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2도787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6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피해자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등에 대한 하도급공사대금 또는 자재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사기의 점과 피해자 L, K, E에 대한 약속어음 차용 등에 의한 각 사기의 점에 대하여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 B 등에 대한 하도급공사대금 또는 자재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사기의 점에 대하여, ① 피고인은 1994. 8. 무렵 주식회사 Q(이하 'Q'이라 한다.)을, 1996. 8. 무렵 유한회사 R(이하 'R'이라 한다.)을 각 설립하여 이를 운영하여 왔는데, 1997년 말 무렵에 이르러 차입금에 대한 이자지급 등의 부담이 늘어나고 또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을 요하는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Q의 부채규모가 약 69억 원에 이르는 등 회사 경영이 어려운 지경에 빠진 사실, ② 당시 Q 소유의 재산으로는 목포시 S에 있는 토지 및 지상건물을 포함하여 3필지의 토지 및 그 지상건물이 있었으나 그 부동산들에는 각 시가 상당액을 피담보채권액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그 밖에 Q이나 R은 물론이고 피고인 개인 소유의 다른 부동산 등 별다른 재산은 없었던 사실, ③ 피고인은 그 동안 T 주식회사(이하 'T'이라 한다.)의 명의를 빌려 주로 관급공사를 수주한 다음 Q이 이를 일괄 하도급받아 다시 재하도급하는 방법으로 각종 공사를 시행하여 왔는데, 1997. 4. 15. 전남 영암군 U 'V시설공사'를, 1997. 11. 22. 목포시 W 'X 신축공사'를, 1998. 12. 24. 인천 연안부두 'Y 시설공사'를, 1999. 3. 25. 서울 성북구 Z 'AA고등학교 개축공사'를 그와 같은 방법으로 각 수주하여 시행한 사실, ④ 이들 공사는 관급공사로서 대부분의 경우 발주처에서 해당 하도급업체에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형태로 공사대금을 결제하도록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그 공사를 시행하는 동안 하도급업체들 명의의 예금통장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으면서 이를 통하여 발주처로부터 지급되는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받아 자신의 회사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하도급업체들에 대하여는 주로 약속어음으로 공사대금을 결제하여 온 사실, ⑤ 피고인은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1998. 4. 무렵 이후부터는 그 피해자들을 포함한 하도급업체들 및 건축자재 공급업체들에 대한 공사대금을 대부분 지급기일을 7, 8개월 뒤로 한 Q과 R 발행의 약속어음으로 지급해 왔고, 그러던 중 2000. 3. 28. 무렵 Q에 부도가 발생한 사실(그 피해자들에게 공사대금으로 교부된 약속어음들은 지급기일이 모두 2000. 3. 28. 이후의 날짜로 되어 있다.)을 인정한 다음, 그와 같은 Q과 R의 경영 및 재산상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거래 이행과정, 각 약속어음 등의 발행·교부과정, 부도 시기 및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각 약속어음을 교부할 때에는 충분한 변제자력이 없었고 그 약속어음 등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이를 발행·교부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그 각 거래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 중 피해자 J에 대한 60,082,451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갈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각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면서 하도급공사를 하게 하거나 공사자재를 공급받을 때에 그에 대한 변제자력이 없었고 그 약속어음 등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이를 교부한 이상, 공사 도중 또는 자재를 공급받는 도중에 일부 피해자들(D, E, F, G, H, J, K)에게 발행·교부한 다른 약속어음 중 일부를 지급기일에 결제하여 그 하도급 공사대금이나 자재대금의 일부를 변제하였다 하더라도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그 나머지 공사대금이나 자재대금 상당액에 대한 편취의 범의를 부정할 수는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기록(수사기록 2-1권 43, 47, 69~79, 165~172, 189~193, 820, 828쪽, 공판기록 63, 64쪽)에 의하면, 피해자들 중 K는 유한회사 AB(대표이사 K), F은 유한회사 AC(대표이사 F), H은 AD 주식회사(대표이사 H), E은 주식회사 AE(대표이사 E)의 착오로 보이는 등 일부 피해자들이 개인이 아닌 회사인데도 원심이 이를 오인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잘못은 있으나,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원심은 또, 피해자 L, K, E에 대한 약속어음 차용 등에 의한 각 사기의 점에 대하여도, Q과 R의 경영 및 재산상태, 부도 시기와 그 경위 등에다가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이 사건 각 거래의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약속어음 등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사기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9. 9. 13.경 피해자 대한민국 산하 AF이 발주한 인천의 'AG 시설공사'를 공사대금 15억 800만 원에 T 명의로 수급하여 공사를 진행하던 중, 피해자의 1999년도 편성 예산 부족으로 공사 기성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목포시 AH조합에 그 공사대금 중 10억 원의 공사대금에 대한 피해자 명의의 채권양도·양수확인서를 제출하고 이를 담보로 1999. 10. 7.부터 같은 해 11. 23.경까지 5회에 걸쳐 합계 10억 원을 대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긴 채 1999. 12. 24. 담당직원 AI에게 1차 기성금 명목으로 550만 원을 청구하여 같은 달 30일경 T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케 하고, 2000. 1. 31.경 2차 기성금 명목으로 11억 800만 원을 입금케 하여 합계 11억 1,350만 원을 수령함으로써 10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면서, 피고인은 그와 같이 공사대금으로 11억 800만 원을 지급받은 다음 그 중 9억 원을 AH조합에 개설된 AJ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해 두었다가 이를 회사의 채무변제에 충당하는 등으로 모두 자신의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사대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한편 피고인에게 공사대금 15억 800만 원 중 나머지 기성금 5억 800만 원을 지급받을 채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그와 같이 1, 2차 기성금 상당액 중 10억 원을 지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급받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면서 이 금액까지 포함하여 1, 2차 기성금으로 청구를 한 뒤 이를 지급받은 이상 그 10억 원 전부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판시와 같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판시 각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에서 규정하는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임금 등의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도149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유가증권위조 및 위조유가증권행사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또, 피고인은 1998. 12. 24. T 명의를 빌려 'Y 시설공사'를 수주한 다음 이를 Q에서 일괄 하도급받아 시행하면서 그 공사시행의 편의를 위하여 T의 대표이사인 AK에게 부탁하여 1999. 2. 22. 자신을 T의 형식상 공동대표이사로 등재한 사실, 그 후 피고인은 그 공사를 포함하여 여러 관급공사들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또는 Q의 형식상 대표이사인 AL이나 Q의 현장소장인 AM 등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판시 각 약속어음을 발행하면서 AK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그 약속어음의 이면 배서란에 T 대표이사 AK 명의의 배서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들에다가 Q 및 R의 경영 및 재산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판시 각 약속어음을 발행하면서 AK 명의의 배서를 위조하여 이를 행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타인의 대리 또는 대표 자격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그 대표자 또는 대리인은 자기를 위하여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을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그 문서는 본인의 문서이고 본인에 대하여서만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회사를 대표하여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가 예컨대, 은행과의 당좌거래 약정이 전 대표이사 명의로 되어 있어 당좌거래명의를 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전 대표이사 명의를 사용하여 회사 명의의 수표를 발행한 경우에도 그 대표이사는 회사 명의의 수표를 발행할 권한이 있으니 유가증권위조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75. 9. 23. 선고 74도1684 판결 참조).

그러므로 피고인이 판시 각 약속어음을 발행하면서 T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는 AK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그 약속어음의 이면 배서란에 T 대표이사 AK 명의의 배서를 하였다면, 이는 T 명의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를 위조하여 이를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그 대표이사인 AK 명의의 배서를 위조하여 이를 행사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이 T의 명의상 공동대표이사에 불과한 피고인이 T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는 AK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그와 같은 배서를 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 자체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므로(제1심은 이러한 사실에 터잡아 T 명의의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를 위조하여 행사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취지로 볼 수 있다.), 원심의 위와 같은 부적절한 판시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2. 4. 12.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주심) 변재승 이규홍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