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문경시의 사용자인 피고인 A이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사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먼저, ‘2021년 미세먼지 저감 공익 숲가꾸기(B지구)’ 벌목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가 행해진 문경시 C가 피고인 문경시(또는 문경시의 D으로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A)의 사업장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면, 위 장소는 해당 사유림 소유자인 E의 산림경영계획 작성 사업신청서(동의서)(증거기록 제2권 609면, 제1권 609면)를 제출받아 벌목공사 대상지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문경시가 벌목공사를 시행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위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장소를 피고인 문경시 또는 피고인 A의 사업장이라고 보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나아가 위 법률 단서에 따라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에서 제외되는데, 바위가 많은 이 사건 벌목공사 장소의 특성에 비추어 벌목되는 나무 주변의 문제되는 부석을 사전계획 단계에서 미리 선별하여 모두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벌목 작업을 진행하면서 부석의 위험이 있으면 부석을 제거하거나 현실적으로 부석의 제거가 여의치 않으면 해당 나무의 벌목을 하지 않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당시 주식회사 F 소속 근로자로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였던 G도 벌목 시 위험이 있을 것 같으면 벌목하지 않고 노란색으로 칠하여 표시한 후 다른 나무를 벌목한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448면, 585면)], 부석의 존재나 그 제거 또는 벌목의 포기 등의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당시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 범위에서 제외된다.
위 공소사실에서는 ‘도급인인 피고인 A은 사업주가 작성한 작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함에도, H가 벌목 사업장에서 낙하 등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A도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비록 중량물 취급 작업 관련 작업계획서(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4])를 별도의 서식으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공사에 관하여 2021. 7. 12.경 작성·제출된 안전관리계획서(증거기록 제2권 394, 547면)에는 “작업장에 돌의 낙하나 절벽 등 안전에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가”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적어도 위 규칙에서 중량물 관련 작업계획서 내용으로 정한 것 중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되는 부분의 기재는 있으므로, 중량물 취급 작업 관련 작업계획서가 별도 서식으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인 A에게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고인 H가 안전관리계획서에 재택근무자인 I를 기계관리책임자로 오기한 과실은 있으나, 이로써 피고인 A에게 이를 밝혀 내지 못한 과실 책임이 있다고까지 보기도 어렵고, 이는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도 없다고 보인다.
J가 감리로서 2021. 4. 7.경 위 벌목공사 관련 실시설계 사전 검토보고서(증거기록 제2권 486면, “작업단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보호장구 착용 및 현장에 비처하여 한건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안전교육에 철저를 기하고 구난 및 비상체계를 숙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를 제출하거나, 감리일지를 작성하는데 2021. 7. 22.경에도 “사업대상지가 경사가 급하고, 자갈이나 암석이 많고, 습한 임지가 있어 작업 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 작업하고, 현장대리인은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고, 반드시 안전보호구 착용 후 작업에 임하도록 지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리일지를 작성하는 등 감리를 통한 안전교육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한편 피해자 벌목공 경력이 10년 정도 되므로(피해자 유족 K의 진술, 증거기록 제1권 725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안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당심의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성립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 문경시 및 그 사용자인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른 안전조치 미이행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고인 문경시가 주식회사 F에게 도급한 이 사건 공사가 피고인 문경시의 사업장에서 행하여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이 사건 공사현장이 도급인인 피고인 문경시의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은 ‘도급인의 사업장’을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장소’라 규정하고 있는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가 도급인으로 하여금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규정한 ‘도급인의 사업장’이란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ㆍ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ㆍ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공사는 산주(山主)의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시행하는 숲가꾸기 사업으로서, 문경시장이 시행하는 ‘2021년 미세먼지 저감 공익 숲가꾸기’ 사업(이하 ‘이 사건 숲가꾸기 사업’이라 한다)의 일환으로 문경시 C에서 행하여진 벌목공사이고,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위 토지는 소유자인 E의 산림경영계획 작성 사업신청서(동의서)에 의하여 사업지로 선정된 것일 뿐, 문경시가 위 토지를 공익사업에 필요한 한도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그 형질을 변경하는 등으로 유해ㆍ위험요인을 인지, 관리, 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장소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사현장을 피고인 문경시의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현장이 피고인 문경시의 사업장임을 전제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
그 밖에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피해자의 사망에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이 개입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벌목작업을 하던 중 부석이 굴러 떨어짐에 따라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있어 부석의 위험에 따른 개별적인 작업의 진행 여부는 현장의 당시 상황에 따라 작업자 또는 작업관리자의 판단 하에 결정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ㆍ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일반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피고인 A이 피고인 문경시의 D으로 이 사건 숲가꾸기 사업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문경시가 주식회사 F에 도급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숲가꾸기 사업 내지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J’가 감리업체로 선정되었고, 이에 따라 공사현장의 안전교육 및 안전조치에 관한 지도가 이루어졌음을 뒷받침하는 벌목공사 관련 실시설계 사전 검토보고서 및 감리일지가 비교적 성실히 작성되어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을 ‘피고인 A은 사업주(주식회사 F)가 작성한 작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함에도,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은채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라고 특정하였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은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ㆍ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ㆍ보존해야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업주에 대하여 작업계획서의 작성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고, 위 규칙 내지 관련 규정을 종합하더라도 사업주 외에 도급인에 대하여 위와 같이 작성된 작업계획서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ㆍ승인할 의무를 부과할 법적 근거를 도출할 수 없다. 따라서 주식회사 F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4] 서식에 의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업무상 과실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근욱(재판장) 김정도 김성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