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들은 과거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현재 퇴직한 상태이다.
피고는 2015. 11. 30. 피고의 노동조합 위원장 K과 사이에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감액은 퇴직 3년 전부터 적용하며, 감액률은 1년차(정년 3년 전) 4%, 2년차(정년 2년 전) 9%, 3년차(정년 1년 전) 15%를 감액한다."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2016. 1. 1.부터 적용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하고, 그 내용을 담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서'(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으며, 피고 대표자와 위 K이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각 서명, 날인하였다.
피고는 2015. 12. 28. 당시 휴가 중이던 원고 F, 원고 G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및 퇴직연금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참석자들은 모두 임금피크제에 따른 퇴직연금의 전환에 동의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들은 그 무렵 피고와 사이에 임금피크제 대상자로 기본연봉을 감액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연봉변경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원고들은 그에 따라 피고로부터 감액된 연봉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노사합의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무효이다.
임금피크제는 단체교섭상의 교섭대상으로서 단체협약에 정해진 교섭요구, 교섭위원 구성, 합의서 작성과 교섭위원 전원의 서명 날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무시되었다(제1주장).
피고는 원고들에게서 임금감액동의서를 징구한 바가 없고, 연봉변경계약서는 서명·날인하지 않으면 월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고, 보직도 주지 않음은 물론이고 더 이상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서명 날인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제2주장).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 없는 임금삭감으로 기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데 이 사건 노사합의에는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결여되었다(제3주장).
따라서 피고는 무효인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임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제1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등 참조).
판단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서에는 '단체교섭의 범위는 전 조합원의 근로조건 및 처우에 관련된 사항으로 하고(제50조)', '단체교섭위원은 의료원(피고), 조합 각 3인 이상 5인 이내의 동수로 하고(제52조 제1항), 의료원(피고)과 조합은 반드시 대표자가 참석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으로 대표자가 불참할 시에는 그 대표권을 서면으로 위임하여야 하고(제52조 제2항)', '단체교섭 결과 타결된 내용은 문서로 작성, 쌍방 대표자의 서명, 날인으로 성립된다(제54조).'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의 대표자와 피고의 노동조합의 위원장인 K이 임금피크제에 따른 연봉 감액에 합의하는 내용의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하고, 서명, 날인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설령 단체교섭위원이 구성되지 않았다거나 단체교섭위원들이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서명, 날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단체협약서에 정한 바에 따라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의 쌍방 대표자의 서명, 날인이 되어 있어 적법하게 성립되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제2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가 개최한 임금피크제 및 퇴직연금 설명회를 통하여 모두 임금피크제에 따른 퇴직연금의 전환에 동의하는 동의서를 작성하였고, 피고와 사이에 임금피크제 대상자로 기본연봉을 감액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연봉변경계약서를 작성한 점, 피고는 원고들이 연봉변경계약서에 서명·날인하지 않으면 월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보직도 주지 않음은 물론이고 더 이상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서명·날인하여 진정한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임원이 직접 원고들에게 그러한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당시 직장 분위기가 그와 같았다는 정도만으로는 이 사건 노사합의 효력을 무효화시킬 정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제3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자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한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위 법 제33조 제1항의 취지에 위반된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이러한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서명, 날인을 함으로써 임금피크제에 대한 피고의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고의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 없이 정년 도달 전 3년 동안의 임금을 감액하는 것으로 기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나 원고들은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동의하는 내용의 동의서와 연봉변경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와 사이에 개별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는 효력이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