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86235 판결

정년연장이행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다22439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750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 중 3급 이하 직원을 조합원으로 하는 사업장 단위 노동조합인 사실, 원고와 피고는 2008. 12.경 피고의 인사규정에 관하여, 현재 직원의 정년이 직급별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2008. 6. 13. 법률 제9113호로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에 맞추어 60세로 단일화하여 2009. 6. 30. 이전에 인사규정에 반영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인사규정을 개정하려면 법령상 피고 이사회의 의결과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관할 관청의 승인을 전제로 약정을 체결한 당사자는 그 약정이 효력이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고, 일방 당사자가 그러한 의무에 위배하여 절차이행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그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로써 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 직원의 정년을 모두 만 60세로 단일화하는 내용으로 인사규정을 개정하는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먼저, 이 사건 합의서 문구 자체를 보면, '2009. 6. 30. 이전에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일화하도록 인사규정에 반영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어 그 내용이 인사규정 자체의 물리적 개정을 의미하는 것인지, 피고의 권한 범위 내에서 인사규정에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의미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음,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근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공법인으로 공단의 사업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고로부터 지원받고 있고, 임원의 임명, 공단의 예산·결산 등 공단 관리 및 운영전반에 관하여 국가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임직원의 인사 및 보수에 관한 내규를 제정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공무원이 당연직 비상임이사로 참여하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11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6조 제4항),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6조 제2호), 위와 같은 피고 공단의 설립 목적, 자금의 조달, 공단의 관리 운영에 관한 국가의 관리·감독에 관한 관련 법령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임직원의 인사에 관한 내규를 변경하는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피고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인사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 69563 판결 참조).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일화하는 내용의 인사규정 개정은 피고 이사회의 의결과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지 아니한 이상 피고 직원에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내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무렵인 2008. 12.경 당시 2009. 6. 30.자로 퇴직 예정인 직원이 4명, 2009. 12. 31.자로 퇴직 예정인 직원이 6명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퇴직 이전에 정년을 60세로 연장시켜 그 직원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고측과 노사협의를 한 결과 2009. 6.30. 전에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일화하기로 하는 방안에 합의했던 것이지, 인사규정에 필요한 이사회 의결과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 절차를 무시한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인사 규정 개정 자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로서도 노사협의 과정에서 원고가 요구한 정년 60세 단일화안을 수용하는 의미에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지만, 인사규정의 개정이 유효하기 위한 법령 및 정관상의 절차를 위반하여 인사개정 자체만을 개정하려는 의사로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을 법령에 정해진 인사규정 개정의 유효요건인 이사회의 의결 및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 없는 물리적인 의미의 인사규정 개정 자체를 이행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고, 피고가 그 권한 범위 내에서 이사회의 결의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인사개정의 유효요건인 이사회의 결의 및 노동부장관의 승인 자체를 받는 것은 피고의 협력의무의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피고로 하여금 인사규정 개정의 유효요건인 이사회의 의결 및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과 관계없이 물리적인 의미의 인사규정 개정 자체를 이행하라는 취지라면 위와 같은 의사 해석에 비추어 이유 없고, 원고의 청구가 인사규정 개정 절차 중 피고의 권한범위 내에서 행할 수 있는 행위에 관한 협력의무를 이행하라는 취지라면 피고가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일화하는 내용의 인사개정안을 마련하여 이사회에 상정함으로써 피고로서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협력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에게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일화하는 내용으로 인사규정을 개정하는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안대희(주심) 박시환 차한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