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1. 9. 8. 선고 2020나311181 판결

주문

1.

원고(선정당사자) 및 별지 기재 선정자들의 항소와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이 법원에서 확장된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원고(선정당사자) 및 별지 기재 선정자들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부담하고, 참가로 인한 부분은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승계참가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선정자 B에게 79,101,772원,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 H, I, J에게 각 41,417,881원과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 3. 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승계참가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에 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에게 16,533,85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21. 8. 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은 이 법원에 이르러 위와 같이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1)

피고 주식회사 C(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K, 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은 2016. 9. 23. L조합으로부터 구미시 M 소재 L조합 임오지점 신축공사를 도급받았다.

2)

신축되는 건물의 내부 계단실 및 2층 베란다 도장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가 2017. 3. 2.경부터 시작되었고, 2017. 3. 7. 건물 내 계단실의 1층 계단<1>의 벽면 도장공사가 진행되었는데, 당시 위 1층 계단과 2층 계단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망 N(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그날 10:50경 건물 계단실 1층 바닥(건물 출입문과 계단 사이 부분)에 쓰러진 채 부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되어 바로 O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달 21. 06:32경 사망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그 직접사인은 ‘외부원인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나.

당사자의 지위

1)

선정자 B는 망인의 배우자이고,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A, 선정자 H, I, J[이하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을 ’원고 등‘으로 통칭한다]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2)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피고 D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피고 E은 피고 회사의 부사장, 피고 F은 피고 회사의 현장소장, 피고 G은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주였다.

3)

선정자 B의 승계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국민연금법에 의하여 국민의 노령․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하는 법인으로 선정자 B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 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5, 17호증, 갑나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와 참가인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1)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의한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주장

가)

피고 회사는 2017. 3. 2. 망인을 일용근로자로 채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하도록 하였거나 망인은 노무수급인으로서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공사현장은 미끄러웠고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였으므로,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근로계약에 기초한 보호의무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난간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2층 계단에 안전난간과 같은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이로 인하여 망인이 2층 계단에서 벽면 도장 작업을 하다가 미끄러지면서 1층 계단 위로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

피고 회사와 현장소장인 피고 F은 안전난간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하였으로, 공동하여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 내지 불법행위책임이 있다.

피고 G은 실질적으로 자신의 개인기업에 불과한 피고 회사의 실질 경영주로서 피고 F의 임무해태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 한 과실이 있으므로, 법인격남용이론,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의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

피고 D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법 제401조 제1항 내지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고, 피고 E은 당시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상법 제401조 제1항 또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등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과 원고 등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주장

설령 망인이 피고 회사의 피용자 또는 노무수급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안전난간 등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은 마무리 도장작업을 하다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 쪽으로 추락하여 뇌출혈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과 원고 등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참가인의 주장

망인은 원고 등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들의 재해방지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으며, 참가인은 선정자 B에게 유족연금 합계 16,533,850원을 지급하였다. 참가인은 위 금액의 범위에서 선정자 B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

다.

피고들의 주장

1)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의한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주장

가)

피고 회사는 소외 주식회사 P(이하 ‘P’이라 한다)에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였고 망인을 고용하지 않았다. 망인은 P의 실질 경영주로서 사업주이지 피고 회사의 근로자 또는 노무수급인이 아니었다. 피고들은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피용자가 아닌 망인에 대하여는 근로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아니므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나)

피고 회사는 실체와 기능을 가진 주식회사로서 원고 등은 피고 G을 상대로 법인격 남용 이론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 또한 피고 회사는 현장소장인 피고 F을 현장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안전관리 권한을 위임하였으므로, 피고 G, E, D에 대하여는 상법 제401조 제1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

2)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주장

가)

사업주인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안전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은 사업주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이고, 그의 수급인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안전·보건에 대한 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런데 망인은 P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주로서 피고 회사로부터 도장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의 지위에 있었고 망인이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자신이 고용한 도장공들을 감독하였을 뿐 직접 도장작업을 하지도 않았다. 망인 역시 피고 회사와 함께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에 해당하고 피고들은 망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들이 망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망인은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으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계단을 내려가다가 스스로의 과실로 미끄러져 1층 계단까지 굴러 떨어짐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피고들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3.

판단

가.

실질적 사용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 책임 인정 여부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또한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도급한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만일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노무수급인의 생명·신체·건강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그 노무도급인은 노무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와 을 제1, 5, 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이 피고 회사의 일용근로자로 고용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또한 피고 회사가 P에 하도급 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일의 진행 및 방법 등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지시 또는 감독을 하였다거나,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망인은 P의 실질 경영주로서 피고 회사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아 독립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피고 회사가 P 또는 망인에게 노무도급을 하였다거나 망인이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피용자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가)

망인은 P의 실질 경영주로서,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15년 전부터 피고 회사 공사현장의 도장공사 대부분을 도급받아 시공해 왔다. 피고 F은 전화로 망인에게 이 사건 공사를 600만 원 정도<2>에 맡기면서 건물준공예정일인 2017. 3. 15. 전에 마쳐 달라고 요청하였고 망인은 사전 현장 확인 없이 수락하였다. 망인은 평소 P의 소속으로 작업을 해온 소외 S, R, T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하도록 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작업 시간과 장소, 작업 내용과 방법, 출퇴근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지 않았고, 작업도구인 공기압축기와 뿜칠기계 등 장비는 모두 P 소유였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에도 2016. 11. 3. Q 신축공사 현장에서 도장작업 중 추락하여 뇌내출혈, 두개골 등 부분골절상을 입은 바 있었는데, 당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가 2016. 11. 26. ‘망인은 P의 대표 B의 배우자로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님에도 착오로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하였기에 동 신청서의 반려를 요청한다’는 반려요청서를 제출했었다.

다)

피고 F은 구미경찰서 조사과정에서 ‘망인에게 급여로 하루 20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지만, ‘망인에게 도색작업을 600만 원 정도에 하도급을 주었고 망인이 작업할 인부를 직접 뽑아서 구체적인 현장 작업지시나 모든 작업을 하기로 하였고 망인이 피고 회사에 고용된 관계가 아니다’라고 진술하였다(을 제8호증의

2). 피고 F은 또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서 ‘피고 회사가 망인과 S 등을 채용한 것이 아니라 P에 하도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을 제8호증의 5). 한편 근로복지공단 구 미지사의 조사과정에서,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공사 전의 다른 추락사고 때문에 작업을 하지 않다가 가족들 몰래 이 사건 공사에서 P과 무관한 개인 자격으로 일용근로자로 채용되어 일당을 받았다’고 진술하였고(을 제1호증의 5), 피고 E은 ‘망인에게 일당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진술하면서도 한편 ‘이 사건 사고가 없었더라면 평소 방식대로 공사대금을 집행하였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고(을 제1호증의 8), 반면에 피고 F은 ‘이 사건 공사를 500만 원에 하도록 요청하였다’고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9).

라)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사고 후에 망인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3> 망인과 S 등의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도 작성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을 망인 등의 각 계좌로 송금하였는데, 이에 관하여 피고 F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서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공사의 대금을 평소 처리하던 방식대로 이 사건 공사 완료 후 P에게 지급하고 P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 사건 사고를 산재사고로 처리해 주기 위하여 근로계약서와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를 작성하고 이 사건 공사대금을 망인 등의 각 계좌로 송금하였다’고 진술하였고(을 제8호증의 5), S은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의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현장의 노임은 P으로부터 4월 10일날 지급받게 된다’고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12).

마)

이 사건 공사에 사용된 페인트는 U가 공급하였다. U 사업주는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의 조사과정에서 ‘평소 P의 자재창고로 페인트를 배달하고 P에서 결제받는데 이 사건 공사에 사용된 페인트는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배송하였고 망인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P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11). 반면에 피고 F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서 ‘페인트는 망인이 알아서 적당량을 구매해서 가져오고 페인트 도료에 대한 비용은 공사 도급금액에 포함되어 있어서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을 제8호증의 5), S은 ‘공사 자재를 자신이 P 자재창고에서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실어왔다’고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12). 한편 U는 이 사건 공사에 사용된 페인트에 관한 거래명세서를 피고 회사 앞으로 발행하였는데, 그 거래명세서는 이 사건 사고 후에 발행되었다.

바)

망인의 사망 이후 유족인 선정자 B는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건 사고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7. 7. 21. 망인이 P의 실질 경영주이고 망인이 피고 회사에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고, B가 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8. 1. 23.경 위 취소청구를 기각하는 심사결정을 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 또한 2018. 5. 11. B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사)

선정자 J과 그 고소대리인 변호사 V은 2018. 9. 6. 피고 E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고소인은 피고 회사가 P에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였다고 주장하였다(갑 제12, 14호증).

아)

위 인정사실을 살펴보면, 피고 회사가 망인을 고용하거나 망인 또는 P에 이 사건 공사의 노무도급을 준 것이 아니라 망인이 P의 실질 경영주로서 피고 회사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아 P의 근로자인 S 등 3인을 지휘하여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 회사가 망인을 일용근로자로 고용하였다는 원고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듯이 보이는 일부 진술과 자료는, 이 사건 사고 전에도 망인이 산재보상을 신청하였다가 사업주라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원고 등과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사고를 산재사고로 처리할 목적으로, 실제와 다르게 진술하거나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3)

그러므로 피고 회사가 망인의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 책임 주장과 참가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

1)

안전난간 미설치와 이 사건 사고의 인과관계 유무

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1층 계단과 2층 계단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

망인이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으로 추락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경찰은 변사자 조사결과보고서(갑 제4호증)에서 망인이 공사현장 2층 계단에서 미끄러져 1층 계단으로 추락한 후 계단 아래 1층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사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O병원의 의료기록(갑 제30호증)에 망인이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으로 추락하여 부상을 입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망인을 진단한 결과 ‘후두부 찰과상, 골반부위 동통,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양측 측두-후두골, 우측 안와, 가쪽 눈뼈 부위의 다발성 골절’이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부상 부위와 정도는 망인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였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 사고를 목격하고 망인을 O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동행했던 S은 경찰에서 망인이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으로 추락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갑 제28호증의 6). 뒤에서 보듯이 S 등 P의 작업자들이 망인의 산재보상처리를 위해 이 사건 사고 경위를 실제와 다르게 진술한 경우도 있지만, 위 병원 의료기록에 기재된 부상 경위는 환자 이송에 동행했던 S의 말에 기초한 것일 텐데, 그 당시에는 S이 산재보상처리 문제를 의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료기록에 기재된 망인의 부상 경위는 신빙성이 있다. 피고 F과 S 등은 경찰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계단난간이 설치되어 있었고 망인이 안전모를 착용하였다는 등으로 허위로 진술하였고(갑 제28호증의 6, 7, 8), 이는 원고 등의 양해 하에 피고 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렇게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망인이 2층 계단에서 추락한 것이 아니었다면 피고 회사가 허위 진술을 요청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으로 추락하여 뇌출혈 등 부상을 입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장 상황으로 볼 때 계단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망인이 2층 계단에서 1층 계단으로 추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2)

망인의 사망에 관한 피고 회사의 의무위반 내지 과실 유무

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행위자의 의무위반 내지 과실이 인정되어야 성립하고, 그 의무위반 내지 과실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나)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가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사를 P에 하도급하였고 피고 회사의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인 P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하나의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였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2020. 1. 16.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3항에 의하여 피고 회사는 P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추락하지 않도록 이 사건 공사현장에 안전난간 등 추락방지시설을 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을 제18, 22, 2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와 피고 F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는 등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20. 8. 27. 항소심인 대구지방법원 2019노2920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아 2020. 9. 4.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지도록 하는 목적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도급사업에 있어서의 안전․보건조치) 제1항, 제3항에서 의하여 도급사업의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은 사업주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라고 할 것이므로, 그의 수급인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다57532 판결). 그러므로 피고 회사는 S 등 P의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만 수급인인 P의 사업주인 망인에 대하여는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위 형사 항소심 판결의 취지도 피고 회사와 피고 F이 P의 근로자들을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난간을 설치할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일 뿐이며, 망인에 대한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관하여 재판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을 제5호증(불기소이유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등이 피고들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검사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으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 회사가 수급자인 망인 또는 P의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 감독 등을 한 사실이 없고, 망인이 사업주로서 독립적으로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스스로의 판단 하에 P 소유의 차량과 작업도구를 사용하여 관리․감독하여 왔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에게는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사업주인 망인을 위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 2018. 8. 30. 업무상과실치사 고소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라)

이와 같이 피고 회사 및 피고 F은 수급인인 P의 사업주인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난간을 설치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아니하였므로, 피고들은 망인이 사망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의무위반 내지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는 망인이 사업주라 하더라도 S 등 근로자들과 함께 도장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망인 역시 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망인이 도장작업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피고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수급인으로서 그 스스로 자신의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4>상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망인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위 대법원 2001다57532 판결 참조. 수급인이 그의 근로자들과 함께 고소작업대에서 도장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사안에 대한 판결임). 더구나 망인이 도장작업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이 사건 사고 목격자인 S은 2017. 3. 15.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 직원으로부터 재해경위 확인을 위한 전화 질문에 ‘평소에도 망인은 작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작업을 하면 끝날 무렵에 한 번 와서 현장 둘러보고 가고는 하지 현장에 따로 상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페인트 때문에 계단이 미끄러워 모래를 뿌리고 작업을 하였는데, 망인이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다’라고 답하였으며, 특히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N씨는 작업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N씨는 작업이 미비된 게 있거나 작업 시 시범을 보이던지 하고 실제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을 제1호증의 12). 이 답변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도장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작업현장에 들렀다가 2층 계단을 내려오던 중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져 1층 계단으로 추락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S은 2017. 3. 22. 경찰의 변사경위 조사에서 ‘망인이 도장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였고(갑 제28호증의 6, 을 제8호증의 1), 그 뒤에도 경찰에 ‘2017. 3. 15. 근로복지공단 직원에게 전화로 망인이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고 답변한 취지는 평소 망인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망인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뿜칠을 혼자 하다가 발을 헛디디며 미끄러져 그대로 1층으로 떨어진 후 계단으로 굴렀다’고 진술하였는데(을 제5호증), S이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질문에 거듭하여 망인이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답변하였던 점과 위 변사경위 조사시 진술은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처리하기 위하여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허위 진술을 하면서 한 진술인 점으로 보아 S의 경찰 진술을 믿을 수 없다. 그 밖에 망인이 도장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취지인 원고 등과 피고 F 및 R, T 등의 각 진술 역시 산재보상처리 목적을 갖고 한 진술로서 믿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위와 같이 피고 회사가 망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주장과 참가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 등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와 참가인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 등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참가인의 항소 및 이 법원에서 확장한 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박치봉(재판장) 서영애 서범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