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관련 법리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 · 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 · 휴게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280563 판결 참조).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 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도구 개념의 성격을 갖는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17조, 제114조).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의의와 기능등을 고려하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유효한 정함이 없는 경우 법원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다206138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2014년 내지 2016년 임금 청구의 경우 원고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2017년과 2018년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경우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는 제1심에서 2018년 단체협약서 및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임금협정서만 제출하면서, 현 대표자가 2017년에 회사를 인수하여 그 이전 기간에 대한 임금협정서 등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을 명시적으로 정한 서면이 제출되지 않았더라도, 지급된 임금의 항목과 금액, 근무형태, 근로시간 등 여러 근로조건을 종합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적용한 소정근로시간을 도출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원고는 실제 근로시간이 1일 12시간에 달하므로 적어도 1일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와 같은 춘천시 소재 택시회사들에 관한 유사사건 판결을 제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에 춘천시 소재 일부 택시회사들은 복격일제(2일 근무 1일 휴무)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을 13시간 30분으로 정하고 있었다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점차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해 왔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근로조건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도출하거나 복격일제로 운영하는 인근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살펴보아 사납금, 고정급, 실제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유사한 경우에는 그 소정근로시간을 참고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심리를 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원고의 증명이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원고의 최저임금 청구를 쉽게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는 등으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심리하였어야 하고, 만약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유효한 정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 원고와 피고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원고에게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미달액 등을 산정하였어야 한다.
피고는 2017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4시간으로 정하고, 2018년 임금협정을 통해 이를 1일 3시간 30분으로 단축하였다. 2017년과 2018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4시간 이하의 소정근로시간은 원고의 근무형태(2일 근무 1일 휴무 형태의 복격일제), 임금 지급방식(정액사납금제), 사납금 액수 등에 비추어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과 현격한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강원도에서 사납금 인상을 제한하면서 택시요금을 인상하고, 택시호출앱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등으로 2017년 및 2018년 임금협정 체결 무렵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7년과 2018년의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의 최저임금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의 심리 및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오경미 엄상필 박영재(주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