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상시근로자 270여 명을 고용하여 시내버스 여객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 A은 1991년경부터<1>, 원고 B은 2003년경부터, 원고 C은 2007. 4.경부터 피고 회사의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피고 회사에는 기업별 노동조합인 E 노동조합(조합원수 약 261명, 이하 ‘E노조’라 한다), F 노동조합(조합원수 약 4명), G 노동조합(조합원수 약 1명)의 3개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데, E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다.
피고 회사와 E노조는 2016. 12. 16. 노조활동, 근로시간 및 휴일, 휴가, 임금 및 퇴직금, 인사원칙(인사권, 정년, 휴직, 징계, 당연퇴직 등), 안전보건 및 복리후생, 단체교섭, 노사협의회에 관한 2017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단체협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회사와 E노조는 2019. 10. 29. 2019년도 단체협약(이하 2017년도 단체협약과 합하여 ‘피고 회사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회사는 원고 A(I생)에 대하여 2019. 3. 31.자로, 원고 B(J생)에 대하여 2019. 5. 31.자로, 원고 C(K생)에 대하여 2020. 1. 31.자로 각 정년퇴직처리(이하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라 한다)를 하였다.
청구취지
피고의 원고 A에 대한 2019. 3. 31.자, 원고 B에 대한 2019. 5. 31.자, 원고 C에 대한 2020. 1. 31.자 각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① 원고 A에게 116,133,108원, 원고 B에게 98,076,792원, 원고 C에게 78,529,056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1. 6. 1.부터 2021. 6. 1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② 2021. 6. 1.부터 각 원고의 복직일까지 원고 A에게 월 4,466,658원, 원고 B에게 월 4,086,533원, 원고 C에게 월 4,908,066원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③ 원고들에게 각 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원고 A은 2019. 4. 1.부터, 원고 B은 2019. 6. 1.부터, 원고 C은 2020. 2. 1.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그러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일 이후부터 복직일까지 원고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및 부당해고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L조합과 M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2019년도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31조에 의하면, 위 단체협약의 직접 적용을 받는 버스운전기사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이 아닌 ‘만 63세가 되는 달의 말일’이다. 그런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6조에서 규정한 지역적 구속력 제도로 인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은 같은 대구지역에서 버스운전기사로 종업하는 근로자인 원고들과 그들의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대하여도 확장 적용되어야 한다. 결국 원고들에 대하여 확장 적용되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의할 때,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는 원고들의 정년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이 원고들과 피고 회사에게 확장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 단체협약에서 ‘정년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연히 정년이 연장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 점, 사고 전력 또는 행정처분 전력이 있는 일부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정년을 연장하여 주면서 원고들에 대하여는 정년을 연장하여 주지 않은 것은 원고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 대하여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 이 사건 정년퇴직 처리를 한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판단
제1주장에 대한 판단(이 사건 단체협약의 확장 적용 여부)
노동조합법 제36조 제1항은 “하나의 지역에 있어서 종업하는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행정관청은 당해 단체협약의 당사자의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에 의하거나 그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당해 지역에서 종업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와 그 사용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을 적용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위 노동조합법 제36조 제1항의 지역적 구속력에 의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이 원고들과 피고 회사에 대하여 확장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원고들의 정년이 만 63세이고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는 원고들의 정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먼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지역적 구속력이 있어 원고들과 피고 회사에 대하여 확장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우선 노동조합법 제36조 제1항에서 정한 지역적 구속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정관청이 당해 단체협약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지역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결정(이하 편의상 ‘지역적 구속력 결정’이라 한다)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고들의 주장에 따를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하여 지역적 구속력 결정을 할 수 있는 관할 행정관청은 대구광역시장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 대구광역시장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하여 지역적 구속력 결정을 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에 지역적 구속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제1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아가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하여 관할 행정관청의 유효한 지역적 구속력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노동조합법 제36조가 규정하는 지역적 구속력 제도의 목적을 어떠한 것으로 파악하건 적어도 교섭권한을 위임하거나 협약체결에 관여하지 아니한 협약 외의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여 이미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협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한 지역적 구속력 결정의 효력은 그 노동조합이나 그 구성원인 근로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도2247 판결 참조).
그런데 갑 제6호증, 을 제1, 5,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E노조는 M노동조합에 단체협약에 관한 교섭권한 및 협약체결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여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단체협약과 별도의 피고 회사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 당시 피고 회사와 E노조가 별도로 체결한 ‘피고 회사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은 원고들 및 피고 회사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제2주장에 대한 판단(정년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또는 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하였는데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 위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유효한 이상 그러한 사유의 발생만으로 그 사유발생일 또는 소정의 일자에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정년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다. 그리고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한 조치의 정당성은 사용자의 행위가 법률과 취업규칙 등의 규정 내용이나 규정 취지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해야 하며, 단지 정년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해당 근로자에게 가혹하다든가 혹은 다른 근로자의 경우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원고 A(I생)은 2019. 3. 31., 원고 B(J생)은 2019. 5. 31., 원고 C(K생)은 2020. 1. 31. 각 피고 회사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년(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이 도래하였다.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 회사 간의 근로계약관계는 위 각 날짜에 정년의 도달로 자동으로 종료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원고들의 근로자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편 피고 회사 단체협약에서 ‘정년만료자의 정년연장은 노사간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제28조 또는 제29조)’라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N, O, P, Q, R, S, T 등 사고 전력 또는 행정처분 전력이 있는 일부 근로자들에 대하여 정년을 연장하여 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 제출 증거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정년이 당연히 연장된다거나 피고 회사의 정년연장 거절이 원고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정년퇴직자의 ‘정년연장’에 관하여 피고 회사 단체협약은 ‘정년만료자의 정년연장은 노사가 협의하여 일정한 기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년연장 규정의 형식, 내용에 더하여 위 단체협약에서 “운전기사의 모든 인사권은 회사 대표에게 있다(제26조 또는 제27조)”라고 명백히 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위 정년 연장 규정은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 퇴직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되 다만 피고 회사가 필요할 경우 정년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위 정년연장 규정을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보장하거나 정년연장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피고 회사의 사업장에서 2016. 11., 2016. 12., 2018. 6., 2019. 3. 내지 2019. 5., 2019. 10. 내지 2020. 4., 2020. 6., 2020. 7.의 기간 동안 정년이 도래한 소속 근로자 27명 중 19명의 정년을 연장하였으나 반면 27명 중 8명에 대하여는 정년을 연장하여 주지 않았다. 이는 정년연장 여부가 원칙적으로 피고 회사의 권한이었고, 당시 인력수급 현황 및 정년퇴직자에 대한 인사정책 등을 고려하여 피고 회사가 재량으로 정년 연장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일부 근로자들의 정년이 연장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에게 정년연장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거나 원고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피고 회사 단체협약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노사간 협의를 거쳐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 A, B에 대하여는 2019. 2. 19.자 노사협의회, 원고 C에 대하여는 2019. 12. 13.자 노사협의회에서 각 원고들의 정년을 연장하지 않기로 협의되었음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에 대한 정년연장 거절이 오로지 피고 회사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도로운전은 어느 때나 일정 정도의 위험성을 가지는 사무이고 버스는 다수 대중의 교통수단으로서 시민의 안전에 큰 영향력을 미치므로, 도로운전에 적합한 신체적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운전 사무에 종사할 수 있는 직무수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만 60세로 정한 것이 운전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의 위험성에 비추어 그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들의 정년이 도래함에 따라 확정적으로 종료되었고, 피고 회사가 원고들의 정년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원고들을 부당해고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가 부당해고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제2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훈(재판장) 황윤철 남명수
각주1) 원고 A은 1991년경 H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중 피고 회사가 2002. 10.경 H 주식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피고 회사로 고용승계 되었다.
사건정보
대구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가합205428
판결선고
2021. 9. 9.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