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는 2000. 4.경부터 2021. 7. 3.까지 매주 'C'라는 피고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의 제작 업무를 수행한 PD이다.
원고는 2001. 12. 28. 'D'이라는 상호로 E과 공동 대표자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가 2002. 8. 14. 탈퇴하였고, 2008. 7. 1. 'F'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원고(F)와 피고는 2008. 7. 10. 프로그램 제작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F)와 피고는 2020. 11. 5. 다시 프로그램 제작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를 회당 65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에서 회당 773,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변경하는 외에는 위 2008. 7. 10.자 프로그램 제작 계약과 그 계약내용이 동일하다.
원고(F)와 피고는 2021. 1. 1. 영업대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2019. 1.부터 2022. 4.까지 원고에게 연출료 및 PD 프로그램 진행비로 합계 119,747,000원, 협찬수수료로 합계 31,750,000원, 원격교육사업 영업대행수수료로 합계 242,315,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피고는 2021. 5. 25.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 제작 계약 해지 통보를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10, 11, 13, 17, 18, 24, 28, 29, 30, 41, 43, 44,46, 47, 50, 57, 5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2000. 4.경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무를 한 PD로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근로의 대가로 보수를 받은 피고의 근로자이다. 그런데 피고는 2021. 7. 3. 원고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하였고, 피고의 사규 등에서 정하고 있는 해고의 절차적 요건 또한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서 피고의 정규직 PD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은 원고에게도 적용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고용형태(근로자임에도 형식만 프리랜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규직 PD와 본질적으로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원고에게 정규직 PD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원고를 차별한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차별적 처우로 인해 지급하지 않은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는 원고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약정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차별이 없도록 동일한 내용으로 임금조건을 정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민법 제138조의 무효행위의 전환 법리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가 정규직 PD로서 적용받아야 할 호봉표에 따라 이 사건 소 제기일로부터 3년 전인 2018. 9. 15.부터 해고 전날인 2021. 7. 3.까지 지급받아야 하는 임금은 합계 260,035,733원이고, 원고가 위 기간 동안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연출료 및 프로그램 진행비는 합계 136,513,633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차액인 123,522,100원(=260,035,733원 - 136,513,63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해고일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21. 7. 4.부터 2022. 7. 15.까지의 임금 상당액인 101,394,161원 및 2022. 7. 16.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 상당액인 월 8,419,5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두60687 판결 등 참조).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25, 42, 56호증, 을 8, 9, 12, 19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원고는 2000. 4.경 피고의 직원이었던 G 부장으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는 PD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그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F'라는 사업자 명의로 피고와 2008. 7. 10. 및 2020. 11. 5. 각 프로그램 제작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서에는 '을(원고)은 개인사업자로서 갑(피고)의 전속이 아니며, 타 회사 취업 또는 타사의 프로그램 제작 또는 제작참여에 대해 갑(피고)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제2조), '본 계약은 갑(피고)과 을(원고) 간의 업무위탁 계약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을(원고)은 갑(피고)에 대해 고용관계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갑(피고)의 취업규칙, 인사, 급여규정, 단체협약 등은 을(원고)에게 적용되지 아니한다.'(제12조)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원고는 직접 아이템을 기획하고 병원을 섭외하여 자신의 역량과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 관한 제작기획서를 결재하고, 방송을 모니터하고 의견을 제시하거나 수정을 요청하는 등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에 관하여 일부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피고의 방송 프로그램인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조치였다고 보이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 수행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을 업무의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 제작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과 그에 수반한 협찬 병원의 섭외나 관리, 이와 관련한 제반 행정업무만을 수행하여 실질적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에만 관여하였을 뿐 그 외에 다른 프로그램과 관련된 업무나 프로그램 개편, 예산 편성, 신규직원 선발 및 교육 업무 등 피고의 정규직 PD들이 수행하였던 다른 업무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피고의 정규직 PD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원고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눈의 날 기념 특집 방송의 연출을 맡게 되어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 외에 다른 업무를 담당했다고 주장하는바, 갑 4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06년, 2007년, 2009년 각 눈의 날에 방송된 특집방송 프로그램의 연출을 담당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다른 정규직 PD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한 회의, 촬영,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출퇴근을 비롯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편집 업무의 경우 피고의 편집실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편집 업무의 특성과 장비 등으로 인해 원고가 임의의 장소에서 이를 수행하는 데에 사실상 장애가 있음에 따른 것으로 위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근무장소를 피고의 사무실로 지정하고 원고가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일정에 맞추어 프로그램의 제작을 완성할 의무를 부담하였을 뿐 주어진 업무를 하는 외에는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출근할 의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원고의 결근에 대하여 불이익한 처분을 하거나 휴가, 출장, 시간외 근무 등에 대한 근태관리를 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호봉에 따른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고, 피고와 체결한 프로그램 제작 계약 및 영업대행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에 관한 회당 연출료, 협찬수수료 및 영업대행수수료를 지급받았으며, 원고가 2019. 1.부터 2022. 4.까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은 합계 393,812,000원(= 연출료 및 PD 프로그램 진행비 합계 119,747,000원 + 협찬수수료 합계 31,750,000원 + 원격교육사업 영업대행수수료 합계 242,315,000원)에 이르러 피고의 다른 정규직 PD들의 통상적인 급여와는 보수의 형태나 금액이 상이하다. 이에 대해 원고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사업자로서 사업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였다.
원고는 2009. 9. 1.부터 2010. 5. 31.까지는 주식회사 H, 2012. 4. 1.부터 2020. 4. 1.까지는 I, 2020. 4. 1.부터 2021. 2. 1.까지는 주식회사 J, 2021. 3. 1.부터 2021. 4. 30. 및 2021. 6. 1.부터 2021. 7. 1.까지는 K 주식회사의 직장가입자로 건강보험자격을 취득하였다. 또한 원고는 주식회사 H로부터 2009. 9.부터 2010. 6.까지 월 1,500,002원, I으로부터 2012. 4.부터 2020. 4.까지 월 1,030,000원 내지 1,800,000원, 주식회사 J으로부터 2020. 4.부터 2021. 2.까지 월 2,200,000원, K 주식회사로부터 2021. 3. 2,300,000원, 2021. 4. 4,680,000원, 2021. 6. 2,200,000원의 보수를 각 지급받았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형식적으로만 위 각 회사의 직원으로 등재되었을 뿐 입금된 금원을 각 회사가 곧바로 출금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처럼 원고는 스스로의 능력과 시간에 따라 이 사건 프로그램 제작 외에 다른 업무를 하고 다른 회사로부터 10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보수를 지급받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어떠한 통제나 관리·감독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프로그램 제작 계약 제2조에서도 '원고는 개인사업자로서 피고의 전속이 아니며, 타 회사 취업 또는 타사의 프로그램 제작 또는 제작참여에 대해 피고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거나 그 수입을 전적으로 피고에게 의존하는 근로제공의 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원고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피고의 취업규칙, 인사규정, 보수규정, 단체협약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호봉승급이나 인사발령의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의 L팀 소속이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사내 전화번호부 조직도(갑 25호증)에서 원고는 L팀의 팀장 M이나 다른 직원들과 함께 기재되어 있지 않고, 팀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별도의 칸에 '외주제작 A'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L팀의 팀장인 M은 L팀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주간업무보고, 팀 업무 운영계획 등 업무 전반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고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그 대화대상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는 2005. 5.경 피고의 MD직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하였으나 채용되지 못하였는바, 원고 스스로도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채성호(재판장) 권재호 박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