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27279 판결

2024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반소피고) I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 I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반소피고) I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위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반소피고) I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 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 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참조).

2)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23다279402 판결 참조).

3)

한편,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강행법규로서의 취지와 규범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의도로 단지 형식적으로 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위 대법원 2023다279402 판결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2017년, 2018년, 2019년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2013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2008년 임금협약의 1일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을 3시간으로 단축한 것이다. 위 6시간 40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1주간 기준근로시간인 40시간을 6일로 나눈 것으로, 택시업계의 근무형태, 실질근로시간, 운송수입금 등에 대한 진지한 고려와 검토를 통하여 적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약정한 것인지 강한 의심이 든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이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지 않게 되자, 피고(반소원고) 주식회사 K(이하 ‘피고회사’라 한다)는 실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할 경우 고정급 인상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에 대비하여 기준운송수입금의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고, 피고회사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은 기준운송수입금이 인상될 경우 초과운송수입금이 감소하여 총수입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였다. 이러한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피고회사와 피고회사 노동조합은 1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으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직후 체결된 피고회사의 위 2013년 임금협약은 논외로 하더라도, 2017년 이후의 임금협약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때로부터 6년 이상 경과한 이후에 체결된 것들이다. 그런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택시요금이 순차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택시운전근로자의 일평균 영업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경주지역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하는 콜택시서비스(신라콜)가 도입되었으며, 2015년경부터 모바일 택시호출 앱이 활성화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대기시간이 단축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이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고, 이는 기준운송수입금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2017년 이후의 각 임금협약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단순히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합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특히 피고회사와 피고회사 노동조합은 2017년과 2018년에 각 임금협약을 체결할 당시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고정급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나머지 운송수입 증가분은 택시운전근로자가 초과운송수입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2008년 임금협약은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명시하고 있고,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적으로 마련된 것에 불과하다거나 노사 간의 합의 없이 피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 피고회사 소재지인 경주시에서 시행되자, 피고 회사는 2012. 11. 9. 피고회사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의 6시간 40분에서 55%를 줄여 3시간으로 정하는 내용의 임금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통상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시간이다. 2013년 임금협약에 따른 비교대상 임금에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주휴시간 제외)을 적용하여 산정한 시간급 금액은 2013년의 법정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므로, 피고회사로서는 2013년에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다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 후 피고회사는 최저임금이 계속 상승하자 이듬해인 2014년 임금협약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다시 단축하였는데, 이는 당초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에 비하여 62.5%나 단축된 결과이다.

3)

이후에도 피고회사와 피고회사 노동조합은 2015년에 1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으로 늘렸다가 2016년에는 2시간 40분으로, 2017년에는 2시간 30분으로 각각 줄인 후, 2018년에 다시 3시간으로 늘렸다가 2019년에는 2시간 40분으로 줄이는 등 해마다 소정근로시간을 소폭으로 증감하기를 반복하였는데, 이처럼 매년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해야 할 만큼 실제 근로시간과 근무형태가 변화되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소정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경우에도 1일 3시간을 넘은 적은 없어 여전히 통상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4)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데, 원고들과 같은 경주시 소재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피고회사의 근무형태, 고정급의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위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한편, 위 기간 동안 택시요금이 인상되거나 일평균 영업횟수 등이 감소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정액사납금제하에서 근무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기준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근로시간 또는 영업시간의 감소와 관계될 뿐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감소로 반드시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사정이 곧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비율 및 급격성 등을 고려하면, 설령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특례조항은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하였을 뿐,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그 자체로 인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

5)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기준운송수입금 인상을 반대하였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해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적용의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과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6)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1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내지 2시간 30분으로 단축한 2013년 및 2014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물론이고, 그 이후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유의미한 변경 없이 위와 같이 단축된 1일 소정근로시간을 유지해 온 2017년, 2018년, 2019년의 소정근로시간 합의 역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2013년 및 2014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 유무는 논외로 한 채 2017년, 2018년, 2019년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모두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 I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고 I은 상고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고도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 I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I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I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위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신숙희(주심) 서경환 노경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