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9. 19.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C체육회의 회원단체로서 D에 관한 기본방침의 심의·결정, E협회에서 승인한 전국대회의 개최·참가, F협회 및 클럽의 지도와 지원, D 대회의 주최·주관 등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법인사단으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
원고는 2011년경부터 기간의 정함 없이 피고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다가, 2022. 9. 17. 열린 피고 임시대의원총회(이하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라고 한다)에서 한 사무국장 해임 의결에 따라 2022. 9. 19. 해임된 사람이다.
원고에 대한 해임 경위
피고는 2022. 9. 2.경 피고의 회원단체인 G협회, H협회로부터 피고 임원진·집행부의 재신임, 피고 정관 개정 심의 등 안건의 논의를 위한 2022년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요청을 받았다.
피고는 2022. 9. 15. 피고에 소속된 각 F협회에 원고의 사무국장 해임안, 피고 임원의 재신임안, 정관 개정 심의안을 안건으로 각 기재하여 2022. 9. 17. 18:00에 I, 4층에서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소집통지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22. 9. 16. 원고에게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 안건인 원고의 사무국장 해임안에 대하여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출석을 요청하되, 이 사건 임시대의원 총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명 기회를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원고의 사무국장 해임안의 해임사유를 밝힐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2022. 9. 17.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해임사유를 기재한 공문을 발송하였다.
원고는 2022. 9. 17. 열린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에 출석하였다.
피고는 2022. 9. 19. 원고에게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 안건 중 원고의 사무국장 해임안이 출석 대의원 5명의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었으므로 정관 제12조 제4항에 의거하여 즉시 효력이 발생하였음을 고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고 한다). 위 공문에는 피고가 2022. 9. 17. 원고에게 밝힌 해임사유 외에 아래와 같은 해임사유가 추가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 규약 및 C체육회 인사규정, 처무규정
피고 규약 및 C체육회 인사규정, 처무규정 중 주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 6,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에 의하면, 사무국장인 원고는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 및 인사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될 수 없다.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의 규정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으므로, 피고는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 및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없이 원고를 해임할 수 없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임을 하면서 든 사유만으로는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임은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또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에 편입된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 제41조, 제55조 및 C체육회 인사규정 제35조, C체육회 처무규정 제43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직원에 대하여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고, 임시대의원총회의 소집통지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으며, 원고에게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임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이다.
피고
원고는 피고 사무국장으로서 사실상 피고를 운영하였고,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은 적도 없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 임원 또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설령 피고가 원고를 징계하기 위해서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보더라도, 인사위원회보다 상위 기관인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 의결로써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하였으므로 적법하다. 또한 원고에 대한 청문절차가 생략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피고 규정에 적합하게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적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판단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인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12호증의 1 ~5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2011년경부터 2022. 9. 19.까지 약 11년간 피고 사무국장으로 재직하였으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거나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사무국장으로 종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원고는 피고로부터 2018년에 3회에 걸쳐 합계 1,600,000원, 2019년에 4회에 걸쳐 합계 1,800,000원,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4회에 걸쳐 합계 2,000,000원씩, 2022년에 5회에 걸쳐 합계 1,910,000원을 지급받았으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피고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② 원고가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담당한 업무의 구체적 내용, 근로일시 또는 근로시간, 휴무일 등 근로조건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제출된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사무국장으로 상당 기간 재직하면서 피고의 목적 사업(E협회에서 승인한 전국대회의 개최·참가, F협회 및 클럽의 지도와 지원, D 대회의 주최·주관 등)의 대부분을 직접 관리 또는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대표자인 R 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이행하거나 업무결과를 보고하는 등으로 실무를 담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적어도 피고와 사이에 묵시적으로 체결된 위임계약 또는 그와 유사한 무명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에 따라 사무국장으로 재직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해임의 효력 유무
관련 법리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위임의 상호 해지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민법은 위임을 원칙적으로 무상계약으로 정하고 있는데(제680조, 제686조 제1항), 위임인과 수임인이 위임계약에 계속 구속되어 있지 않도록 하고자 위와 같이 해지의 자유를 인정하는 규정을 둔 것이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다.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절차 등에 관하여 이와 다른 내용으로 약정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3249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선 기초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살펴보면, 이 사건 해임은 사무국장에 대한 면직의 사유와 절차에 제한을 둔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 해임에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는 이상 여기에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해임이 무효인 이상 원고는 피고 사무국장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해임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
원고는 2011년경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이 피고 사무국장으로 재직한 사실,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에서 사무국장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이나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 및 인사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대내적·대외적으로 스스로 제정한 규약에 의거하여 거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피고 규약에 별도로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은 원고가 피고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적용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는 규정으로서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은 피고 사무국장과의 일방적 계약 종료 사유로 ‘면직’만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규약 제8조 제10항 제3호는 ‘임원 해임에 관한 사항’을 피고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피고 규약 제50조 제2항은 사무국장은 임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 의결로써 이 사건 해임을 의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 임원이 아닌 피고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원고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해임은, 비록 ‘임원에 대한 해임’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이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에 정한 ‘사무국장에 대한 면직’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임계약 또는 그와 유사한 무명계약의 성격을 가지는바, 피고가 원고와 사이의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에서 정한 ‘면직’에 의하여야 하고, 이 경우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원고가 형(刑)을 선고받은 사실이 존재하거나, 원고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하거나, 관계 법령 또는 인사규정에서 별도로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징계처분으로서 면직을 하려면, 피고 규약 제40조에서 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거나, 피고 규약 제39조 제2항, 제41조 제3항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로써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C체육회 인사규정 및 처무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해임 당시 원고가 형(刑)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었고, 관계 법령 또는 인사규정에서 사무국장에 대한 면직에 관하여 달리 정한 바도 없었을 뿐 아니라, 스포츠공정위원회 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원고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 사건 해임은 ‘사무국장에 대한 면직’의 사유와 절차에 제한을 둔 피고 규약 제50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피고는, 설령 이 사건 해임이 징계처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 의결을 거쳤으므로 적법·유효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 피고 규약 제40조는 사무국장 또는 직원에 대한 징계를 하기 위해서 법률사무 종사자, 스포츠 분야 10년 이상 종사자, 인권분야 활동자 등 자격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바, 이는 징계절차가 사무국장 또는 직원의 신상에 중대한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여 이를 독립성·전문성을 갖춘 위원들로 하여금 징계사유의 조사 및 숙의 과정을 거치게 하여 가능한 한 공정하게 징계처분을 하도록 마련된 제도라고 보이는 점, ㉡ 피고 규약 제8조 제10항에 의하면 피고 총회는 ‘기타 중요사항’에 대하여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는 있으나, 한편 피고 규약 제40조는 징계 등 특정 사항들을 심의·의결할 기구로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위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현실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피고 규약상의 명시적인 근거 없이 위 기구의 심의·의결사항을 피고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전용하는 것은 피고 규약으로 징계절차에 관한 별도의 제도를 명문화한 목적 내지 취지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임이 이 사건 임시대의원총회 의결을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치유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채성호(재판장) 박소민 배종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