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산하 E분회(이하 'E분회'라 한다)와 2013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그에 따라 임금을 정산하였는바,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의가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12년도 단체협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2012년도 단체협약은 2013년도 단체협약과 마찬가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체결된 것으로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들은 E 주식회사 노동조합과 2015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2013년도 단체협약을 추인하였으므로 2013년도 단체협약에 기하여 집행한 임금은 체불된 것이 없다.
피고인 B는 단순히 E 주식회사의 공동대표이사로 등기만 되었을 뿐 실제 사용자가 아니므로 사용자로서의 죄책을 부담하지 않는다.
일부 근로자의 미납 사납금을 미지급 임금과 상계하면 미지급 임금 수액이 감액되어야 한다.
양형부당
원심판결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각 형(피고인 A : 벌금 700만 원, 피고인 B :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의 인정 여부
노동조합의 하부단체인 분회나 지부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을 하는 경우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29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기업별 노동조합인 E 주식회사 노동조합은 2012. 1. 12. 설립되고, 2012. 9. 28. 의결에 따라 E분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여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이하 '대구지역본부'라 한다)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된 점, ② 대구지역본부는 2013. 5. 30. E 주식회사에 단체협약 체결 등의 교섭을 요구한 점, ③ 위 E분회가 대구지역본부로부터 단체협약 체결권한 등에 관한 위임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단체협약은 E분회가 조직변경을 한 이후 처음 체결한 단체협약으로서 이전에 E분회로서 독자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적이 없었던 점, ④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E분회가 대구지역본부로부터 단체협약 체결권을 위임받은 사실이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E분회장인 H과 2013. 5. 31.자 단체협약을 체결한 점 등을 종합하면, E분회가 대구지역본부와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단체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독자적 조직체라고 볼 수는 없고, 위 협약 체결 시기 및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은 위 E분회장인 H과 체결한 협약 등에 따른 임금지급이 종래 E 주식회사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어야 할 임금에 못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과 같은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의가 인정되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012년도 단체협약의 유효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2012년도 단체협약은 기업별 노동조합인 E 주식회사 노동조합이 E분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 전에 E 주식회사의 상대방이 되어 체결한 점, ② 당시 E 주식회사 노동조합은 E 주식회사의 유일한 노동조합이었고 피고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점, ③ 설령 당시 피고인들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적법한 대표자에 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조직형태 변경 이전 종래 E 주식회사 노동조합과 체결한 2012년도 단체협약은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2012년도 단체협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단체협약 추인에 따른 체불임금 소멸 여부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보건대, 설령 E 주식회사 노동조합과 2015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2013년도 단체협약을 추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2015년도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2012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정산하여야 하는 임금에 대하여 그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아니한 이상, E 주식회사 노동조합이 위 임금청구권을 포기하는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인 B가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로 보아야 하고,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사업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 급여 · 후생 ·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E 주식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피고인 B는 2014. 7. 7. 사임하기 전까지 피고인 A과 E 주식회사의 공동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B는 최소한 2014. 7. 7.까지는 대표이사로서 사업주인 E 주식회사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이고,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법 등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으므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 B가 사용자가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미지급 임금의 상계에 따른 체불임금 감액 여부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경과 후에 일부 근로자에게 미납 사납금이 있고 이를 미지급 임금과 상계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일부 근로자의 체불임금 수액이 공소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근로자의 미납 사납금 수액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정은 이미 성립한 근로기준법위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은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B는 동종 전과가 없다. 이 사건 범행은 E분회가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의 일부 내용에 관하여 이견을 보이면서 피고인들이 E분회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임금을 정산한 것으로서 그 경위 등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피고인 A은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이 사건 미지급 임금이 피고인 A은 약 8,300만 원, 피고인 B는 약 7,800만 원에 이른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대(재판장) 이지연 양민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