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건설장비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다.
원고는 2001. 4. 20.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면서 피고에게 급하게 지출이 필요한 경비를 우선 원고의 돈으로 지출하고 사후에 회수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이러한 모습에 원고를 신뢰하게 된 피고의 대표이사 C는 2003년경부터 원고에게 경리로서 원고를 포함한 직원들의 급여 지급 등 피고의 모든 자금관리업무를 전담하게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 무렵부터 계속 피고의 경리로서 근무하였는데, 2010년 이후에 피고로부터 받기로 정해진 급여는 월 80만 원이었다.
C와 그 배우자인 D의 아들인 E은 2014. 3.경부터 원고에게 회사 장부 등의 제공을 요청하였고, 2015. 3.경 원고로부터 장부를 회수한 다음 원고가 허위 장부 기재, 수입 누락, 지출 과장 등의 방법으로 피고의 돈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여 2015. 3. 26. 원고를 퇴사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을 퇴직금 액수는 2,894,428원이다.
C와 D는 원고가 피고, C, D 명의 계좌에 있는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하는 등으로 합계 약 10억 원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2015. 8.경 자신들과 피고 명의로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5가단9096호)를 제기하였고 2015. 10.경 원고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형사고소하였다.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소속 검사는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후 2016. 8. 19.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그에 대한 항고 및 재정신청도 모두 기각되었다.
위 상주지원은 2017. 1. 11. C, D,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고, 2017. 10. 26. 이에 대한 항소(대구지방법원 2017나301429호)도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2, 3, 4, 5, 7, 12, 13호증, 을8, 9, 11,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2010. 5.경부터 2015. 3.경까지의 임금 4,720만 원(=월 80만 원×59개월)과 퇴직금 2,894,428원 합계 50,094,428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5. 4.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변제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가 피고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가져간 돈이 합계 1,060,477,365원인데, 원고가 피고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개인 자금을 투입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액 988,288,235원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위 각 돈을 원고가 먼저 피고에게 자금을 투입한 후 회수해간 것이라면 변제충당의 순서에 따라 원고의 임금채권이 먼저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위 각 돈을 원고가 먼저 피고의 자금을 사용한 후 피고에게 변제한 것이라면 72,189,130원(=1,060,477,365원-988,288,235원)이 남으므로 이처럼 남는 부분은 모두 원고가 임금으로 가져간 것으로 봐야 하므로, 원고의 임금채권은 모두 변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원고가 작성한 장부(을3호증의 2)에 원고가 피고로부터 2009. 10. 1.부터 2015. 2. 17.까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가져간 것으로 기재된 합계 29,250,000원은 원고가 임금 명목으로 가져간 돈이 명백하므로, 이로써 원고의 임금채권은 모두 변제되었다.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갑3, 5호증, 을3, 6, 12호증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2010. 5.분부터 2015. 3.분까지의 임금을 모두 변제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이 사건에서 2010. 5. 이후의 임금 지급을 구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위 1,060,477,365원이나 위 2,925만 원 중 2010. 5. 전에 원고에게 지급된 돈은 모두 원고가 이 사건에서 구하고 있는 임금의 변제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가 주장하는 위 1,060,477,365원이 모두 원고가 인출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피고 등이 원고를 형사고소한 사건의 불기소결정서를 보더라도 위 1,060,477,365원 중 일부는 피고나 그 대표이사인 C 및 그 가족들을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 1,060,477,365원 중에 원고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2015. 5. 17. 피고 측 F 변호사와 대화하면서 '돈이 필요해서 피고의 돈을 인출하여 사용한 후 피고에게 변제하였다'는 취지로 말한 점이나, 피고도 이 사건 2018. 1. 2.자 항소이유서에서 '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고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소비하고 몰래 되돌려 놓기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되돌려 놓지도 않게 된 것입니다'라고 주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는 나중에 변제할 생각으로 우선 피고나 C, D 명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여 사용한 후 피고에게 변제하여 왔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볼 경우 원고가 가져간 돈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한 반환채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원고가 피고나 C, D 명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함과 동시에 바로 같은 금액이 원고의 임금채권 변제에 충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그리고 이 경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는 위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도 없다).
설령 위 1,060,477,365원 중 일부는 원고가 먼저 피고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한 후 그에 대한 변제 명목으로 피고나 C, D 명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여 가져간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자신이나 남편 명의 계좌에서 2007. 12.경부터 2015. 3.경까지 사이에 수백 회에 걸쳐 합계 약 9억 5,000만 원을 피고의 직원 급여, 전기요금, 차량유지비, 보험료 등 피고의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지출한 점, 피고도 원고에게 자금관리업무를 포괄적으로 맡겼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를 대리하여 위와 같이 변제 명목으로 돈을 인출하여 가져가면서 '원고가 피고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에 대한 반환채권'을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 표에서 50만 원씩 9회에 걸쳐 원고에게 지급된 것으로 기재된 돈 합계 450만 원은 명절 무렵에 지급된 돈으로서 그 지급시기나 금액 등에 비추어 명절 보너스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을12호증에 의하면, 피고의 대표이사 C도 원고가 받을 명절 상여금이 50만 원이었던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를 월 80만 원씩 원고가 받기로 한 임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볼 수 없다.
위 표에서 원고에게 지급된 것으로 기재된 돈 중 명절 보너스 명목으로 지급된 돈을 제외한 나머지 2,475만 원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나중에 변제할 생각으로 우선 피고나 C, D 명의 계좌에서 인출하여 사용한 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산약정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피고는 2003년경부터 원고와 상호 필요한 자금을 빌려 쓰고 갚되 이를 장부에 기재하여 사후 정산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을 하였고, 원고의 임금 역시 위 약정에 따라 정산되어야 한다.
원고는 2015. 5. 17.에도 자신이 횡령한 액수를 채워 놓되 채우지 못한 부분은 자신의 임금으로 처리하겠다며 정산약정을 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묵시적 약정이나 2015. 5. 17.자 정산약정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최종적인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판단
살피건대, 을6, 7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 행사를 저지할 수 있는 정산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가 2003년경부터 원고에게 원고 자신의 임금 지급 등을 포함하여 포괄적인 피고의 자금관리업무를 맡긴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원고가 비교적 자유롭게 피고의 자금을 집행하였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원고의 임금채권을 포함하여 서로 주고 받을 금전관계를 최종적으로 정산하여 남는 것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기로 하는 내용의 정산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원고가 2015. 5. 17. 피고의 소송대리인을 만난 자리에서 "장부상 기재와 현금의 흐름 사이에 상이한 부분이 있으나 차이가 나는 부분은 메울 생각이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가 위와 같이 말한 취지는 "원고가 피고의 재산을 횡령하지 않았지만 피고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장부 정리가 미진하였던 것은 사실이므로 만약 피고에게 더 지급하여야 할 부분이 확인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보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미지급 임금을 포함하여 모든 금전관계가 최종적으로 정산되어 원고가 받을 임금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에게 임금 지급을 청구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의 대표이사 C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사건(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6고정39호)에서 원고가 2016. 5. 31.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C가 아직까지 정산관계가 끝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가 위와 같이 한 진술 역시 "원고가 피고의 재산을 횡령하지 않았지만 장부 정리가 미진하였던 것은 사실이고, 원고의 횡령행위가 문제된 민, 형사사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C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보이고, 더 나아가 피고가 주장하는 정산약정까지 인정하는 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계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가 작성한 장부(을3호증의 2)에 원고가 2009. 10. 1.부터 2015. 2. 17.까지 합계 2,925만 원을 피고로부터 가져간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 돈이 원고에게 임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을 경우 달리 원고가 이를 가져갈 법률상 원인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925만 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는바, 이 사건 2018. 1. 2.자 항소이유서의 송달로써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의 임금채권을 상계한다.
판단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 · 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설령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 2,925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멸시효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가 청구하는 임금채권 중 2013. 3. 10. 전에 발생한 것은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된 원고의 임금채권은 그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이라 할 것인데, 원고의 임금채권 중 2010. 5.분부터 2012. 12.분까지의 것은 그 변제기로부터 3년이 지난 2016. 1. 11.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2010. 5.분부터 2012. 12.분까지의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변제제공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매월 스스로 임금을 가져가도록 하여 변제제공을 하였으므로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한 원고의 이자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살피건대, 변제의 제공은 원칙적으로 현실제공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매월 스스로 임금을 가져가도록 한 것을 임금채무에 대한 변제의 제공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2015. 3. 26. 피고를 퇴사한 후에는 피고 스스로 원고에게 현실제공의 방법으로 임금채무에 대한 변제의 제공을 하여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3. 1.부터 2015. 3.까지 27개월간의 임금 2,160만 원(=월 80만 원×27개월)과 퇴직금 2,894,428원 합계 24,494,428원과 이에 대하여 2015. 4.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상오(재판장) 곽용헌 윤민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