,000,000원을 퇴사 직전인 2012. 1. 10. 해약하여 지급받았다.

다)

1987. 3.경 입사하여 2001. 2. 28. 이 사건 회사의 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등기되어 있었던 H은 당심 법정에서 "이 사건 회사가 자신과 E에게 위와 같이 적금을 들어준 이유는 회사가 어려울 경우 등기된 임원이었던 자신과 E의 퇴직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H은 2011. 7.경 퇴사하였음에도 피고인이나 이 사건 회사에 퇴직금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

라)

E은 이 사건 회사에서 위와 같이 자신 명의로 적금을 들어주었고, 위 적금을 자신이 수령하기는 하였으나, 위 적금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명목으로 위 돈을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것인지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기록에 의하면, E은 2012. 5. 30. 이 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위 적금을 퇴직금 명목으로 한 것은 아니며, 회사 임원에게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제144면),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는 위 적금이 어떤 명목으로 지급된 것인지는 모르고, 단지 회사에서 주니까 그냥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등기부상 임원(이사)으로 등재되어 있던 H, E에 한하여, 월 급여 외에 매월 100만 원의 금액을 퇴직금 명목으로 이들 명의 각 계좌로 적금해두었고, E은 이를 모두 해약하여 합계 7,200만 원을 지급받았으며, 이를 지급받으면서 그 지급 명목 등에 대하여 이 사건 회사나 피고인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E은 퇴직할 의사로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던 2012. 2. 16.로부터 약 1개월 전인 2012. 1. 10. 회사나 피고인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위와 같이 적금을 해약하고 36,000,000원을 수령하였다), H은 퇴사 후 이 사건 회사에 퇴직금을 요구한 사실이 없는 점, E이 위와 같이 이 사건 회사로부터 적금 형태로 지급받은 7,200만 원은 E이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실제 퇴직금액인 37,375,000원을 상회하는 금액(거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적금이 E이 퇴직하기 전에 지급된 것이어서 적법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E이 아무런 이의 없이 위 적금을 인출하여 감으로써 H과 마찬가지로 E에게도 퇴직금이 지급된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E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중 퇴직금 미지급 부분에 대하여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퇴직금 미지급 부분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