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1018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2000. 4. 20.부터 2007. 2. 5.까지 피고인을 위하여 근로한 B의 임금 2006년 12월분 3,580,254원, 퇴직금 13,879,620원 합계 17,459,874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B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2조 제2항, 제36조에 따라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즉,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1심․

법원이 채택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B은 2008. 1. 16. 경인지방노동청 안산지청 근로감독과에서 진정인진술서를 작성하면서 ‘피진정인 처벌의견’란에 “원하지 않음”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던 B은 2008. 1. 4.경 인터넷으로 ‘피고인으로부터 급여 및 퇴직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정을 하면서 조사를 위하여 출석이 필요한 경우 귀국할 의사도 있음을 밝혔고, 이후 근로감독관은 피고인에게 B에 대한 체불금을 지급할 것을 여러 차례 촉구하였으나 피고인이 계속하여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08. 1. 30. 및 2008. 2. 18. 피고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B이 위와 같이 “원하지 않음”이라고 기재한 것은 피고인으로부터 체불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일 뿐, B이 피고인에 대하여 확정적인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2.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나, 그러한 의사가 한번 명시적으로 표시된 이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어 이제 행위자를 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3405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B이 작성한 2008. 1. 16.자 진정인진술서(이하 “이 사건 진술서”라고 한다)는 경인지방노동청 안산지청 근로감독과에 비치된 정규의 양식으로 사용한 것인데, 그 양식의 독립된 항목인 ‘피진정인 처벌의견’란에 “원하지 않음”이라고 자필로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로써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B의 진실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이 든 2008. 1. 4.자 B의 인터넷 진정서는,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그 제출 후에 위와 같이 근로감독관의 근무 장소에서 정식으로 작성된 이 사건 진술서의 내용을 의심케 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 또 원심이 든 이 사건 진술서 제출 이후 담당 근로감독관의 조사경위에 관한 사정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또한 근로자의 권리나 그 정당한 이익의 보호를 기본적 업무로 하는 근로감독관의 입장에서 당사자 사이의 원만한 합의 유도나 사후의 법적 분쟁에 대비한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인 차원에서 관련 조사를 계속할 수 있으므로, 원심 판시와 같이 조건부 의사로 해석할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는 이 사건 진술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B의 의사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B이 피고인에 대하여 확정적인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의 존부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사유임이 명백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그 소송기록에 의하여 당원이 직접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6조에 의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지 아니하고 당원이 자판하기로 한다.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의 결론은 정당하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양창수(주심) 김영란 안대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