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3548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A, C, D, E, H, I, K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B, M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 B, M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같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참조).

다.

한편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강행법규로서의 취지와 규범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의도로 단지 형식적으로 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위 대법원 2023다279402 판결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2014년, 2017년, 2018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우선, 2017년,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과 관련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를 위반하였거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그러나 2014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9. 7. 1. 피고의 소재지인 인천광역시에서 시행된 이후 약 5년이 경과하여 피고가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의 6시간 40분에서 3시간으로 정하는 내용의 2014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2014년 임금협정에 따른 비교대상임금에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주휴시간 제외)을 적용하여 산정한 금액은 2014년의 법정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므로, 피고로서는 2014년에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다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당초의 소정근로시간에서 무려 55%나 단축되는 결과에 해당할 뿐 아니라 통상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시간이다. 비록 2017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이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2014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과는 관련이 없다.

2)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데, 피고와 같은 인천 소재 택시회사 소속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원고들의 근무형태, 고정급의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위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한편 위 기간 동안 택시요금이 인상되거나 운행시간 대비 운송수입의 효율이 증가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정액사납금제하에서 근무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사납금을 벌기 위한 근로시간 또는 영업시간의 감소와 관계될 뿐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감소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사정이 곧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비율 및 급격성 등을 고려하면, 설령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적용의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과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피고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때문에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4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2014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역시 2017년 및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와 마찬가지로 유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만, 원고 B, J은 2014년 임금협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유효한 2017년 및 2018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되므로, 위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 A, C, D, E, H, I, K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 B, M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B, M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서경환(주심) 노태악 신숙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