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89895 판결

20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 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인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그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인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강행법규로서의 취지와 규범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할 의도로 단지 형식적으로 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위 대법원 2016다2451 판결 및 대법원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이전에 피고(반소원고) 및 피고들[이하에서 피고(반소원고)와 피고들을 통틀어 지칭할 때는 ‘피고들’이라고만 한다]과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이하에서 원고(반소피고)들과 원고들을 통틀어 지칭할 때는 ‘원고들’이라고만 한다]은 당시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소정근로시간의 상한인 1주간 40시간을 1주간 근로일수인 6일로 나누어 1일 6시간 40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였고, 위 시간은 원고들의 고정급 지급에 필요한 실제 운행시간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됨에 따라 피고들로서는 소정근로시간, 사납금, 고정급을 조정하여 최저임금법에 위반하지 않도록 정하여야 할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에 원고들과 피고들은 정액사납금제를 유지하면서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거나 매우 소폭으로만 인상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협정 등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

운행시간에 따른 수입금액은 변수가 다양하고, 개개의 근로자마다 다를 것이어서, 택시운전근로자로 일하는 사람만이 그 무렵의 수입금액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고, 택시회사는 택시운전근로자들로부터 얻은 정보와 운행시간, 운행거리 등으로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인 원고들과 택시회사인 피고들이 임금협정 등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사납금 납부액에 관하여 합의하였다면 원고들이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하여 투입하는 실제 운행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 소정근로시간이 사납금 납부액에 비하여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피고들과 원고들이 협상을 거쳐 정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라.

택시운전근로자마다 근로의 동기 또는 목표, 재정 상태, 성실성, 건강 등 근로여건이 다르고, 같은 택시운전근로자도 시기에 따라 근로의 동기, 상황 등이 달라져서 자율에 맡겨져 있는 초과근로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일과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기조가 확산하면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거나 단축하려는 경향이 있는 점, 목포시 택시요금이 2009. 2. 1. 2,300원(기본요금, 주행 및 시간요금 합산하면 11.78% 인상), 2013. 4. 10. 2,800원(기본요금, 주행 및 시간요금 합산하면 18.50% 인상), 2019. 4. 20. 3,300원(기본요금, 주행 및 시간요금 합산하면 15.46% 인상)으로 각각 인상됨에 따라 원고들은 상대적으로 더 짧은 운행시간으로 더 많은 수입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점,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승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재 위치나 지정지역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는 방식)가 활성화됨에 따라 택시운전기사들이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하여 대기하는 시간이 상당히 감소한 것에 반해 고정급의 재원이 되는 사납금은 인상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그 인상폭이 줄어든 점에 비추어 실제 근로시간이 종전과 변함이 없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은 2008. 3. 21. 신설되어 2010. 7. 1.부터 피고들의 소재지인 목포시에서 시행되었다. 그런데 피고들은 목포시 소재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아니함에도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전부터 2011. 6.경 사이에 각각의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의 6시간 40분에서 적게는 6시간 12분(피고 E 주식회사, 이하 ‘피고 E’라 한다)으로, 많게는 5시간 [피고(반소원고) 유한회사 A, 이하 ‘피고 A’이라 하고, 이하에서 유한회사인 다른 피고들도 같은 방식으로 지칭한다]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이후에도 피고들은 최저임금이 계속 상승하자 임금협정을 통해 1일 소정근로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하여, 2019년 임금협정(단, 피고 B의 경우 적용기간이 2019. 12. 31.까지로 되어있는 2018년 임금협정을 말한다. 이하 통틀어 ‘2019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상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피고 A은 3시간 40분으로, 피고 B는 약 4시간 34분으로, 피고 C는 3시간 30분으로, 피고 D는 2시간 50분으로, 피고 E는 4시간 27분으로 각각 단축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단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초로 산정된 시간급 비교대상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상승 정도와 대체로 비슷하게 증가하였다.

나.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된다. 목포시의 의뢰로 수행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목포시 일반택시(법인택시)의 2019년 2월부터 4월까지의 운송수입금은 근무시간 1시간당 평균 12,575원 정도로 나타났다. 그런데 휴게시간 등과 여러 오차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피고들의 2019년 임금협정상 1일 소정근로시간은 같은 임금협정상 1일 기준운송수입금(1일 2교대제의 경우 주간은 가장 낮은 회사가 107,000원, 가장 높은 회사가 133,000원이고, 야간은 가장 낮은 회사가 117,000원, 가장 높은 회사가 145,000원이다)을 마련하는 데에도 현저히 부족한 시간으로 보인다. 이러한 목포시 소재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원고들의 근무형태, 고정급의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위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여지가 크다.

다.

원심이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관한 변화의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은 구체적인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목포시에서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승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재 위치나 지정지역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는 방식)가 활성화된 시기나 정도에 관하여도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설령 모바일 서비스 등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비율 및 급격성, 목포시 소재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등을 고려하면, 실제 근로시간의 감소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시기와 경위에 비추어 보아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피고들 노사의 주된 의도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는 수준의 소정근로시간을 마련하는 것이지, 실제 근로시간의 변동 정도에 부합하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피고들의 택시운전근로자들과 노동조합은 사납금 인상 제한 및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전제로 한 정액사납금제의 유지를 요구하였고, 이러한 근로자 측의 요구사항을 피고들이 받아들여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적용의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과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피고들과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때문에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

특히 피고 E의 경우에는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 27분(4.45시간)으로 단축한 2019년 추가협정서(적용기간 2019. 1. 1.부터 2019. 12. 31.까지)가 원심에 이르러 증거로 제출되었는데, 이를 반영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2019년에 이르기까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은 총 2시간 13분(= 6시간 40분 - 4시간 27분)에 달하여 누적 단축 비율(약 33%)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E 소속 택시운전 근로자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2018년 임금협정상의 4시간 56분까지만 반영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 유무를 판단한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였을 뿐, 2019년 임금협정을 통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충실히 심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각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신숙희(주심) 서경환 노경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