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건에 대하여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제1심 공판절차에 관한 특례가 허용되어,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특례 규정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피고인 등이 위 법률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그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제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만약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위 기간에 재심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14일 이내에 제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이 사건 특례 규정과 재심 규정의 내용 및 입법 취지,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방어권의 내용, 적법절차를 선언한 헌법 정신,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필요성 등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특례 규정에 따라 진행된 제1심의 불출석 재판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에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 또는 다시 유죄판결을 선고하여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이 사건 재심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피고인은 이 사건 재심 규정이 정한 기간 내에 항소심 법원에 그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리고 위 경우에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소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대한 파기사유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위 사유로 파기되는 사건을 환송받아 다시 항소심 절차를 진행하는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이 사건 특례 규정에 의하여 제1심이 진행되었다는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제1심판결에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의 항소이유에 해당하는 이 사건 재심 규정에 의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어 직권파기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한 다음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이 사건 특례 규정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다음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하였다.
검사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 사유로 항소하였고, 원심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징역 8월을 선고하여 원심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가 위와 같이 확정된 형의 집행으로 구금되면서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곧바로 상소권회복청구를 하였다. 법원은 피고인이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여 상소권회복결정을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재심 규정을 유추 적용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