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1. 13. 선고 2020노168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임금 미지급 부분에 관하여, D, E(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와 같이 휴게시간 및 수면시간 7시간을 실제로 보장받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무한 C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은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어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 휴게시간 및 수면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임금미지급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관련 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3.

판단

피고인이 원심에서 이 사건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여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근로자들은 어르신 돌봄 업무를 근무내용으로 하여 야간근무 시 근로시간은 18:00~9:00(총 15시간), 휴게시간은 21:30~23:00, 수면시간은 1:00~6:30(총 7시간)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자들은 야간근무만을 전담으로 하여 근무기간 동안 한 달에 23일 또는 25일을 야간근무하였다.

나.

그러나 실제 D의 야간업무기록지(증거기록 24면)의 기재에 의하면 수면시간으로 정해져있는 '22:00~02:00' 및 '2:00~6:00'에도 생활관을 돌며 어르신들 기저귀 교체, 체위 변경, 취침유무 확인, 안전 확인, 이동 변기 세척, 출입문 오픈의 업무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고, E는 검찰에서 "1인이 9명의 치매 환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호를 해줘야 하는 상황인바,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고, 돌발상황이 수시로 발생하여 쉬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33면).

다.

일반인과 비교하여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치매환자나 병약한 노인 등을 보살피는 이 사건 사업장의 특성상 야간 휴게시간 및 수면시간에도 피요양자의 보호·관리, 배변처리, 긴급상황의 대처 등 요양보호의 수요가 적지 않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명의 요양보호사가 혼자서 상당한 수의 피요양자를 보살펴야 하였으므로, 병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병실이나 복도 의자에서 잠시 졸거나 하였을 뿐 독립적인 형태의 수면실을 제공받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위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게시간에 근로의 제공으로부터 이탈하여 실질적으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거나 근무강도가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라.

피고인은 E의 수면시간 중인 새벽 3시경 어르신에게 낙상사고가 발생하자 '수급 어르신이 안전사고를 당한 입장에서 근무자의 복무 자세에 대한 엄한 주의와 경각심 고취의 필요성'을 이유로 E를 해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92면).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시간과 수면시간의 구분 없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요양 업무를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 사건 근로자들이 특별한 필요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동안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근로행위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사업장은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이므로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위 E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 사실은 인정된다(공판기록 71면 이하).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건 근로자들이 주어진 휴게시간 및 수면시간을 실질적인 휴게시간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서 본 바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바.

다만 원심은 범죄사실에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로서 상시 70명의 근로자를 사용한다고 설시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은 상시 5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수정하더라도 공소사실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변경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는 않고 이와 같은 내용으로 원심판결을 경정하기로 한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영수(재판장) 김태천 김정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