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본소의 퇴직금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 및 반소의 퇴직금 명목 금원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원심은, 원고들이 사용자였던 피고를 상대로 연차유급휴가수당 및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본소의 청구원인을 대부분 받아들인 다음, 이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한 이 사건 퇴직금 명목 금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위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고 항변함과 아울러 반소로서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의 반환을 구 한 부분에 관하여, ① 원고들(원고 F 제외)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에 월급 및 연간급여액수와 구별하여 1년간의 퇴직금 액수가 정해져 있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매년 연초에 당해 연도에 발생할 퇴직금을 분할하여 선지급해 달라는 내용의 퇴직금 요청서를 작성·제출하였으며, 피고가 작성한 월 급여대장과 월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항목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원고 A, B, D은,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서울서부지방법원 2010고정1469호 최저임금법위반 등)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가 매월 지급한 금액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은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피고가 2006. 5. 전까지 원고들과 같은 서울도시가스 I고객센터 직원들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여 오다가 2006. 5.분 급여부터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할 계획으로 2006. 6. 15. 2006. 5.분 급여에서 퇴직금 액수만큼 제외하고 지급하였는데, 원고들의 요구로 2006. 7. 18. 누락된 위퇴직금액을 원고들에게 송금한 사실이 있는 점, ③ 원고들의 2009년도 임금 및 일부 원고들의 2008년도 임금에서 퇴직금 명목 금원을 뺄 경우 최저임금액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탈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실제로 피고는 임금과 구별하여 특정된 금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였으며,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탈하려고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은 원심 판시 별지 '선지급 퇴직금 표' 기재와 같이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들은 사용자인 피고와 비교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열세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관련 서류를 갖추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형식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근로계약서, 급여대장(2001. 5.분 이후), 급여 명세서 등에 '퇴직금' 명목의 금액이 임금과 구별되어 기재되어 있고, 원고들이 원심 판시와 같은 '퇴직금 요청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의 분할 지급에 대하여 명확히 이해하고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원고들의 처지에서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아니한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일부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거나 그렇게 들은 것 같다고 증언하였다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더 나아가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등을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은 2001. 5.경부터 직원들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연봉제(퇴직금 분할 지급 포함)를 도입한 사실, H의 K부장, L 부장, J 차장, M 계장, N 과장 등에 대한 2001. 4. 급여대장(을 제15호증의 1)에는 퇴직금 항목에 아무런 기재 없이 월 지급액이 2,564,630원, 1,919,500원,1,824,000원, 1,300,000원, 1,250,000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2001. 5. 급여대장(을 제15호증의 2)에는 퇴직금 항목에 기재된 금원과 임금상승 후의 월 지급액이 각 216,157원과 3,322,600원, 199,718원과 2,521,260원, 216,157원과 2,500,000원, 131,075원과 1,815,710원, 138,619원과 1,800,000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그런데 검침원인 원고 A에 대한 2001. 4. 급여대장에는 퇴직금 항목에 아무런 기재 없이 월 지급액이 '75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2001. 5. 급여대장에는 퇴직금 항목에 기재된 61,470원을 포함하여 월 지급액이 '75만 원'으로 기재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 A 등 검침원들은퇴직금 분할 지급 후의 월 지급액에서 퇴직금 명목 금액을 제외하면 오히려 임금의 액수가 퇴직금 분할 지급 전보다 삭감되어 근로계약이 불리해진 결과가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연봉금액의 증가 추세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워서 원고 A 등 검침원들에 대한 2001. 5. 이후의 실질 임금은 퇴직금 명목 금액을 포함한 금액으로 봄이 상당하다(증인 J은 "원고 A에 대하여는 2001. 3. 1.자 근로계약서의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에 의하여 2001. 5. 전에도 퇴직금 분할 지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위 2001. 4. 급여대장의 기재에 반하여 믿을 수 없다).
원심은 피고가 2006. 6. 15. 2006. 5.분 급여에서 퇴직금 액수만큼 제외하고 지급하였다가 원고들의 요구로 2006. 7. 18. 누락된 위 퇴직금액을 원고들에게 송금한 사실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원고들이 종전에 퇴직금을 실질적으로 지급받았던 것이 아니라면, 원고들이 그와 같이 요청한 취지는 종전과 같은 월 급여 수준을 유지해달라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의 분할 지급을 원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피고는 매월 원고들에게 지급할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들의 평균임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연봉금액 및 월 급여액을 정한 다음 역산하여 그 금액에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하였다(피고가 임의로 연봉금액 중 12/13 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급으로, 1/13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항목을 구분하여 지급한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이를 무효로 하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 의하여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심 판시와 같이 원고들의 2009년도 임금 및 원고 C, D, E, F의 2008년도 임금에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뺄 경우 최저임금액에 미달한다면 적어도 퇴직금 명목 금원 중 최저임금액과의 차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원고들에게 실질적인 임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성립할 수 없다.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최저임금법위반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거나 피고가 이미 최저임금액과의 차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자백에 따른 결과일 뿐이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 금원의 법적 성질이 정하여지는 것은 아니다.
소결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이 사건 퇴직금 명목 금원은 원고들이 임금으로서 정당하게 수령할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가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원고들에게 임금과 실질적으로 구별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다고 보아 원고들이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원심판결
중 본소의 퇴직금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 및 반소의 퇴직금 명목 금원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소영(주심) 이인복 고영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